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에 지치고, 친구관계로 힘든 청소년들 맘 편히 쉬어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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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에 지치고, 친구관계로 힘든 청소년들 맘 편히 쉬어가세요”
  • 정하라 기자
  • 승인 2022.07.26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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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 한국교회, 미래를 품다]24.거리의 청소년 품는 ‘빛소카페’

13년째 청소년 문화공간과 안식처 역할
바리스타·제빵사 자격증…직업훈련 제공


어린 시절, 동네 아이들의 최고의 아지트는 단연 교회였다. 동네 아이들은 학교가 끝나면 자연스레 교회 교육관으로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교회 앞마당은 최고의 놀이터였고, 교육관에 모여 끓여 먹던 라면과 떡볶이는 그때 그 시절, 최고의 간식거리였다. 요즘 청소년들에게도 그와 같은 쉴만한 공간이 필요하다.

시간이 갈수록 멋들어진 교회 건물들은 많아졌지만, 거리의 청소년들이 쉴 수 있는 교회의 공간은 사라져가고 있다. 이렇듯 오갈 곳이 없는 아이들을 위해 쉼터를 제공하고, 취미활동과 직업훈련의 장을 만들어 주는 착한 동네 카페가 있어 화제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2009년 무료 공부방을 시작한 서민석 목사(39)는 13년째 같은 곳에서 청소년 휴(休)카페 빛소카페를 운영하며 지역의 청소년을 섬기고 있다. 

서민석 목사(39)는 13년째 같은 곳에서 청소년 휴(休)카페 빛소카페를 운영하며 지역의 청소년을 섬기고 있다.
서민석 목사는 13년째 같은 곳에서 청소년 휴(休)카페 빛소카페를 운영하며 지역의 청소년을 섬기고 있다.

청소년들을 위한 문화공간

빛소카페(대표:서민석 목사)는 청소년들을 위한 문화공간이자 안식처로서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서울시 송파구 오금동 현대아파트에 위치한 ‘빛소카페’는 아파트 단지 내 중앙부의 종합상가건물, 그것도 지하 안쪽에 자리를 잡고 있어 길을 물어물어 찾지 않으면 찾아가기 힘든 곳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파트 단지 내 청소년들뿐 아니라 거리의 청소년들이 하루에도 수십 명, 제집을 드나들듯 다녀간다. 학교 밖 거리의 청소년들도 이 카페의 단골고객이다. 참새가 방앗간을 드나들듯 주변 청소년 아이들에게 이곳은 ‘핫한’ 문화공간이다.

청소년을 위한 휴식공간이자 안식처로 빛소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서민석 목사를 지난 21일 빛소카페에서 만났다. 검은 벙거지에 꼬불꼬불한 단발의 파마머리, 대강 동여맨 베이지색 앞치마까지 한눈에 봐도 개성이 넘치는 모습이다. 자유분방해 보이는 복장에서부터 헤어스타일까지 카페를 드나드는 청소년들에게는 그의 작은 것 하나까지도 이야깃거리가 된다. 

“‘빛소’는 빛과 소금을 줄여 쓴 말로 영어로는 ‘vitsoo’인데, vit은 아기가 봇짐을 지고 있는 모습이고 t는 나무 트리의 t를 의미합니다. 아이는 나무처럼 잘 자라야 한다는 뜻을 담았습니다. 나무가 잘 자라면 많은 줄기와 열매를 맺는 것처럼 저희 카페가 청소년 아이들의 쉼과 힘이 되어주기를 바란다는 의미입니다.”

이곳에서는 공정무역 커피 원두로 내려진 커피를 비롯해 각종 쿠키와 베이커리, 파스타와 음식,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청소년들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별도의 메뉴판도 없앴다. 카페 한쪽에는 피아노 건반과 기타 등의 악기와 각종 보드게임이 비치돼 있다. 이곳에서는 바리스타, 제과&제빵 자격증 클래스, 인문학 수업, 음악수업, 요리수업 등 청소년을 대상으로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그는 “청소년이 많이 방문하기에 음료값은 저렴하게 받지만, 되도록 유기농 원두 등 최대한 고급재료만 쓰고 있다. 올해부터 서울시의 제로이스트샵에 선정돼 일회용품은 되도록 쓰지 않고 있으며, 친환경제품도 함께 판매하고 있다”고 전했다. 

청소년을 위해 ‘퍼주다시피’하는 카페 운영 방식으로 인해 사실상 큰 이윤을 남기기는 어렵다. 대신 2012년 서울시 마을공동체 지원사업에 선정돼 3년간 지원을 받았으며, 2014년에는 송파구 청소년 문화활동 등 4년간 지원사업에 선정되는 등 지역 네트워크를 통해 사실상 ‘은혜’로 운영되고 있는 카페다. 

서 목사는 “아이들이 부담 없이 놀러 올 수 있는 공간으로 많은 추억을 만들면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왜 이렇게 음료 가격을 싸게 받냐’는 아이들의 질문과 참견을 들으며 운영을 해오고 있는데, 먼저 마음을 열고 질문해 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직업훈련’과 ‘청소년 교류’의 장

청소년들과 그와의 특별한 인연은 ‘공부방’을 운영하며 처음 시작됐다. 대학에서는 교육학을 전공했지만, 조직 생활과는 맞지 않다는 생각에 공부방을 차렸다. 그 덕분에 그의 주변에는 늘 자라나는 청소년들로 가득했다. 

