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신학자까지 빠져든 이단, 철저한 ‘금욕’ 등 윤리적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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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신학자까지 빠져든 이단, 철저한 ‘금욕’ 등 윤리적 매력
  • 이상규 교수(백석대 석좌교수)
  • 승인 2022.07.20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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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교회의 이단과 이설(18)

몬타누스 이단 이야기를 하면 한 가지 의문이 있다. 당대의 최고의 신학자이자 『이단논박』 등과 같은 책을 썼던 테르툴리아누스(Tertullianus, C. 160~220)가 어떻게 이단에 가담하게 되었을까? 그가 몬타니즘에 관여한 것은 201년 혹은 202년경으로 보이는데, 이 무렵 몬타니즘은 이미 북아프리카 지역까지 확산되었고, 상당한 호소력을 지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테르툴리아누스는 북아프리카 칼타고 출신으로서 자신의 생애 대부분을 칼타고에서 보냈는데, 이교도들에 대항하여 기독교신앙을 변증했을 뿐 만 아니라, 이단들에 대항해서 정통신학을 수호하는 여러 편의 글을 남겼다. 그의 『변증』이나 『영혼의 증거에 관하여』(On the witness of the Soul) 혹은 『이단들의 취득시효』(Prescription against the Heretics) 등의 작품을 볼 때 그는 법률가였고 수사학적 교육을 받았던 인물임을 알 수 있다. 그의 글에는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지성이 엿보인다. 탁월한 분석력과 예리한 통찰력을 지녔던 인물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일반교회에 의해 이단이라고 간주되었던 집단에 참여하여 저들을 옹호한 일은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그가, 비록 후에는 이 집단과 결별하였지만, 어떻게 몬타누스주의에 가담하게 되었을까? 미국의 교회사학자인 곤잘레스는, 이는 교회사에 남겨진 신비한 일 중의 하나라고 말한다. 이점에 대한 테르툴리아누스 자신의 분명한 기록이 없음으로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으나 몇 가지로 가능한 해답을 시도해 볼 수 있다.

첫째, 곤잘레스는 몬타누스주의와 테르툴리아누스 사상의 성격과 신학상의 유사성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한스 폰 캄펜하우젠의 의견도 동일하다. 캄펜하우젠은 테르툴리아누스는 본래부터 환상적이고 황홀경적인 종교현상에 애착을 가지고 있었음을 상기시키면서, 몬타누스파와 유사한 사상적 편린들을 지적한 바 있다. 당시 상황을 고려해 볼 때 몬타누스파의 교회개혁 의지가 테르툴리아누스에게 공감을 준 것으로 판단된다.

다시 말하면 몬타누스파의 임박한 종말에 대한 주장은 당시 나태한 교회에 새로운 동력을 부여하였는데, 이것은 제도화되고 형식화되어 가는 교회에 내적 개혁의 의지로 투영되었고, 결국 당시 교회의 약점을 극복하는 개혁운동으로 이해되었을 것이다. 테르툴리아누스는 정통교리와 생활에서 떠나지 않으려고 힘썼다. 그러나 당시 교회 신자들의 형식적이고 도덕적 속화현상을 비판했던 점은 그가 몬타누스파의 교회개혁의지에 심정적으로 동조하고 있었음을 보여 주고 있다.

둘째, 세상과 구별된 삶의 방식, 그리고 금욕에 대한 강조는 당시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주었는데, 이런 점들에 대한 테르툴리아누스의 공감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테르툴리아누스는 금욕주의적 성향을 지니고 있었다. 그는 독신생활은 결혼생활보다 고상한 것으로 여겼고, 아내에게 만일 자기가 먼저 세상을 떠나는 경우 과부로 지내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그는 재혼을 간음과 같은 것으로 보았다. 이런 성향이 몬타누스파에 동조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당시 교회가 카리스마적인 것보다는 조직과 제도에 의해 지배되고 있었으므로 테르툴리아누스는 보다 엄격한 훈련과 금욕적인 생활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테르툴리아누스 작품 중에서 금욕생활에 관한 글들은 그가 몬타누스주의에 심취했던 기간에 쓰여진 작품들인데 몬타누스파의 청교도적인 엄격성과 윤리(stern puritanism)가 호감을 준 것으로 보인다. F. F. 브루스는 “실제로 테르툴리아누스는 당시의 가톨릭교회와 관계를 끊고, 마침내 자기가 일컬었던 ‘성령의 사람들’(Men of the Spirit)과 완전히 합류하기 수년전부터 그의 저술들 가운데 몬타누스파의 영향을 보여주고 있다”고 부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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