량강도 폭발이 주는 교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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량강도 폭발이 주는 교훈들
  • 승인 2004.09.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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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관지목사/목양교회

지난 9일 북한의 량강도 김형직군에서 발생한 대형 폭발은 많은 의혹을 남긴 채 수력발전소 건설을 위한 폭파작업 과정에서 생긴 것이라는 북측의 해명으로 봉합되어 가고 있는 것 같다. 지난 4월 22일 룡천에서 대규모 열차 폭발사고가 일어났을 때 필자는 바로 이 지면을 통해 룡천이 과거에 교회들이 유난히 많았던 점을 들어 한국교회는 이 사건을 북한교회에 대한 관심을 갖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번 량강도 폭발을 통해 우리는 어떤 교훈을 얻어야할까? 첫째, 북한의 현재 모습에 익숙해져야 한다. 많은 사람들은 량강도라는 지명에 낯설어 한다. 사고가 발생한 지점인 김형직군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 북한은 1952년에 행정구역을 크게 개편했는데 우리는 아직 예전 지명과 행정구역에 익숙해 있는 실정이다. 자강도라든가, 황해북도, 황해남도 같은 신설 지명은 모르거나 거부감을 느끼는 분들이 많다. 북에도 강원도가 있고 원산이 강원도의 도청소재지라고 하면 그것이 무슨 이야기냐고 원산은 분명히 함경남도에 있는 도시라고 한다. 우리는 통일 이후의 삶을 연습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현재 행정구역이나 절기, 기념일 등 북한의 현재 모습을 낯선 것으로 여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둘째, 남북의 표기법이 더 이상 달라지지 않도록 힘써야 한다. 룡천 열차폭발사고 때 어느 매체는 ‘용천’으로, 어느 매체는 ‘룡천’으로 적어서 혼선이 일어나고 있는데 이번에도 ‘량강도’와 ‘양강도’가 마찬가지 현상을 보이고 있다. 북한의 문화어 표기법은 두음법칙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난다. 필자는 최근 김일성의 외종조부이며 조선그리스도교련맹 설립자인 전 북한 부주석 강량욱(康良煜)에 대한 논문을 쓰기 위해 그에 관한 자료들을 조사한 일이 있었다. 국내 자료에 그의 이름이 ‘강량욱’, ‘강양욱’ 두 가지가 혼용되고 있어 논문의 첫 면에 이름 표기 문제를 각주로 해명한 일이 있었다.

최근 남북한 사이에 공동으로 연구되는 분야들이 많다. 최근에는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문제로 이 문제에 대한 공동 대응이 활발해지고 있고, 문화재 연구와 관리 같은 것도 협력이 거론되고 있는데 언어의 접근이 이뤄지도록 힘써야 한다. 한글에 생명과 활력을 준 것이 바로 기독교라는 사실을 생각하며 교회는 이 문제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셋째, 북한의 특정 개인에 대한 지나친 숭배 현실을 새롭게 인식해야 한다. 폭발이 일어난 김형직군의 원래 이름은 후창군(厚昌郡)인데 1988년에 현재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김형직은 김일성의 아버지이다. 북한에는 특정 인물, 특히 김일성 일가의 이름을 딴 지명이나 기관들이 많이 있는데 특히 량강도에 집중돼 있어서 신파군은 김정숙군, 풍산군은 김형권군이 됐다. 백두산과 개마고원을 품에 안고 있는 량강도는 과거 김일성이 항일 무장투쟁을 하던 곳으로 알려져 이렇게 된 것인데 량강도에는 김일성 동상, 사적탑, 사적관들이 유난히 많아, ‘혁명전통교양의 대노천박물관’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

이번 일과 관련해 ‘김형직군’이라는 이름을 들을 때마다 우리는 북한이 특정 개인에 대한 숭배가 도를 넘어섰음을 새롭게 인식한다. 이 같은 현상이 시정되기를 바라는 것을 북한을 위한 기도 제목에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 이번 폭발은 뒤늦게 알려졌고 그 모습도 정확하게 전해지지 않고 있다. 참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의 교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전능하신 분이 북한 문제에 극적으로 개입하실 것을 더욱 간절하게 바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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