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의 샘물] 특별한 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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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의 샘물] 특별한 은사
  • 임문혁 장로
  • 승인 2022.11.24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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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문혁 장로/서울 아현교회 원로장로·시인·전 진관고등학교 교장
임문혁 장로
임문혁 장로

이제 고인이 된 소설가 최인호 선생의 <인연>이라는 수필집에는 어느 칼국수 집 이야기가 나온다. 칼국수 집 사장의 어머니는 전업주부였는데, 유독 칼국수를 잘 만드셨다. 하여 어머니의 오랜 소원은 칼국수 집을 내는 것이었다. 그러나 보수적인 법조계 교수 남편이 허락해 줄 리가 없었다. 그래서 아들이 어느 날 아버지 몰래 은행 돈을 융자하여 작은 칼국수 집을 차려드렸다. 어머니 소원을 들어드린 것이다.

개업 첫날, 아침부터 저녁까지 손님이 한 사람도 없었다. 문을 닫으려는데 한 사람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리고 연이어 세 사람이 함께 들어와 자리에 앉았다. 모두 칼국수를 시켰다. 생전 처음 손님을 맞은 어머니는 긴장감으로 손을 떨며 칼국수를 만들기 시작했다.

한 십 분이 지났을까, 드디어 칼국수가 다 끓었다. 그런데 한 젓가락을 맛본 어머니는 칼국수 4인분을 통째로 쓰레기통에 버렸다. 이 칼국수를 도저히 손님에게 내놓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어머니는 다시 칼국수를 만들기 시작했다. 한 20분이 지나자, 손님이 화를 내기 시작했다. 아들은 손님에게 양해를 구했다. 드디어 두 번째 칼국수가 완성되었다. 그런데도 어머니는 이번에도 맛을 본 후, 다 끓인 칼국수를 다시 쓰레기통에 부어버렸다. 이유는 형편없는 칼국수를 손님에게 내놓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30분이 지나자 화가 난 손님 세 사람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나가버렸다. 한 사람이 남았다. 웬일인지 그 사람은 신문을 보며 기다려 주었다. 다시 칼국수가 나왔다. 어머니의 얼굴에서는 땀이 비 오듯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 손님은 드디어 칼국수를 먹기 시작했고, 어머니는 그 옆에서 안절부절 못하고 서 있었다. 손님은 칼국수를 다 먹고 국물까지 후루룩 다 마셨다. 그리고 어머니에게 이렇게 말했다.

“내가 칼국수를 좋아해서 온갖 동네의 칼국수를 다 먹어 봤지만 이렇게 맛있는 것 처음 먹어봅니다. 이 집은 분명히 단골들로 넘쳐날 겁니다. 이렇게 정성을 다해 만든 음식을 어디서 먹어보겠습니까?”

손님의 예언대로 칼국수 맛은 곧 소문이 나기 시작했고, 식당은 개업한 지 한 달도 안 돼서 유명해졌다. 사람들이 재료값을 줄이고 이윤을 많이 남겨야 한다고 충고하면 어머니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내 국수를 많은 사람이 정말 맛있게 먹어주는 게 좋습니다.”

우리 교회 한 권사님의 칼국수 맛도 일품이다. 특별한 재료가 들어간 것도 아니고 별달라 보이지도 않는데 입맛을 끌어당기는 깊은 맛이 있다. 한 권사님은 칼국수뿐만 아니라 다른 음식도 잘 만드신다. 음식솜씨가 좋으시다. 그리고 음식 만드는 것을 무척 좋아하신다. 한 권사님은 우리 교회 식당 봉사부장이시다. 우리 교회 성도들이 교회에서 점심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것은 다 한 권사님 덕분이다.

사실 음식을 만드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좋은 재료를 사기 위해 시장을 봐야지, 가지고 와서 씻고 다듬어야지, 썰고 자르고 조리해야지…. 그런데도 그런 것을 권사님은 귀찮아하지도 않으신다. 뚝딱뚝딱, 조물조물, 보글보글 금방 만들어 내신다. 권사님은 음식 만드는 것이 재미있다고 하신다. 사람들이 맛있게 먹는 것을 보면 행복하다고 하신다. 

음식을 만드는 게 행복한 사람은 식재료를 사러 가는 시간부터 행복하다. 이것은 이렇게 해서 먹이고, 저것은 저렇게 해서 먹여야지. 먹는 사람이 맛있게 먹으며 행복해 하는 모습을 떠올리면 본인은 먹지 않아도 절로 행복해진다. 10분 먹으려고 3시간 걸려도 즐겁고, 다듬고 손질하며 아 이 채소는 어쩌면 이렇게 싱싱하고 향기로울까, 이 생선은 어쩌면 이렇게 신선하고 통통할까 감사하며 찬송하고, 썰고 볶으며 완성된 음식을 기대하며 기도한다.

요즘 TV를 보면 음식 관련 프로그램이 무척 많다. 요리법, 맛집 기행, 한국인의 밥상, 골목식당 등등 수도 없이 많다. 그리고 요리 잘 하는 ‘쉐프’들의 인기가 연예인을 능가할 정도다. 그런가 하면 ‘대통령이 드셨던 자장면’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줄 서서 기다리고, 대통령이 자주 찾았던 칼국수집이라고 해서 그 집 앞에 문전성시를 이루기도 한다.

음식솜씨도 하나님이 주신 특별한 은사라고 생각한다. 우리 교회 한 권사님은 음식을 잘 만드는 은사를 받으신 분이다. 한 권사님도  TV에 나오는 유명 쉐프 못지않게 인기가 많으시다. 권사님은 전도도 떡볶이 전도, 부침개 전도 같은 음식 전도를 하신다.  맛있는 김치를 담가 한 그릇 담아 들고 이웃집 문을 두드린다. 맛있는 김치와 부침개 떡볶이에 마음이 저절로 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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