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MBTI의 함정을 조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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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MBTI의 함정을 조심하라
  • 김학중 목사
  • 승인 2023.06.13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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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중 목사.

시대마다 유행은 존재한다. 자기 소개도 그렇다. 한때는 별자리나 혈액형으로 자기를 소개하는 것이 유행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별자리나 혈액형 대신 ‘MBTI’로 소개하는 것이 유행하고 있다. MBTI란 1944년 브릭스(Briggs)라는 작가와 마이어스(Myers)라는 딸이 함께 만든 ‘자기보고형 성격 검사’를 가리키는데, 이 검사의 특징을 말하자면 한마디로 쉽다는 것이다. 해본적이 있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MBTI는 외향(E)과 내향(I), 감각(S)과 직관(N), 사고(T)와 감정(F), 판단(J)과 인식(P), 이렇게 네 가지 척도를 가지고, 사람의 성격을 총 16가지로 분류한다. 너무 적거나, 많은 게 아닌, 적당한 수의 분류이다 보니, 일반인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이다. 뿐만 아니라 본인의 MBTI 결과에 대한 설명에, “딱 내 이야기네!”라고 공감하는 분이 생각보다 많다. 그러다 보니 MBTI에 열광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어느새 유행으로 자리잡은 것이었다.

이러한 오늘날의 MBTI 문화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우선 이 문화는 인간의 본능에 철저하게 충실한 행동이라고 본다. 인간은 자신과 주변 세상을 효율적으로 바라보려는 본능을 갖고 있다. 그래서 혈액형으로, 별자리로 사람을 분류했던 게 아니겠는가? MBTI도 그런 본능의 발버둥이라고 본다면, 충분히 존재할 수 있는 문화라고 본다.
그러나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듯이, MBTI 문화에도 조심해야 할 함정이 있다. 무엇이냐? 내 자신이나 누군가를 획일적으로 보는 함정은 피해야 한다. 얼마 전 한 청년이 필자에게 한 질문을 받았다. “목사님은 E에요? I에요?” 너무 갑작스러운 질문이라, 잠시 대답을 주저하는데, 그때 그 청년이 곧바로 ‘말을 못하시는 걸 보니, 역시 목사님은 I가 맞네요” 그렇게 단정짓고는 가버렸다.

그 순간 필자는 황당함을 감출 수 없었다. 내가 내 자신을 보면, 외향적인 면도 있고 내향적인 면도 절반씩 섞여 있는데, 단편적인 모습만 보고 필자를 그렇게 단정지었기 때문이다. 필자만 그런 건 아닐 것이다. MBTI의 결과로 ‘저 사람은 이렇게 행동할 거야’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절대 동의하지 못할 분이 많을 것이다. 편의를 위해 분류한 프레임에 갇히면, 그리고 그것에 의해 남을 단정짓는다면, 우리는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 ‘몰이해’의 함정에 빠지게 될 것이다.

필자는 이것이 그저 MBTI 문화의 함정이라고만 보지 않는다. 그 함정은 교회에서도 생각보다 자주 빠지는 것이다. 외모, 성격, 가치관 등… 사람의 일부분만을 보고, 그를 판단하고 정죄하는 일이 얼마나 많던가? 또 파편적인 소문으로 소설을 써서 상대를 공격한 적이 얼마나 많던가? 그리고 그로 인해 떠난 ‘가나안 교인’이 얼마나 많던가?

요한복음 8장에 나오는 소위 ‘간음한 여인’ 사건을 보라. 그곳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그 여인을 정죄했다. 하지만 예수님은 그녀를 정죄하지 않으셨다. 왜일까? 그 잘못된 행동 하나가, 그녀의 삶 전체를 말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세상은 성격, 외모, 가치관 등 사람의 일부분만 보고 판단한다. 하지만 우리는, 드러난 ‘일부’가 아닌 ‘전체’를 봐야 한다. 그럴 때 예수님이 보여주신 이해와 존중, 배려와 사랑의 가치가 실현될 것이다. 특별히 서로 반대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을 적으로 보기 전에, 먼저 그 사람을 전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힘써보자. 그렇게 하나가 되어, 아름다운 하나님의 나라를 만들어가기를 기대한다.

꿈의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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