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으로 변화된 탈북청소년들은 북한선교의 마중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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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으로 변화된 탈북청소년들은 북한선교의 마중물입니다”
  • 김수연 기자
  • 승인 2022.10.11 15: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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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중기획 - 한국교회 미래를 품다(31) 국내 최초 탈북청소년 대안학교 ‘하늘꿈중고등학교’
하늘꿈중고등학교는 다양한 직업교육 및 특별활동을 제공한다. 사진은 탈북청소년들이 오케스트라 수업에 임하는 모습.
하늘꿈중고등학교는 다양한 직업교육 및 특별활동을 제공한다. 사진은 탈북청소년들이 오케스트라 수업에 임하는 모습.

우리나라에서 미리 온 통일세대로 불리는 탈북청소년들의 삶은 치열하다. 북한에서 극심한 식량난과 가족해체를 견디다 못해 목숨 걸고 사선을 넘었지만, 어렵사리 발 디딘 남한은 기회의 땅이 아닌 또 다른 전쟁터다. 특히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교육권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처지는 한국사회 적응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경기도 성남시 복정동에 위치한 하늘꿈중고등학교는 바로 이 같은 탈북청소년들에게 기독교 세계관에 근거한 전인적 교육을 제공해 국내 건강한 정착을 돕는 곳이다. 하늘꿈중고등학교 설립자인 임향자 교장은 하나님의 사랑으로 양육된 이들이 나아가선 북한에 십자가의 은혜를 전하리라는 소망을 함께 내비친다.

남한에서도 소외된 아이들
2003년 개교한 하늘꿈중고등학교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탈북청소년 대안학교다. 2015년 경기도 교육청으로부터 중고등과정 학력 인가를 받은 이곳은 통일부의 지원과 더불어 많은 이들의 기도와 후원으로 운영되는 사랑의 학교이기도 하다.

임 교장이 처음 탈북청소년에게 관심을 두기 시작한 건 19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목사 안수를 받고 해외 선교사들을 길러내던 와중 중국 공안에 쫓기며 토굴 생활을 하는 탈북자들의 비참한 처지를 목격하면서다. 이를 외면할 수 없었던 임 교장은 그길로 하나원에 찾아가 남한가정에서의 탈북민 홈스테이를 제안하고 진행했다.

그러나 살아온 환경이 판이한 성인 탈북자들은 남한 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한 채 정착금만 날리는 경우가 속출했다. 이 과정에서 임 교장은 어른보다 아이를 교육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란 결론을 내렸다.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 임 교장은 결국 사비를 털어 탈북청소년 6, 교사 6명을 데리고 하늘꿈중고등학교를 열었다.

일각에서는 탈북청소년들만을 위한 대안학교가 오히려 그들을 폐쇄적으로 변하게 만든다는 우려도 제기하지만 임 교장의 소신은 확고하다.

실제로 남북하나재단이 실시한 ‘2020 탈북청소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탈북학생의 23.7%는 학교 수업을 따라가는데 어려움을 호소하며 학습·학업 지원’(57.2%)을 받고 싶은 지원 1순위로 선택했다. 특히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과목 수가 많아지고 수업 내용이 어려워지면서 기초학력이 부족한 탈북청소년이 학업을 포기하는 비율은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임 교장은 탈북청소년들은 입국 후 겪는 문화와 언어장벽, 정체성 혼란, 고향에 대한 그리움, 학습공백 등 다양한 이유로 공교육 시스템에 적응하기 어렵다이들이 남한에서 조력자나 돌봄의 울타리 없이 삶을 스스로 개척하기란 거의 불가능이기 때문에 맞춤형 교육기관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하늘꿈중고등학교 임향자 교장은 탈북청소년들을 가슴으로 품은 자식들이라 말한다.
하늘꿈중고등학교 임향자 교장은 탈북청소년들을 가슴으로 품은 자식들이라 말한다.

교사의 삶으로 전하는 복음
현재 70여 명의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는 하늘꿈중고등학교는 그동안 영어·수학 등 기초학력 증진을 위한 커리큘럼은 물론 바리스타·제과제빵 등 기술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 직업교육을 활발히 펼쳐왔다. 20여 명의 교사들은 학생들이 적성과 흥미에 따라 대학에 진학하거나 취업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 밖에도 하늘꿈중고등학교는 남한의 법과 사회를 이해시켜 줄 변호사 특강과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글쓰기 수업을 운영한다. 또한 남북 통합교육의 일환으로 지역 내 고등학교들과 주기적으로 만나 토론과 봉사활동을 실시한다. 남북청소년들이 일주일간 함께하는 영어캠프도 개최한다.

