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낳아 기르고 싶은 세상을 만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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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낳아 기르고 싶은 세상을 만듭시다!”
  • 이의용 교수(아름다운 동행 감사학교 교장, 전 국민대 교수)
  • 승인 2023.06.14 13: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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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용의 감사행전 (45)
이의용 / 아름다운 동행 감사학교 교장, 전 국민대 교수
이의용 / 아름다운 동행 감사학교 교장, 전 국민대 교수

 

뉴질랜드에서는 사람과 개가 위험에 처하면 구하는 순서가 이렇다고 한다. 아이, 여자, 개, 남자. 여행 가이드의 우스개소리다. 목축업을 하는 나라여서 개를 중시하는 것 같다. 잘 아는 목회자가 이런 고충을 얘기했다. 교인이 심방을 청했는데 그 대상이 그 집 애견이었다는. 그러자 다른 목회자는, 자기는 애견이 죽었다며 장례를 인도해달라는 부탁도 받았다고. 어느 교회에서는 개를 안고 주일 예배에 들어가려 해 제지를 했더니, 유아실처럼 개와 예배할 공간을 마련해달라고 요청을 하더라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최근 아기를 축복해달라며 반려견을 데려온 한 여성을 나무랐다고 한다. 이 여성 교인은 자기 아기를 축복해달라며 가방을 열었는데, 그 안에 작은 개가 들어 있었던 것. 이에 교황은 “많은 아이들이 굶주리는데 왜 개를 키우느냐”며 나무랐다고 한다. 교황은 아이를 낳지 않고 반려견을 기르는 것은 이기적이라며 한탄을 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이런 현상이 깊어져 가는 것 같다. 산책을 나가 보면, 개와 걷는 이들이 많다. 유모차에 강아지를 모시고 힘겹게 미는 노인도 있다. 큼직한 개를 아이처럼 안거나 업고 가는 모습도 자주 본다. 이러한 ‘애견 현상’이 과연 자녀 출산 기피에 영향을 미칠까? 그럴 것 같다.

두 사람의 남녀가 만나 아이를 낳는 합계 출산율이 우리나라는 0.78명이다. 합계출산율 1명 미만은 OECD 중 한국이 유일하다. 아이가 줄어드니 지금까지 보지 못한 현상들이 나타난다. 산부인과, 소아과가 문을 닫는다. 백년 넘은 초등학교들도. 대학도. 장병이 모자라니 군대도 사단 수를 줄인다. 예식장, 유치원, 어린이집, 학원도 이젠 사양산업이다. 교회도 주일학교 문을 닫는다. 이러다간 ‘형’, ‘아우’, ‘누나’, ‘오빠’ ‘삼촌’, ‘이모’, ‘고모’ 같은 말도 사라질 것 같다. 인구가 줄어들면 생산·소비가 줄고, 경제가 위축될 뿐 아니라 고용과 재정·복지 등 국가 정책 다방면에 충격을 안겨준다. 그럼에도 출산을 기피하는 현상은 점점 심해지고 있다. 원인도 복합적이어서 해법도 간단하지가 않다.

왜 유독 우리나라만 출산율이 급속히 낮아질까? 가장 큰 원인은 “아이를 낳아서 키우기가 힘들다”는 것. 입시 준비로 고난의 학창시절을 보낸 2030세대가 자식 낳아 자신과 똑같은 고통을 받게 하고 싶지 않다는 것. 또한 자식을 위해 자기 부모처럼 고생하며 헌신할 자신이 없다는 것 등이 원인이다.

얼마 전 미국에 머물면서 발견한 것이 있다. 식당에서 가족들이 식사를 하는데 자녀들이 우리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많았다. 미국은 초등학교 3학년까지는 부모가 반드시 등하교시 동행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아빠들이 그 일을 많이 했다. 직장에서 자녀 양육에 쏟을 ‘시간적 여유’를 배려해주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부모만이 아니라 사회가 함께 키우는 것이란 말이 실감이 난다. 

우리가 아이를 키우는 데 힘든 또 하나의 원인은 안전하지 못한 생활 환경 때문이다. 아이의 생명을 위협하는 교통문화, 성적 경쟁 스트레스와 그로 인한 자살, 성폭력, 마약, 학폭 등… 아이 키우기가 힘드니 출산을 주저할 수밖에 없다. 그 틈을 반려견들이 차지하기 시작하는 건 아닌지. 반려견이 현대인의 고독과 소외를 해소하는 데 기여하는 건 인정하지만, 반려견이 자녀를 대체할 수 있을까.

자신을 개의 ‘엄마’, ‘아빠’로 칭하는
언행은 고쳐야!

어떻게 하면 아이를 키우기 좋은 사회로 만들 수 있을까? 보상금으로 출산을 장려해보겠다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우선 젊은 부모들에게 아이를 낳아 기를 ‘여유’를 줘야 한다. 법정 기준 근로시간부터 줄여야 한다. 하늘을 봐야 별을 딸 것 아닌가. 그리고 개는 들어오게 하면서 아이는 못 들어오게 하는 ‘노키즈 존 업소’, 아이가 좀 뛰어논다고 소음 문제 삼는 이웃, 방송의 지나친 반려견 관심 키우기도 원인이다. 특히 유명인이 반려견을 자녀 취급하는 언행도 삼가야 한다. 자신을 개의 ‘엄마’, ‘아빠’로 칭하다니… 차라리 아이를 입양할 것이지. 교회도 1층에 커피점 만들어 공연히 카페업소에 폐 끼치지 말고, 탁아소로 전환해 아이 키우는 일을 도와야 한다.

꽤 오래 전 어느 드라마에서 여자 아이를 때리는 남자 아이에게 할아버지가 타이르던 말이 생각난다. “여자는 아이를 낳는 사람이야. 귀하게 여기고 보살펴야 해!” 아이를 낳아서 기르는 일에 정부, 국민, 사회, 그리고 교회가 배려를 아끼지 말아야 할 때다. 우리 사회 전체가 아이를 함께 키우려 해야 아이를 낳고 싶어진다. 아이는 우리 모두의 희망이고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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