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셔널 처치, 교회의 거룩을 넘어 일상의 거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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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셔널 처치, 교회의 거룩을 넘어 일상의 거룩으로”
  • 남양주=이인창 기자 
  • 승인 2022.12.07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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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도서관’, ‘엄마 모임’ 등 “교회는 사랑방”
1천평 부지 활용하며 마을공동체와 소통 활발

경기도 남양주시 오남읍에 위치한 오남소망교회(담임:이대복 목사)는 최근 개통한 지하철 4호선 오남역에서 걸어서 10여 분이면 닿을 수 있다. 옛날 조립식 예배당 입구에는 큼지막하게 백석총회 마크와 교회 이름이 걸려 있다. 우측에는 잘 가꾸어진 앞마당과 나무들이 여전히 짙은 늦가을 색깔을 뽐내고 있다. 얼마 전 시작했다는 교회 건축을 위해 터 닦기가 마무리된 땅도 보인다.

오남소망교회는 1995년부터 이곳에서 예수 복음을 전해왔다. 지금은 마을공동체와 소통하는 다양한 사역을 전개하며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다. ‘미셔널 처치’ 비전을 따라 도약하고 있는 오남소망교회 사역을 들여다본다. 

이대복 담임목사와 천연정 사모는 미셔널 처치 비전을 세워가며 오남소망교회가 마을공동체 사역을 위한 플랫폼이 되도록 이끌어가고 있다. 

목회의 길로 이끄신 하나님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제 꿈은 목사였습니다. 아버지가 목사님이셨고 목사가 되는 게 싫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군 제대 후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시면서 하나님을 원망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신학을 하더라도 조금 있다 하고 싶었는데, 어머니가 완강하게 반대하셨죠.”

백석문화대에서 영어를 전공했던 이대복 목사는 군 제대 후 여행 가이드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천국 가이드를 조금 일찍 시작하는 게 낫지 않겠냐는 어머니의 말씀이 그의 마음을 크게 울렸다. 하나님을 이해하기 어렵고 물음도 깊었던 시간이 있었지만, 순종하는 마음으로 백석대 신대원에 진학했다. 

가이드를 하고 싶었던 영향인지 지금도 교회 청년·학생들과 해외 선교를 가면 마음이 설렌다. 영어로 설교를 하고 찬양 인도까지 할 수 있어서 더 폭넓게 사역을 감당하곤 한다. 이 목사는 제 2의 인생은 선교를 위해 살고 싶다는 마음을 늘 품고 있다. 

이 목사는 신생중앙교회에서 5년 동안 부교역자로 훈련을 받은 후 2010년 청빙을 받아 오남소망교회를 이끌고 있다.

오남역이 개통되면서 지역은 더 개발될 테지만, 처음 오남소망교회가 설립될 때만 해도 이 지역은 논밭과 양계장만 보일 정도로 낙후된 시골이었다. 

천웅의 원로목사는 1980년대 서울 동대문구 창신동에서 개척 목회를 하다 1995년 오남으로 교회를 이전하게 됐다. 다시 개척하는 마음으로 1천평 부지를 마련하고 “오직 예수 재림신앙으로 무장하자”는 비전을 실천해왔다. 당시 이렇게 큰 땅이 필요 없었지만, 원로목회자는 먼 미래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오남소망교회 사역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오남소망교회 성도들은 교회의 거룩을 넘어서 일상의 거룩으로 나아가는 평신도 사역을 이루어갈 것입니다.”

미셔널 처치의 시작 ‘작은 도서관’
이대복 목사는 40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목회 2기를 맞이하고 있다. 오직 재림예수를 사모하는 복음 신앙을 기초로 세우고, 이제는 ‘미셔널 처치’(Missional Church)라는 사역 방향을 세워가고 있다. 홈페이지에도 ‘미셔널 처치를 향하여’라는 구호가 당당하게 새겨져 있다. 

“사도행전 2장 43~47절 말씀에 따라 ‘초대교회 역사가 나타나고’, ‘불신자를 구원하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교회’가 되는 것이 비전입니다. 미셔널 처치로 사역 방향을 정하고 남양주시청을 들어가 이것저것 알아보다가 ‘작은 도서관’이면 우리 교회가 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교회에 있는 공간 10평에다 책상 6개, 책 1천권이면 당장 시작할 수 있겠더라고요.”

2016년 가을이었다. 남양주시 작은도서관으로 공식 등록한 이래, 도서관은 마을주민들도 찾는 사랑방 같은 공간이 됐다. 보여주기식이 아니라 진짜 마을공동체와 소통하며 운영한 결과 남양주시에서는 유일하게 A등급을 받은 도서관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대복 목사가 비전과 방향을 정하면 이를 구체적으로 이뤄가는 역할은 천연정 사모와 교인들의 몫이다.

“도서관은 모판이었던 것 같아요. 도서관을 하면서 경기도교육청에서 하는 ‘꿈의 학교’ 사업도 하게 되었고, 엄마들과 소통하면서 자녀교육 문제를 나눌 ‘美친 사춘기 부모들의 모임’ 공동체도 만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이 공동체 안에서 엄마들이 자신을 발견하고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어서 감사하죠.”

