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토론 - ‘사립학교법 개정’,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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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토론 - ‘사립학교법 개정’,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승인 2004.09.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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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추진 중인 사립학교법 개정의 핵심에 서있는 기독교 교육기관. 사학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기독교계의 반대 여론은 나날이 고조되고 있다. 기독교 학교의 정체성을 한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다는 사립학교법 개정. 이에 대한 반대 여론을 들어보았다.

사학·국가를 위해서도 ‘위험한 발상’

이종성박사/기독교학술원 원장

한국의 기독교 교육은 네 선교부에 의해 시작됐다. 경신학교(장로교회), 숭실학교(장로교회), 이화학당(감리교회), 배재학당(감리교회)이다. 초등학교 교육과정으로 시작됐으나 후일에 전문학교 또는 대학으로 발전해 현재 한국의 사학계에서 중요한 위치에 자리잡고 있다. 이 학교들은 교육의 모토를 성서에서 찾아내 진리, 자유, 성실, 진, 선, 미 등을 택했다. 현재 신학대학교가 32개 교, 일반 대학이 52개 교, 중·고등학교가 2백95개 교에 달하고 있다. 아시아에 있어서 한국은 일본 다음 가는 기독교 교육의 강대국의 위치에 자리잡고 있다.

기독교 학교는 하나님의 사람 훈련과 교회와 사회의 지도자를 양성하는 데 그 목적을 둔다. 운영 원칙은 △총장과 교수는 다 그리스도인이어야 한다 △기부하는 자나 운영이사는 다 그리스도인이어야 한다 △예배 참석을 강요 또는 의무적으로 하되 모든 학생이 참석토록 한다 △기독교 개론 과목을 필수토록 한다 △교목 또는 종교 책임자를 둔다 △신학대학 또는 신학부를 둔다 △학생과 사무직원은 세례 교인 또는 출석 교인이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이런 조건은 다 무시되고 모든 기독교 대학이 민주화, 평준화, 학문의 자유, 신앙의 자유 등의 이유로 기독교의 근본적 특성이 학원에서 사라져 가고 있다.

세속화 시대가 시작되고 포스트 크리스천시대가 된 후 기독교 교육기관에는 큰 어려움이 닥쳤다. 이 어려움이 1960년대에 일본의 모든 기독교 대학을 엄습했다. 건교 이념과 운영원칙이 다 도전을 받았다. 학장과 교수가 다 신자라야 한다는 것은 대학의 민주화와 학생들의 학사 운영에 참가하려는 요구가 강한 상황에서는 유지하기가 어렵게 됐다. 예배 참석을 강요하는 것은 신앙의 자유를 허락하는 헌법에 위배된다고 한다. 이를 강요하지 않으면 참석자들의 격감으로 신앙교육이 무력화 될 우려가 있다. 동지사대학 신학부는 경건회시간이 없어진지 오래됐다.

기독교 개론 과목을 강요하는 것도 과목 수강이 점차 선택 위주의 경향을 감안할 때 전 학생들에게 강요하기가 어렵다. 또한 모든 교육기관이 세속화되어 가는 현실에서 교목제도 자체를 유지하기가 어려운 상태다. 그리고 신학부를 유지한다는 것은 경제적으로 대학에 큰 부담을 주고, 학생들의 자질 차이로 다른 학생과의 위화감이 비 교육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21세기에 기독교 대학을 계속 운영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문제다. 한국의 유수한 기독교 대학의 채플시간은 기도나 설교는 없고 교양강연과 축제시간으로 변해가고 있다. 현재 한국의 모든 사립학교는 기독교 학교를 포함해 큰 위기에 처해 있다.

본래 사립학교는 교육에 특별한 관심을 가진 개인이나 단체와 국민과 나라를 위한 고급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세워진 교육기관이다. 따라서 모든 사립교육 기관은 국·공립 교육기관과 함께 국가가 필요로 하는 많은 인재를 양성하는 귀중한 책임을 지고 있다. 독재 국가를 제외하고는 모든 민주 국가는 국·공립 교육기관과 사립교육기관이 함께 힘을 합해 국가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특히 기독교는 기독교적인 신념에서 인재를 양성해 더 좋은 국가를 형성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국·공립학교 교육이 이룩하지 못하는 중요한 교육이념으로 훌륭한 시민을 양성하고 있다.

