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후 찾아오는 '집단 트라우마'…교회가 할 일은 '들어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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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후 찾아오는 '집단 트라우마'…교회가 할 일은 '들어주는 것'
  • 손동준 기자
  • 승인 2022.11.08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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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간접 경험한 이들도 고통 호소
목회자들에게도 상담 요청하는 일 많아져
영적인 해석보다는 '들어주는 마음' 요구돼

교회는 ‘집단 트라우마’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이태원 참사 애도 기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참사로 인해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우선 희생자 유가족과 생존자들에게서 심각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발생하고 있다. 이밖에 사건 당일 현장에서 찍힌 사진과 동영상 등이 미디어를 통해 여과 없이 노출되면서 일각에서는 ‘집단 트라우마’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는 상황. 이런 가운데 교회와 목회자들에게도 상담을 요청하는 일도 많아지고 있다.

9/11테러나 쓰나미, 세월호 참사처럼 국가나 지역, 전 세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재해가 발생하면 ‘집단 트라우마’나 ‘대규모 트라우마’, ‘사회적 트라우마’등의 단어가 언급되곤 한다. 엄밀하게 말해 이번 이태원 참사 후 대중매체나 SNS를 통해 사고를 접한 이들이 호소하는 증상은 ‘집단 트라우마’는 아니다. 백석대학교 상담대학원장 한재희 교수는 “사건을 직접 목격하지는 않았지만, SNS나 대중매체를 통해 봤던 모습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든가 사람이 많이 모인 곳에 가면 불안이 커진다든가 하는 것은 분명 큰 스트레스이지만 이 자체를 트라우마로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바로잡았다.

한 교수는 그러나 “우리나라가 워낙 불안이 큰 집단이고 집단주의 문화 속에서 남이 당한 일을 자기가 겪은 것처럼 연결하는 경향이 크다”며 “세월호도 마찬가지고 이번 이태원 참사도 자녀세대라 할 수 있는 젊은이와 어린아이들의 피해가 컸던 만큼 심리적으로 크게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시민들의 머릿속에서 안전에 대한 신뢰가 깨진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한 교수는 “일반적으로 사건 사고는 어디서든지 일어날 수 있는 것인데 이런 집단적인 참사 후에는 안전한 사회에서 살고 있다는 신념이나 신뢰가 꺼지면서 소위 가설적인 사고방식들로 이어진다”며 “가령 ‘그럴까봐’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이런 것들이 심해지면 트라우마로 연결된다”고 했다.

이럴 때는 자신의 심정을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트라우마를 막을 수 있다. 다행히 정부에서는 이태원사고에 대한 심리지원을 강화하기 위한 ‘마음안심버스’를 전국으로 확대하고 상담전화(1577-0199)를 운영하고 있다. 마음안심버스는 국가적 재난 등이 발생하면 신속하게 현장에 투입되어 재난과 사고 등으로 인해 심리적 지원이 필요한 사람들에 대한 심리 상담 및 지원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는 공공 서비스다.

이밖에 한국상담학회(1522-8185), 한국심리학회(1670-5724), 한국기독교상담심리학회(온라인 Zoom 상담) 등도 무료 상담을 제공하고 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은 ‘이태원 참사’ 현장에 있었거나 사랑하는 이를 잃은 기독청년을 대상으로 특별 상담을 운영한다. 주 1회 50분씩 총 5회기 상담을 무료로 제공한다. 신청은 기윤실 홈페이지를 통해 가능하다.

한편 한재희 교수는 목회자들에게 관련 상담 신청이 들어올 때 몇 가지를 주의해달라고 당부했다. 할로윈 문화에 대한 지나친 해석이나 사고 장소에 갔던 사람들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금물이라는 지적이다. 한 교수는 “사건 이면의 영적인 측면을 강조한다거나 불안의 현상을 설득하려고 하기보다는 그냥 경청하고 들어주는 마음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불안을 호소하는 마음을 인정해준다면 더 빨리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다”고 말했다.

‘하나님의 돌보심’이나 ‘신뢰’에 대한 성경 구절을 짚어주는 것은 불안을 이겨낼 수 있도록 돕는 좋은 방법이다. 한 교수는 “크리스천으로서 안전한 사회를 위해 어떻게 공헌할지 기도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안전한 사회임에도 여전히 하나님이 살아계시고 함께 하심을 강조하는 것이 좋다”며 “우리가 하나님의 뜻을 다 알지는 못하지만, 언제 하나님 앞에 설지 모르기 때문에 하루하루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을 살도록 이끌어 주는 것이 바람직한 목회자의 역할”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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