천연정 사모는 작은 도서관에서 시작된 마을공동체 사업이 무궁무진한 확장성을 갖고 있다고 자신했다. 천 사모는 “큰 교회는 인력이나 재정 여력이 있지만, 우리 교회는 다른 길을 찾아내 우리가 할 수 있는 사역부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작은 도서관으로 하교 후 아이들이 찾아온다. 엄마들은 결혼 전 재능을 다시 발견하고 강의까지 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한다. 이제 그 엄마들이 다른 지역이나 문화센터에 강사로 초청되어 나가기까지 한다.

교회는 주민들이 더 자주 편안하게 올 수 있도록 교회 인근 공간을 임대해 작은 도서관을 새롭게 꾸미기도 했다. 비영리법인으로 등록하고 임대료와 장서 마련을 위해 여전히 교회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오남소망교회가 운영하는 '작은 도서관'에서 모임을 갖고 있는 엄마들은 재능을 다시 발견하고 강의까지 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하고 있다.
오남소망교회가 운영하는 '작은 도서관'에서 모임을 갖고 있는 엄마들은 재능을 다시 발견하고 강의까지 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하고 있다.

“미셔널 처치를 향하여”
이대복 목사는 “세상과 단절된 채 개인 신앙만 강조하다 오히려 복음의 사막화를 가져온 해외 교회 사례를 공부를 하면서 알게 됐다. 그런 차원에서 ‘미셔널 처치를 향햐여’ 비전을 수립했고, 우리 성도들과 함께 잘 따라가고 있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여전히 장년 비율이 높은 지역인데도 오남소망교회에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실제 교회 사역에서 차지하는 다음세대 비중도 크다. 그렇다고 내 교회만을 위한 사역을 하지 않는다. 

경기도교육청 위탁을 받아 운영하는 ‘꿈의 학교’의 정식 명칭은 ‘흙내음이 가득한 꿈의 학교’로, 꿈의학교에는 오남소망교회 교인들이 단 한명도 없다. 자연 텃밭을 조성해 체험공간으로 만들고 악기를 가르쳐주며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가능한 학교다. 정원이 20명인데 항상 대기자가 있을 정도로 호응이 크다. 40명으로 정원을 늘렸지만 지원자는 꾸준하다. 광고도 안하고 오히려 교회라면 찾아오지 않으려고 한다는데 입소문이 무섭다.

“가평, 의정부, 덕소 등 다른 지역에서 오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다른 학교는 학생 모집이 어렵다는데, 우리 학교는 대기자까지 있어요. 교회에서 보낸 시간이 좋은 추억으로 남아 주님을 만날 수 있도록 기도하고 있습니다.”

오남소망교회 교인들인 매주 목요일 새벽이면 오남역 주변에서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 활동을 하고 있다. <br>
오남소망교회 교인들인 매주 목요일 새벽이면 오남역 주변에서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 활동을 하고 있다. 

‘플로깅’ 실천하는 교회
오남소망교회 성도들이 전개하고 있는 미셔널 처치 사역은 끝이 없다. 목요일 새벽기도회 후 교인들은 오남역 인근에서 ‘플로깅’을 하고 있다. 플로깅은 산책을 하면서 쓰레기 줍는 보통 큰 도시에 일어나고 있는 환경운동 일환이다. 지역 언론에는 ‘오남플로깅단’으로 소개돼 칭찬이 자자했지만, 실은 모두 오남소망교회 교인들이다. 플로깅 단장도 천 사모가 맡고 있다. 

교회는 지역주민들에게 친환경 비누도 직접 만들어 나눠주고 있다. 교회에는 아예 쓰레기통을 없애고 교인들도 텀블러를 활용하며 환경보호를 실천하고 있다. 교인들은 금요일이면 오남역 인근에서 복음을 전하고 있다. 오남역을 접수하다시피 했다는 표현이 맞을 듯하다. 최근에는 지역 내 14개 단체가 연대하는 ‘북적북적마을잔치’도 섬겼다. 행사를 성사되도록 뒷받침하고 300명분 음식도 모두 교회에서 준비했다. 수익금은 이주노동자 자녀들을 위해 기부했다. 

현재 오남소망교회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오랫동안 기도로 준비하며 소망했던 교회 건축이다. 교인들은 물론이거니와 벌써 마을주민들부터 언제 완공될지 관심이다. 온 세대가 함께 요리할 수 있는 ‘공유주방’, 중년들이 악기를 배울 수 있도록 하는 ‘내 인생 딱 한곡’ 프로젝트도 구상하고 있다. 주민들은 언제하냐고 기대하며 재촉한다. 이 목사는 교회 공간을 주민들이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도록 ‘커뮤니티센터’로 내어주는 목회를 계획하고 있다.

“교회의 거룩을 넘어서 일상의 거룩으로 나아가는 평신도 사역을 이루어갈 것입니다. 목사만 사역하는 것이 아니라 평신도들이 모든 곳에서 생활 선교사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우리 성도들과 함께 지역사회 안에서 복이 되는 교회 역할을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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