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복과 재앙을 가려 전하는 것, ‘거짓예언자’ 가리는 척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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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복과 재앙을 가려 전하는 것, ‘거짓예언자’ 가리는 척도
  • 유선명 교수
  • 승인 2023.04.19 13: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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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명 교수의 예언서 해설 (67) - “네가 알지 못하는 크고 은밀한 일을 네게 보이리라” (렘 33:3)

예언자를 선견자라고도 부릅니다. 먼저 선(先), 볼 견(見), 사람들보다 앞서서 보는 사람이라는 뜻이겠습니다. 그러나 제아무리 영성이 뛰어나고 체험이 깊다 해도 전능자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을 사람이 다 알 수는 없는 법이어서, 예언자들조차 자신이 본 것을 다 이해하지는 못했습니다. 예레미야를 향해 하나님께서 하신 말씀이 바로 그런 상황을 보여줍니다.

“일을 행하시는 여호와, 그것을 만들며 성취하시는 여호와, 그의 이름을 여호와라 하는 이가 이와 같이 이르시도다 너는 내게 부르짖으라 내가 네게 응답하겠고 네가 알지 못하는 크고 은밀한 일을 네게 보이리라”(33:2~3) 감추어진 일, 크고 은밀한 일이 무엇이기에 이런 소개가 필요한 것일까요. 놀랍게도 그것은 바벨론을 상대로 한 유대 백성의 저항을 무력화하신 일을 가리킵니다.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말씀하시니라 무리가 이 성읍의 가옥과 유다 왕궁을 헐어서 갈대아인의 참호와 칼을 대항하여 싸우려 하였으나 내가 나의 노여움과 분함으로 그들을 죽이고 그들의 시체로 이 성을 채우게 하였나니 이는 그들의 모든 악행으로 말미암아 나의 얼굴을 가리어 이 성을 돌아보지 아니하였음이라”(4~5절) 이스라엘 사람들의 악행에 진노하신 하나님께서 궁지에 몰린 그들을 외면하시고 다 죽게 내버려 두었다 하시니, 이것이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하실 말씀인가 싶은데, 연이어 반전이 선언됩니다. “그러나 보라 내가 이 성읍을 치료하며 고쳐 낫게 하고 평안과 진실이 풍성함을 그들에게 나타낼 것이며 내가 유다의 포로와 이스라엘의 포로를 돌아오게 하여 그들을 처음과 같이 세울 것이며 내가 그들을 내게 범한 그 모든 죄악에서 정하게 하며 그들이 내게 범하며 행한 모든 죄악을 사할 것이라”(6~8절) 이스라엘을 향한 진노를 선언하시고 곧바로 그들의 회복을 약속하시는 이 하나님은 과연 어떤 분이신지 혼란스러워집니다.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난제야말로 참 예언자와 거짓 예언자를 가르는 척도가 됩니다. 하나님은 복을 내리시기도 하고 재앙을 내리시기도 합니다. 이스라엘을 보호하시는 하나님만 외쳤던 자들과 달리 참 예언자들은 재난의 책임을 하나님께 돌리기를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이사야의 선언은 사뭇 충격적입니다. “나는 빛도 짓고 어둠도 창조하며 나는 평안도 짓고 환난도 창조하나니 나는 여호와라 이 모든 일들을 행하는 자니라”(사45:7) 만유를 지으시고 만물의 장래를 결정하시는 하나님은 사람의 조종을 받지 않으시고, 사람의 지혜로 판단할 수 없습니다. “구원자 이스라엘의 하나님이여 진실로 주는 스스로 숨어 계시는 하나님이시니이다”(사45:15) 우리 지각이 미치지 않는 ‘숨겨진 하나님(deus absconditus)’은 우리에게 자신을 드러내시는 ‘계시된 하나님(deus revelatus)’과 늘 함께 고백되어야 합니다. 희망과 구원만을 전했던 선지자들이 하나님을 모르는 무지한 자들이라 책망을 받은 이유가 그것입니다.

“여호와의 말씀이니라 나는 가까운 데에 있는 하나님이요 먼 데에 있는 하나님은 아니냐”(렘23:23) 하나님의 신비 앞에서 우리는 너무나 미약하고 무지한 존재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이스라엘의 구원은 그 어떤 조건의 필연적 결과가 아니라, 오직 하나님께서 스스로 확정하신 언약에 충실하기 위해 내리신 결정이었습니다. “내가 주야와 맺은 언약이 없다든가 천지의 법칙을 내가 정하지 아니하였다면 야곱과 내 종 다윗의 자손을 버렸[으리라]…내가 그 포로된 자를 돌아오게 하고 그를 불쌍히 여기리라(렘33:25, 26)” 우리의 구원이 우리가 했거나 하지 않은 그 무엇에 근거하지 않고 오직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긍휼과 결단에 근거한다는 것. 여기에 우리의 소망이 있습니다. 

백석대 교수·구약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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