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 장애인을 연결, ‘브릿지’가 되는 그림 그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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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장애인을 연결, ‘브릿지’가 되는 그림 그려요”
  • 정하라 기자
  • 승인 2022.07.25 17: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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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알복지재단 ‘브릿지온 아르떼’ 작가와의 만남

뛰어난 집중력으로 미술 실력 발휘
비장애인과 장애인의 가교역할 기대

“그림을 그릴 때는 마음이 즐겁고 편안하고 나만의 세계가 펼쳐져요. 사람들이 제 그림 속에 있는 건물과 사람, 차들을 찾는 재미를 느끼면 좋겠어요.”

21일 오전 9시 반, 강동구청 인근에 위치한 미술작업공간 앤화실에서 네 명의 자폐성 발달장애인 미술작가들이 하나둘 자리를 잡고 그림을 그린다. 미술강사에게 인사를 건네고 이들을 자연스레 미술용 작업 앞치마를 두른 채로 각자의 자리로 향한다.

넓은 캔버스에 스케치를 하고, 아크릴 물감으로 색을 칠하는 이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붓끝에 알록달록한 색감의 물감을 펴 바르고 캔버스에 빠져들듯 그림을 그리는 이들의 모습이 인상 깊다.

밀알복지재단이 운영하는 ‘브릿지온 아르테’에 소속된 성인 발달장애인들이 그림을 그리고 있다.
밀알복지재단이 운영하는 ‘브릿지온 아르테’에 소속된 성인 발달장애인들이 그림을 그리고 있다.

장애인 ‘인식개선’ 강사로 활동

밀알복지재단(이사장:홍정길 목사)이 운영하는 ‘브릿지온 아르떼’에 소속된 성인 발달장애인들의 작업공간을 찾았다. 이들은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매일 세 시간 동안 이곳에서 그림을 그리며, 작품 창작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다양한 재능이 있어도 직업으로 연계되는 것이 어려운 상황에서 이들은 ‘브릿지온 아르떼’에 소속된 미술작가이자 장애인 인식개선 강사로도 활약하고 있다.

노재림 강사는 2019년부터 앤화실에서 ‘브릿지온 아르떼’ 작가들을 전문 미술작가로 양성하기 위해 교육해왔다. 노 강사는 “‘브릿지온 아르떼’ 소속 작가들과 함께 작업을 시작한 지는 이제 3년 정도 됐다. 이제는 제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각자 수업 전부터 그림을 준비하는 모든 것을 알아서 척척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침에 화실로 출근한 이들이 어떤 그림을 그릴지는 전적으로 본인의 선택에 달려있다. 작가에 따라 흥미를 갖는 주제도 잘 그리는 분야도 다르다. 그렇기에 노 작가는 전체적인 방향성을 제시해줄 뿐 밑그림을 그리고, 색을 칠하며 그림을 완성해가는 것은 모두 작가의 몫이다.

노 강사는 “아무래도 발달장애인 미술작가들이다 보니 처음에는 소통문제로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함께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적응하게 되고, 유대감도 깊어지게 됐다. 열정적으로 작업하는 이들의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그는 또한 “발달장애인 미술작가들의 특징이 있다면, 뛰어난 집중력이다. 한번 자리에 앉고 붓을 들면 다른 일을 하지 않고 집중해 그림을 그린다”며 혼신을 다해 작업하는 이들을 격려했다. 세 시간 동안 흐트러지지 않는 모습으로 작업에 열중하는 이들을 위해 노 작가는 중간중간 간식을 챙기고, 스트레칭을 하도록 돕고 있다.

“그림을 그릴 때 가장 행복해요”

이날 자연 속 건물의 풍경을 오밀조밀하게 스케치하는 김승현 작가(24)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김승현 미술작가는 자연과 사람들의 풍경을 그리고 다양한 캐릭터를 그리는 것에 재주가 많다.

“‘브릿지온 아르떼’에 지원하면서 그림을 그리는 재미에 더욱 빠져들게 됐어요. 그림을 그릴 때 사회적으로 움츠러들었던 제가 자신감을 얻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그는 자연의 아름다움이 담긴 풍경화를 즐겨 그리며,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일상의 평화로움을 담아낸다.

최석원 작가(22) 그림의 단골 주제는 동물과 곤충이다. 뛰어난 색감의 작품 연출로 눈길이 가는 그의 그림에는 자연과 동물이 한데 어우러져 조화를 이룬다. “동물과 곤충을 좋아해서 동물원과 산에 자주 갑니다. 제가 생각하는 동물과 곤충은 늘 미소짓고 사이가 좋아요. 제 그림을 보는 많은 사람들이 스마일 했으면 좋겠습니다.”

최 작가에게는 멸종위기의 동물을 그려 지구환경 보호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촉구하겠다는 꿈이 있다. 그는 “위기의 동물을 그려서 사람들이 지구를 더 사랑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제 그림을 보면서 사람들이 놀라워하고 칭찬할 때 기분이 너무 좋다”며 해맑은 웃음을 지었다.

최석원 미술작가 그림, ‘곰과 토끼가 바라보는 마을 풍경’
최석원 미술작가 그림, ‘곰과 토끼가 바라보는 마을 풍경’

장애인과 비장애인 ‘연결’

이들의 그림은 모두 하나같이 밝다. 어떤 미술적 기교나 꾸며짐 없이도 아름다운 작품이 완성될 수 있음을 이들의 그림을 통해 깨닫게 된다. 이들은 서양화, 일러스트, 팝아트, 클레이 등의 작품 분야를 소재로 전시회를 열거나 체험활동, 아트상품 제작 등을 통해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활동을 하고 있다.

‘브릿지온’이란 이름에도 연주 및 작품 활동을 통해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넘어,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연결하는 다리(Bridge)의 역할을 감당하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밀알볼지재단 장애인인식개선센터는 문화·예술에 재능을 가진 성인 발달장애인을 직업 예술인 및 장애인 인식개선 강사로 양성해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문화체험형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은 음악과 미술 두 분야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각각의 체험교육을 담당하는 주체로 ‘브릿지온 앙상블’과 ‘브릿지온 아르떼’가 있다.

밀알 장애인식센터 백승진 간사는 “밀알복지재단은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설립된 복지재단”이라며, “사회적 약자라 할 수 있는 사람들을 하나님의 사랑으로 품고 보듬어서 사회 속에서 건강하게 자립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취지에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발달장애인 미술작가로 거침없이 그림을 그려나가는 이들의 꿈은 뭘까. 고층 건물을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는 윤인성 작가(29)는 “작품활동을 통해 비장애인들에게 장애인도 그림작가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사람들이 제 그림 속에서 건물과 차들, 사람을 찾는 재미를 누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좋아하는 미술로 직업을 갖게 돼 행복하다”고 전한 김성찬 작가(25)는 “내 그림을 보고 즐거워하고 웃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김성찬 미술작가 그림, ‘바다에 비친 건물’<br>
김성찬 미술작가 그림, ‘바다에 비친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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