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가짜가 많습니다. 때로 ‘일류’ 기술자들이 만들어낸 모작이 전문가들의 눈을 속여 화랑과 박물관에 소장되기도 하고, 심지어 모조품인 줄 알면서 거래가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모조품이 만들어지는 것은 진품이 값지기 때문입니다. 귀한 작품이 아니라면 애초에 가짜를 만들려하지 않았을 테니까요. 예언도 모조품이 있었습니다. 예언자를 사칭하는 사람들이 하나님의 이름으로 말씀을 전하고 다녔습니다. 하나님이 부르시지도 않았고 말씀을 맡기신 적도 없었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얻고 힘을 행사한 이 사람들은 진짜 예언자들을 밀어내고 핍박했습니다. 짝퉁이 진품보다 더 대접을 받는 어이없는 상황도 곧잘 일어나곤 했습니다. 바벨론의 침공과 유다의 몰락, 성전의 파괴를 예언하고 70년간의 포로생활은 확정되었으니 하나님께 기도할 것도 없다고 하는 예레미야의 예언은 실로 파격적이었고, 유다 백성들이 생각했던 하나님의 성품과 맞지 않게 들렸습니다. 백성들은 예레미야를 이단으로 몰고 마녀사냥의 제물로 삼았습니다. 그러나 예레미야는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자신이 진짜이고 자신을 몰아세우는 자들이 가짜인 것을 확실히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예언은 그저 미래에 관한, 미래를 예측하는 말이 아닙니다. 대한민국 교육의 미래, 주식시장의 미래, 대선 결과를 논하는 전문가들의 ‘예언’은 성경의 예언과 출발점이 다릅니다. 성경 예언의 주관심사는 미래의 예측이 아닌 현재의 결단에 있습니다. 종종 일반적 예언을 미리 예 자 예언(豫言)으로, 성경의 예언을 맡길 예 자 예언(預言)으로 쓰는 것은, 한자 표현의 역사적 출현에 의문점이 있긴 하지만 의미심장한 뜻풀이라고 하겠습니다.
예언자는 하나님을 뵙고 그분께서 주신 말씀을 전하는 대언자이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과정 없이 하나님의 뜻을 빙자해 “다 괜찮을 거야. 평강을”이라며 돌아다니던 사람에게 하나님이 말씀하십니다 “만군의 여호와께서 이와 같이 말씀하시되 너희에게 예언하는 선지자들의 말을 듣지 말라 그들은 너희에게 헛된 것을 가르치나니 그들이 말한 묵시는 자기 마음으로 말미암은 것이요 여호와의 입에서 나온 것이 아니니라 항상 그들이 나를 멸시하는 자에게 이르기를 너희가 평안하리라 여호와의 말씀이니라 하며 또 자기 마음이 완악한 대로 행하는 모든 사람에게 이르기를 재앙이 너희에게 임하지 아니하리라 하였느니라”(23:16) 거짓 예언자를 꾸짖으신 것은 당연하지만, 그것을 듣고 동조해주는 자들을 “[하나님]을 멸시하는 자”, “제 마음의 고집대로 행하는 자”라 부르신 것이 충격적입니다.
오늘날도 마찬가지입니다. 청중이 좋아하는 설교, 쉽고 잘 들리는 설교를 한다면서 정작 하나님의 뜻과 거리가 먼 설교라면 전적으로 실패했다고 말해야 할 것입니다. “누가 여호와의 회의에 참여하여 그 말을 알아들었으며 누가 귀를 기울여 그 말을 들었느냐…그들이 만일 나의 회의에 참여하였더라면 내 백성에게 내 말을 들려서 그들을 악한 길과 악한 행위에서 돌이키게 하였으리라”(23:19, 22) 하나님의 임재 앞에 서서 그의 말씀을 들을 줄 아는 사람이라야 사람에게 말할 수 있습니다. 요즘 같은 말씀의 홍수 가운데에도 심령의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듣는 자의 완고함을 탓하기 전에 전하는 이들의 문제가 아닌지 안타까워해야 하겠습니다. “내 말과 내 전도함이 설득력 있는 지혜의 말로 하지 아니하고 다만 성령의 나타나심과 능력으로 하여 너희 믿음이 사람의 지혜에 있지 아니하고 다만 하나님의 능력에 있게 하려 하였노라”(고전 2:4~5) 이렇게 전한 말씀과 인기에 취한 이들이 전한 말들이 같을 수 있습니까? 겨가 알곡과 같을 수야 없지요(24절).
백석대 교수·구약신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