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는 10대의 권리…포기 않고 기다리면 마음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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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는 10대의 권리…포기 않고 기다리면 마음 열려”
  • 손동준 기자
  • 승인 2022.08.24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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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중기획 - 한국교회, 미래를 품다(27) 경기북부 위기 청소년 품는 십대지기

‘소외된 수도권’ 경기북부 청소년 섬긴 지 22년
단기쉼터와 그룹홈 거쳐 간 이들만 만 명 넘어
직접적인 복음 사역 어렵지만 “길은 분명 있다”
십대지기 대표 박현동 목사. 박 목사는 지난 2000년 4월 의정부에서 ‘십대지기’를 세운 뒤 경기북부 청소년들를 진심으로 섬기고 있다.
십대지기 대표 박현동 목사. 박 목사는 ‘십대지기’를 통해 경기북부 청소년들을 섬기고 있다.

“문제아가 아니라 날개 다친 천사들입니다.” 올해로 만 22년째 경기북부에서 청소년전문단체 ‘십대지기’를 운영해 온 박현동 목사가 버릇처럼 강조하는 말이다. YMCA와 청소년교육선교회 등 전문단체 간사를 지내며 청소년 사역자로 전문성을 키워온 박 목사는 지난 2000년 4월 의정부에 둥지를 트고 십대지기라는 이름을 내걸었다. 

의정부를 중심으로 양주, 동두천, 포천, 연천 등 경기북부지역 5개 시군이 십대지기의 주 활동무대다. 경기북부는 군사도시로 발전이 시작됐다는 점에서 타 지역과 다른 특징을 갖고 있다. 박 목사는 “수도권이지만 문화적으로나 교육적으로 많이 소외된 지역”이라며 “선교적으로도 다른 수도권과는 달리 복음화율이 그리 높게 나타나지 못하는 곳”이라고 경기북부를 소개했다. 최근 몇 년 사이 한국 사회를 놀라게 했던 몇몇 청소년 강력범죄 관련 뉴스가 바로 이곳 경기북부에서 발생했다. 지역을 둘러싼 환경적 요인과 흉흉한 뉴스 사이에 연관성이 없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지역의 이런 풍토 한가운데에서 20년 넘도록 날개 다친 청소년들을 하나님의 사랑으로 품어온 곳이 십대지기다. 위기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사역이 본격화하기 시작한 것은 2003년부터다. 의정부시청소년쉼터 수탁과 함께 사역 대상이 교회 내 청소년에서 일반 청소년 및 위기 청소년으로 대대적으로 전환됐다. 이후 심야 거리 이동 상담, 공동생활가정 및 자립관 개소 등 지역 내 위기청소년을 보호하며 가출 및 각종 청소년 문제에 노출된 아이들을 돕기 위한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다림이 사역의 반

십대지기의 ‘청소년쉼터’는 청소년복지시설로 가출청소년들이 주로 이용한다. 집을 나온 지 24시간이 지난 청소년이라면 누구나 들어올 수 있다. 한 번 입소하면 3개월간 거주할 수 있으며 2회 연장할 수 있다. 남자 쉼터와 여자 쉼터를 합쳐 해마다 600~700명가량이 입소를 한다. 이밖에 ‘사랑의 집’과 ‘꿈터’라는 이름의 그룹홈이 있다. 이곳에선 가정해체 후 부모의 양육권을 포기로 입소하는 아이들이 생활하고 있다.  그룹홈의 아이들은 부모로부터 ‘버림받았다’라는 상처를 가지고 있어서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 지금껏 십대지기의 청소년쉼터와 그룹홈을 거쳐 간 인원만 1만여 명에 달한다. 

박현동 목사는 시설의 대표로서 20년 가까이 십대들을 가까이서 지켜봤다. 청소년 연구자로서 만 개가 넘는 표본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그가 표현하는 요즘 아이들은 ‘고슴도치’다. 박 목사는 “심지어 시설 선생님들을 공격하고 ‘당신들은 우리 덕에 돈 받는 것 아니냐’고 거칠게 항의하기도 한다”면서 “갈수록 아이들이 폭력적이고 이기주의적으로 변한다. 세상에 자기만 피해자라는 인식도 강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비단 위기 청소년들만의 특성이 아니라 큰 틀에서 MZ세대가 가진 특징과도 연관이 있다”면서도 “보편적 돌봄만으로 이 아이들을 변화시킬 수 없다. 핵심은 ‘기다림’이다. 그것이 사역의 반이다. 그런데 그 기다리는 시간에 ‘기물파손’과 ‘상해’가 발생하고 품행장애나 행동장애로 인한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나타난다”고 했다. 

이어 “아이들을 끌어안으려는 노력이, 사람 대 사람으로 대하려는 진심이 통하기까지, 아이들은 끊임없이 아파한다. 돈 벌기 위해 하는 직업으로 접근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신앙’ 안에서 한 영혼을 품기 위한 끊임없는 기다림이 필요한 사역”이라고 덧붙였다. 

