“일방적 선교 반성하고, 현지인 중심 ‘동반자 선교’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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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방적 선교 반성하고, 현지인 중심 ‘동반자 선교’ 나서야”
  • 한현구 기자
  • 승인 2023.06.20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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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16일 평창서 제8차 세계선교전략회의 개최
10개 트랙 구성해 활발한 토의… 마지막 날 선언문 발표

서구교회의 뒤를 따라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해온 한국 선교에 제동이 걸렸다. 이제는 서구 중심의 일방향적 선교 방식을 성찰하고 세계 기독교 시대에 발맞춰 현지 중심 선교, 이주민 선교를 비롯한 ‘모든 곳에서 모든 곳으로’ 가는 선교에 집중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한국세계선교협의회(사무총장:강대흥 선교사·KWMA)는 지난 13일부터 16일까지 평창 알펜시아 컨벤션센터에서 제8차 세계선교전략회의(NCOWE)를 진행했다.

서구선교에서 ‘세계 기독교’ 시대로

‘Rethinking’ 올해 NCOWE를 관통하는 주제다. 그동안의 한국선교는 교회의 폭발적인 성장과 더불어 기록할만한 역사를 남겼다. 어딜 가나 한국 선교사를 만날 수 있었고 여름마다 해외로 향하는 단기선교팀은 10만에 이른다고 추정될 정도였다.

하지만 밝은 면만 존재하지는 않았다. 자본을 앞세워 교회 건물만 지어놓고 돌아오는 물량주의 선교. 심지어 그 교회 이름으로 현지인들이 발음하기도 어려운 한국식 이름을 붙여놓는 일방적 선교. 현지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기보다 시혜자의 입장에서 가르치려는 고압적인 태도. 끝내는 선교지로부터 더 이상 한국 선교팀이 오지 않았으면 한다는 충격적인 요청까지 듣기도 했다. 한국선교를 다시 생각해보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세계 선교의 흐름이 바뀐 영향도 있다. 여태껏 세계 선교는 서구교회 중심의 일방적 선교 전략이 통용됐다. 선진국이자 강대국인 서구교회가 개발도상국에 지원과 함께 복음을 전하는 방식을 우리나라 역시도 답습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역전됐다. 남반구를 중심으로 한 이른바 제3세계 기독교 인구가 서구권 기독교 인구를 역전한지 오래고 이제는 선교 역시 주도권을 넘겨받는 분위기다. 이런 ‘세계 기독교’ 시대에 한국선교는 어디에 위치해야 하며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가 우리에게 주어진 새로운 과제가 됐다.

성찰과 논의의 결론은 마지막 날인 16일 발표된 ‘NCOWE 2023 선언문’에서 엿볼 수 있다. 선언문은 “한국선교는 지난 수십 년간 하나님의 놀라운 은혜를 경험했다. 동시에 짧은 기간 급속히 성장하며 선교지의 문화를 이해하고 섬기기보다는 현지 문화를 존중하지 않고 우리의 관점에서 일방적으로 선교한 과거를 반성적으로 돌아보며 회개한다”는 성찰로 운을 뗀다.

지금까지 해왔던 선교 방식을 적극적으로 성찰하고 개선할 것을 다짐한 참석자들은 “이 땅에 선교사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보여주신 성육신적 삶과 연약함을 통해 이뤄진 하나님의 선교를 본받아 물질과 힘에 의한 선교를 지양한다”면서 “세계 교회와 진정한 파트너로 함께 선교하기 위해 자기중심적 태도를 내려놓고 경청과 인내, 우정과 교제, 환대와 나눔, 하나됨과 존중의 태도를 가질 것”을 약속했다.

주목할 만한 변화는 ‘속지주의’에서 ‘속인주의’로의 선교 패러다임 전환이다. 이전에는 지역을 기준으로 해외에 나가는 것이 선교라고 여겼다면, 이제는 지역이 어디든 나와 다른 문화권에 속한 이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이 선교라고 정의하게 된 것이다. 더불어 다음세대와 여성 선교사 등 그동안 조명받지 못했던 계층에도 시선을 돌렸다.

선언문에서 이들은 “선교가 해외로 가는 것뿐만 아니라 문화의 경계를 넘어가는 것임을 확인한다. 우리 곁에 있는 이방인들을 환영하기 위해 한국교회 성도 모두가 창의적인 방식으로 선교에 참여하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또 다음세대와 여성도 한국선교의 주역이라는 것을 간과해 왔음을 인정하고 기성세대와 다음세대, 남성과 여성이 함께 한국선교의 주역이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한국선교 관통하는 트랙 모임

올해 NCOWE에서 가장 특징적인 점을 꼽으라면 한국선교의 주요 이슈를 관통하는 10가지 주제를 선정하고 트랙별 토의를 가장 중요한 순서로 삼았다는 점이다. 또 ‘회의’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소수 리더들의 발제와 세미나로 이뤄졌던 이전 NCOWE와는 달리, 참가자들이 충분한 시간 동안 토론을 나누고 화면을 통해 참석자 모두와 토의 결과를 공유할 수 있게 했다.

지난 15일 진행된 트랙 종합 리포트에서 디아스포라 트랙은 ‘세계선교의 흐름 변화’를 키워드로 꼽았다. ‘디아스포라 트랙’은 “비서구 주도선교가 촉진되고 속인 선교로 모델이 전환되는 세계선교의 흐름과 디아스포라 선교는 궤를 같이 한다”며 “이주민 선교의 특성상 정부와의 협업도 중요하다. 이주민에 의한, 이주민을 위한, 이주민의 교회를 세워야 하고 앞으로는 이주민 2세 교육도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디지털 세계와 선교 트랙’은 온라인 공간이 새로운 땅끝임을 강조하면서 지역과 문화의 경계를 넘었던 선교사라면 기술의 경계도 넘을 수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으며, ‘변화 속의 선교단체 트랙’은 시대적 혼란, 인프라 약화, 동원 감소를 당면 문제로 지적하고 체계적인 교육과 훈련,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변화하는 여성 선교사 트랙’은 “여성 선교사들을 존중하면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기회를 달라”고 요청했고, ‘선교적 교회로 가는 로드맵 트랙’은 목회자와 선교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교회와 선교사의 소통이 부족함을 지적하며 목회자 선교 아카데미 구성을 제안했다.

‘자신학화 트랙’은 우리가 가진 사역의 틀을 성급하게 적용했음을 반성하면서 현지인 스스로 성경을 읽고 공동체 상호작용을 통해 깨달음을 얻도록 도와야 함을 강조했고, ‘전방개척 선교 트랙’은 비자발적 철수와 문화적 갈등 가운데 변화된 선교 현장에 맞춘 복음 제시가 필요함을, ‘텐트메이킹 & BAM 트랙’은 비즈니스 선교에 대한 오해와 성속이원론을 극복하고 비즈니스 선교 종사자들의 네트워크를 만들 것을 역설했다.

‘현지인 중심의 동반자 선교 트랙’은 독자적인 선교를 지양하고 현지교회와 협력하는 동반자 선교르 전환할 것을 강조했으며 ‘다음세대 선교동원 트랙’은 어려서부터 선교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체계적인 선교 훈련과 교육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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