임 교장은 인성 지성 신체가 고루 성장하도록 탈북청소년들을 위한 다양한 특성화 프로그램을 자체 개발하고 있다우리의 교육목표는 아이들이 남의 도움 없이 제 밥벌이를 하는 완전한 자립이다. 정직한 노동으로 돈을 벌고, 그 돈을 다시 이웃과 나누는 삶의 가치를 탈북청소년들도 장차 알아야 한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하늘꿈중고등학교란 이름이 하나님의 꿈이란 뜻을 내포하듯이, 이곳은 탈북청소년들을 하나님의 자녀로 키워내기 위해 그룹홈을 운영한다. 현재 9명의 교사가 서울 각지에 흩어진 그룹홈에서 학생들과 24시간 함께 먹고 자며 동고동락하고 있다.

사실 탈북청소년들 가운데는 중도이탈자도 꽤 많아요. 남한 친구들과의 비교로부터 오는 상대적 박탈감, 외로움 등 여러 이유로 학업을 중단하고 말썽을 부리거나 자취를 감추는 거죠. 이런 아이들을 붙잡아주는 게 바로 하늘꿈중고등학교의 사명이에요. 날마다 예배와 기도로 병든 아이들의 마음을 치유하고 가족처럼 따듯한 울타리가 돼주는 것이 바로 우리의 일입니다.”

하늘꿈중고등학교가 공동체 생활인 그룹홈을 통해서 가장 기대하는 것도 인성의 변화다. 그도 그럴 것이 북한사회는 아이들의 인성을 망가트렸다. 생존이 최고의 덕목인 북한에서 거짓말과 도둑질을 서슴없이 일삼거나 탈북과정에서 생긴 트라우마로 남을 경계하고 손해의식에 빠져있는 아이들이 더러 있는 것이다.

탈북청소년들에게 근본적으로 복음이 먼저 전해져야 한다는 임 교장의 지론도 이런 연유에서 비롯됐다. “특히 그룹홈 교사들은 삶으로 믿음을 보이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선 엄청난 인내와 소망이 필요하죠. 교사들 스스로 헌신이라고 생각하면 못 버텨요. 통일이 되면 이 아이들이 북한으로 돌아가 예수님을 증거하리란 선교적 소명이 있어야 합니다.”

그룹홈에서 학생들이 교사와 함께 생일파티를 하고 있다.
그룹홈에서 학생들이 교사와 함께 생일파티를 하고 있다.

주의 자녀로 거듭난 인생
지금까지 하늘꿈중고등학교를 거쳐간 학생은 600명에 이른다. 예수님께 인도된 아이들은 실로 놀라운 열매를 맺었다. 이들은 매주 월요일 주도적으로 채플예배를 이끄는가 하면 교사를 신뢰하고 자신의 속내를 고백하거나 학교의 소리에 귀 기울이기 시작했다.

덕분에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줄여간 아이들은 사회 다양한 분야에 진출해 삶을 개척해가고 있다. 우수한 성적을 바탕으로 상위권 대학에 진학하거나 간호사·물리치료사 등 전문직에 취업하는 등 각자 재능을 살려 꿈을 이뤄가고 있는 것이다.

재학생이나 졸업생들이 저를 엄마로 불러요. 저 또한 이들을 가슴으로 품은 자식들로 여기죠. 제일 감사한 건 학교를 향한 아이들의 사랑이에요.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학교를 찾아와서 근황도 들려주고 맛있는 간식도 대접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내가 이 사역 안 했으면 어쩔뻔했나!’ 싶죠. 하나님의 자녀로 거듭나 새 인생을 살아가는 아이들은 그 자체로 기적입니다.”

앞으로도 하늘꿈중고등학교가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을 행하는 건강한 터전이 되길 바란다는 임 교장. 바람으로 졸업생들의 신앙 집회인 홈커밍데이도 꾸준히 열고 있다.


탈북청소년 한 사람 한 사람을 세워가는 일은 비록 작은 일처럼 보이지만, 돌이켜보니 북한 선교를 위한 지름길이었습니다. 하나님은 단 한 명의 탈북청소년을 위해 흘린 눈물의 씨앗까지도 정성껏 돌보고 길러주셨죠. 사회에 진출한 아이들이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지 않고 계속 하나님을 붙들도록 돕는 건 우리의 사명입니다. 탈북청소년들은 먼 훗날 북한의 건강한 재건을 위한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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