 

십대지기에서 진행하는 청소년 참여 프로그램 모습.
십대지기에서 진행하는 청소년 참여 프로그램 모습.

 

결국 진심은 통한다

‘청소년의 가슴에 그리스도의 비전을’이라는 모토를 가진 십대지기이지만 2015년부터 정부 시책에 따라 기관 내 신앙 활동을 의무화하기 어려워지면서 위기를 맞기도 했다. 실제로 많은 크리스천 기관들이 이 일로 쉼터나 그룹홈 사역을 포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십대지기 사역자들은 ‘내재화된 복음전파’ 방식을 전면으로 내세웠다. ‘진심’이 전해진다면 반드시 통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제가 관장이고 소장이지만 아이들 모두가 저를 ‘목사’로 부릅니다. 의도적으로라도 제 신분을 밝히는 것이죠.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이 ‘거꾸로 쉼터’라는 개념인데요, 진행하는 프로그램의 주도권을 아이들에게 맡기는 겁니다. 그 전까지는 선생님들이 만들어 놓고 아이들의 참여를 유도했다면, 이제는 아이들이 원하는 것들을 프로그램화 합니다. 그중에는 성경공부 모임도 있고, 자발적인 주일 예배도 있습니다. 희망이 보이는 것이 아이들로부터 동기가 나오니까 전보다 훨씬 응집력이 강하고 수용도도 높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생활 속에서 서로 영향력을 주고받으면서 시너지도 생깁니다. 위기 청소년, 가정 밖 청소년이 겪는 위기 상황이 아이들로 하여금 뭐라도 의지하고 싶게 만들죠. 이때 우리 사역자들이 진심으로 아이들을 기다려주면 반드시 신앙의 열매로 이어집니다.”

그러다 보니 십대지기 아이들이 묻는 단골 질문이 ‘쌤이 저에게 잘 해주는 이유가 교회 다녀서 그래요?’다. 박 목사는 “우리 사역자들이 인권 존중의 개념을 뛰어넘어서 아이들 하나하나가 하나님의 자녀라는 생각으로 대하고 있다”며 “당장 교회 출석을 하지 않더라도, 지금의 신앙이 아닌 앞으로의 기회가 많기 때문에 계속 씨를 뿌리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포기할 수 없다면 변해야

박현동 목사는 “청소년 사역자이기에 하는 말일지 모르지만, 여전히 10대는 생애 가장 드라마틱한 시기”라며 “아무리 상처 많은 아이라도 제대로 사랑하는 법, 생각하는 법, 신앙하는 법을 알려주면 열에 여덟은 수용하고 따라오고 훈련이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박 목사는 “요즘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가성비’(가격대비성능)로 따졌을 때도 10대는 결코 놓쳐서는 안 되는 시기”라며 “청소년 시기에는 그야말로 투자 없이도 일을 낼 수 있는 시기다. 포기할 대상이 결코 아니다. 물리적인 숫자가 감소하곤 있지만, 청소년이 가진 순수성, 잠재력과 미래지향적 성향은 어떤 세대보다 강력하다”고 강조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얼마 전에는 남자 쉼터에서 지내는 한 학생이 쉼터 교사와 겪은 갈등 내용을 인권위에 고발한 일이 있었다. 인권위는 합의를 권고했고, 학생은 합의 조건으로 교사의 퇴사를 요구했다. 박 목사는 “아이의 말도 틀린 것은 아니다. 위기상황에 내몰린 아이들일수록 더 많은 소리를 내는 것은 자연스럽다”면서도 “아이들이 ‘영악’해지고 있다. 어떨 때는 아이들의 요구를 들으면서 ‘헉’하는 경우도 많다. 정말 심할 때는 배신감을 느끼기도 한다”고 했다. 그러나 박 목사는 “예전의 수직적 관계에서 오는 체벌 방식은 바꿔야 한다. 아이들을 소유물로 봐선 안 되고 동역자로 보고 동행해야 한다”면서 “현재는 과도기와 같은 시간이다. 힘들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다면 변해야 한다. 사람이 바뀌고 현장이 바뀌었다면 우리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목사는 기성세대나 교회 어른들을 향해 당부의 말을 남겼다. 

“아이들이 가진 장점을 보면서 더 관심을 두면 좋겠습니다. 관심은 곧 예산이고 예산은 실제 아이들을 위해 사용돼야 합니다. 이것은 교회 안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말로만 ‘다음세대’를 외치기보다는 실제 시스템을 바꿔야 합니다. 적어도 청소년부 회장이라면 교회 운영위원회나 당회에서 발언할 기회라도 갖고 있어야 합니다. 아이들을 믿어주세요. 그리고 그 아이들에게 실수할 기회를 주면 좋겠습니다.”

십대지기 사무국과 청소년쉼터 외관.
십대지기 사무국과 청소년쉼터 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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