그런데 현재 정부는 일부 사립교육 재단의 비리문제를 구실로 사립교육재단의 특이성을 무시하고 편향된 이념교육을 침투시키기 위해 사립학교법을 개정하려고 한다. 이것은 사립학교 유지재단을 위해서 뿐 아니라 국가를 위해서도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독재 국가가 늘 쓰던 방법이다. 민주 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폭거다.

설립 이념 구현 못하고 재정 부담만 떠안아

원영상/한국사학법인연합회

학교 운영 주체의 일방적인 변경은 사립학교 제도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것이 되므로 자유민주주의를 기본 이념으로 하는 우리의 헌법과 국가 체제에 부합하지 않는다. 사립학교는 특정 사안이 독특한 건학 이념을 가지고 사재를 들여 다양하고 창의적인 방법으로 교육사업을 경영함으로써 국민교육에 기여하는 제도다. 사립학교는 시민 양성이라는 사명을 공립학교와 공유하면서 나아가 개인적으로 추가해 가질 수 있는 교육 필요를 충족시키시 위해 설립되는 것이다. 특히 종교계 사립학교는 공립학교가 충족시킬 수 없는 종교교육에 대한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학교로서 의미를 지닌다.

이런 사립학교에서 운영 주체를 법적 강제에 의해 바꾸면 사학 설립자의 신념에 따른 학교 운영이 불가능하게 된다. 즉, 교직원 임면권, 학생 선발권, 재정 운용권 등을 모두 넘겨준 법인은 학교 설립 이념 구현에 필요한 수단들을 모두 빼앗긴 채 재정 부담 의무만을 지게 된다.

법인에게는 재정 부담 책임만 지우고 학교장에게는 학교운영위원회의 결정사항을 집행만 하도록 하는 것이니 법적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과 학사 운영 총괄 책임자인 학교장이 모두 배제된 사립학교는 사립학교로서의 기강이 무너진 비 정상적인 학교가 되는 것이다. 더구나 대부분의 학교에서 학생 교육보다는 학교 운영권 장악에 더 관심을 갖는 특정 교원집단의 교원들이 학교 운영의 주도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높으며, 그렇게 될 경우 학생들을 상대로 실시하는 특정 이념에 의한 의식화 교육이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않고 확산돼 나갈 것이다.

사립학교는 건학 이념 실현을 통해 존재의 의미를 찾게 된다. 특히 종교 단체가 설립한 학교의 건학 이념은 더욱 중시되며 종교계 학교의 건학 이념의 핵심은 종교교육에 있다. 종교계 학교가 종교교육을 실시할 수 없게 된다면 그 학교는 더 이상 존재할 의미가 없어진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4백50여 개의 종교계 학교가 운영되고 있다. 평준화 지역 내에 있는 중·고등학교의 경우 학교 선택권이 없는 학생들이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종교계 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이들 학생과 학부모들은 대체로 종교교육에 시간을 할애하는 것을 불만스럽게 여기는 경향이며 특히 상급 학교 진학을 앞둔 때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지금까지는 설립자가 평준화 정책의 장애에도 불구하고 건학 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가능한 방안을 찾아 종교교육을 실시해 왔으나 학교 운영권이 학교법인으로부터 평교원들에게로 넘어갈 경우 건학 이념 구현에 충실하기보다는 학부모와 학생 그리고 학내 구성원들의 현실적 요구를 더 중시하게 되어 종교교육을 중단하려 할 것이다. 종교계 학교에서 종교교육을 자유롭게 실시할 수 없게 된다면 이는 곧 종교를 전파하는 자유가 침해되는 것으로 귀결될 것이 자명하다. 우리 국민 누구도 종교의 자유가 인정되지 않는 나라에 살기를 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현재 정치권이 추진하는 사립학교 개정안은 학교법인의 학교 운영권을 평교원들에게 넘겨줌으로써 학교의 운영 주체를 바꾸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사립학교제도의 본질상 운영 주체를 바꾼다는 것은 사립학교 설립자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며, 이는 곧 사립학교제도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사립학교 설립자를 배제하면 자연히 건학 이념의 변경을 초래할 것이며 이는 종교계 학교의 종교교육의 자유를 침해하게 되고, 나아가 종교 전파의 자유를 침해하는, 즉 종교 탄압의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이 개정안은 어떤 어려움을 무릅쓰고라도 종교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또한 국가의 백년대계를 바로 세우기 위해 반드시 저지하지 않으면 안될 국민 모두의 과제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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