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여름이 무더웠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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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름이 무더웠던 이유
  • 승인 2004.09.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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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익목사/신촌성결교회

금년은 예년에 없던 무더위로 참 힘든 여름을 보냈다. 추운 것도 견디기 어렵지만 도를 넘는 무더위도 참아내기 힘들다. 금년 더위를 더 무덥게 만든 것은 경기 불황이다. 지금 이 나라를 휩쓸고 있는 불황은 가히 살인적이다. 모두 이구동성으로 한숨을 내 쉰다. 여기에 우왕좌왕하는 정치권의 언행들이 또 열을 내게 만들었다. 갈등을 조장하는 정치권의 행태, 대통령의 성숙하지 못한 언행과 갈등 부추김, 천정부지로 치솟는 고유가, 노사분규, 빨치산 비전향수 장기수의 민주화 공헌 등 그렇잖아도 이래저래 열이 올라 있는 이 여름을 더욱 무덥게 만들었다.

또 하나의 요인은 사람 죽인 뉴스일 것이다. 34세의 젊은이가 10여 년 동안 20여 명의 사람을 죽였다고 한다. 이런 일이 이 땅에서 일어날 수 있단 말인가. 그것도 서울 한복판에서 발생한 사건이다. 말도 안되는 사건이 우리들 주거지역에서 저질러지고 말았다. 더 한심스러운 일은 이웃의 사람들이 10여 년 동안이나 그런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살았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지금 우리들이 뭔가 삶을 잘못 살고 있다는 이야기다. 사람들이 모두 돈과 성공과 출세를 위해 몰두해 살아가는 동안 이웃을 모르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한창 미래의 꿈을 이루기 위해 동분서주해야 할 나이인데 그런 어처구니없는 사건을 일으킨 것이다. 사람들이 모두 보이는 것에 집착해 살아가고 있음이 문제일 것이다. 그래서 모두 아래만 바라보고 살아간다. 모두 현실적인 문제에만 몰두해 살아가는 동안 사람들이 이웃과 벽을 쌓고 너를 생각하는 여유가 없이 살아온 결과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 젊은이는 잡히지 않았더라면 1백 명은 더 죽였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우리 사회가 어쩌다가 이 젊은이의 가슴에 이런 분노와 자포자기의 심정을 심어주었단 말인가. 이즈음에 와서 우리는 이 젊은이에게만 잘못을 돌리고 타락을 꼬집고 한탄만 할 수 있단 말인가. 지금 우리는 분명 잘못된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 결과 오늘 우리 사회에서 도저히 있어서는 안되는 일들이 매일같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사람은 아무리 현실의 삶이 중요하다고 해도 땅 위의 일만 생각하고 소유하고 누리는 일에만 몰두해 살아갈 수 없다. 그 이상의 것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사색하고 생각하는 삶이 주어져야 한다. 거기서 삶의 이유가 주어지고 사명이 주어지고 너를 생각하게 하는 정신도 발휘되는 것이다. 경제 부흥도 좋고 아파트에 거주하는 삶도 소중하지만 우리는 이 경제 부흥이라는 미명 하에 너무나 소중한 것들을 모두 잃어버린 처량해진 우리의 삶의 모습을 씁쓸한 마음으로 되돌아보고 있다.

이제 하늘의 별을 올려다보며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 하나님이 별을 만드신 이유는 사람들이 탁한 공기 속에서 살아가다가 하늘의 별을 보고 마음과 정신과 생각을 맑게 하라는 뜻일 것이다. 별을 보면서 추해진 마음을 닦고 정신을 가다듬고 잃은 꿈을 되찾으라고 만들어 놓으신 것이다.

그러나 별이 하늘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세상을 살아간 위인들, 사명자들, 성자들, 헌신자들도 모두 별이다. 그런 사람들은 삶을 바로잡아 주는 기준이었고 잣대였고 표본이었다. 그래서 하나님은 시대마다 성자들과 위인들을 세워 사람들로 하여금 그들을 바라보고 자신의 모습을 되새겨보고 흐트러진 자세를 바로잡도록 하셨다. 그런 위인들이 있었기에 그 시대에 메시지가 주어졌고 기준이 세워져서 그 시대 사람들로 하여금 혼돈의 세상에서 자신을 세우도록 만드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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