“학창시절, 과외선생님들이 봉사활동을 하는 모습에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2009년 대학원에 입학해 무료 공부방과 독서실로 ‘빛소’를 오픈했습니다. 교육봉사를 계속하다 보니 아이들의 간식과 음료를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에 2011년 빛소를 카페로 전환했습니다. 아이들이 부담없이 놀러올 만한 공간으로 활용하자는 생각에 빵을 굽고, 음식까지 만들게 됐습니다.”

그토록 많은 프로그램을 펼치면서도 그는 특별히 청소년들을 불러모으기 위해 애쓴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다만 아이들이 자유롭게 카페 공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청소년들을 이끈 비법이라면 비법이다. 서 대표는 카페에서 쓰이는 재료의 손질부터 음식까지 할 거리를 꾸준히 만들어 내며, 청소년들과의 의사소통의 매개로 삼는다. 

“이곳에선 아이들이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어요. 배고프면 음료수나 커피를 마시고, 빵도 만들거나 요리를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죠. 음악을 좋아하는 친구들은 악기도 다룰 수 있는 열린 공간입니다.” 

‘빛소’에 방문한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서 목사는 대안센터 사랑의학교, 또래울, 송파 청소년 인권영화제, 인투비전스쿨, 더미소작은도서관, 퍼스트페이지, 우리들학교 등 청소년들이 소속된 기관들을 알게 됐고, 이들을 통해 다양한 청소년들을 접하게 됐다. 현재 그는 사회적협동조합 ‘행복누리’ 이사장, 기독교 대안학교인 ‘인터비전스쿨’ 이사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무엇보다 그는 카페에 방문한 아이들을 최대한 진솔하게 대하려 애쓴다. “저에게 자신의 고민거리를 말하는 아이들에게 어떠한 조언이나 충고를 하려 하는 것이 아닌, 그들의 이야기와 삶의 고민을 듣고 최대한 공감을 해주려 노력합니다.”

그에 따르면, 청소년들의 마음을 얻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청소년들은 먼저 마음 문을 닫지 않는다. 그렇기에 그들의 심경을 조금만 헤아려주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여 주면 된다. 교회가 할 일은 이들을 위해 ‘열린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다. 다음세대가 ‘모이지 않는’ 교회에 대한 반성이 드는 대목이다. 그는 “막상 따지고 보면 요즘 아이들이 갈만한 곳이 없다. 아이들은 이곳에 와서는 ‘다른 곳은 문을 닫았는데 여기만 열려있어요’라는 이야기를 전한다”고 말했다. 

‘빛소’는 청소년들이 잡담을 나누는 문화공간이기도 하지만, 진로를 찾을 수 있는 ‘직업훈련소’의 공간이기도 하다. 국제커피교류협회(회장:김종열)와 MOU를 맺어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으며, 제빵사 교육과정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더불어 요리수업, 음악밴드, 인문학수업도 병행하고 있다. 현재까지 100여 명의 학생이 ‘빛소’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는 “이곳에는 다문화가정, 그룹홈, 학교밖 청소년 등 다양한 아이들이 찾아온다. 이 아이들과 야기를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진로에 대한 고민을 나누게 되고, 스스로 밥벌이를 해나갈 수 있도록 도울 방법을 찾게 된다”고 말했다.

“‘하나님나라운동’ 전파 기대”

카페에 오는 아이들에게 직접적으로 전도하지는 않지만, 청소년들에게 아낌없이 ‘퍼주는’ 그의 삶이 복음을 전하는 방식이다. 아이들과 대화하며, 자연스럽게 그가 목사라는 사실을 알게 된 아이들은 삶에 대한 고민을 나누거나 교회에 대한 질문을 늘어놓기도 한다. 끊임없이 질문세례를 퍼붓는 아이들을 위해 그는 항상 대답할 거리를 준비해놓는다. 또 장기적으로는 카페 공간 ‘빛소’에 교회를 개척할 마음도 품고 있다.

“아이들이 한순간에 변화시킬 수는 없겠지만, ‘빛소’를 통해 하나님에 대한 좋은 흔적을 경험하고 성령님이 이 아이들을 어루만져주실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 때에 아이들이 변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서 목사는 다음세대를 위해 교회가 할 수 있는 일도 제안했다. 그는 “세상의 유력자를 찾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찾으려 하는 것이 아니라 전혀 회복될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그들이 교회에서 치유받고 변화될 때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드러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백석대학교 학부를 졸업하고, 지난 2010년 신대원에 입학해 2014년 목사안수를 받은 그는 청소년을 향한 아낌없는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비결이 백석에서 배운 가르침에 있다고 강조했다. 

“저는 백석에서 개혁주의생명신학 7대 실천운동을 배웠고, 특별히 ‘하나님 나라운동’에 대한 비전을 품게 됐습니다. 사회의 공동선과 공공선을 강조한 교회론을 바탕으로 공적 자원으로서 교회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습니다. 이 땅의 교회가 세상의 눈으로 자라나는 청소년을 평가하지 않고, 이들을 위해 공간과 시간을 내어주는 교회가 됐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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