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영화관보다 강력한 예배금지, 종교의 자유 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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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영화관보다 강력한 예배금지, 종교의 자유 침해”
  • 정하라 기자
  • 승인 2022.06.21 2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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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대면예배금지처분 무효소송 판결을 살펴보니

예자연, 서울시 ‘대면예배 금지처분 취소소송’ 잇따른 승소
17일 판결문 입수… 방역수칙 준수하면 확산 위험성 낮아져
상업시설보다 강한 제재 문제, 대면예배만 가능한 예식 인정

“피고는(서울시) 전면적으로 대면예배를 금지하는 조치를 하였는바 이로 인한 원고들의 종교의 자유에 대한 침해가 매우 클 뿐만 아니라 이 사건 각 대면예배금지처분은 비례의 원칙 및 평등원칙에 반하여 재량권 일탈·남용하여 위법하다고 보아야 한다.”

예배 회복을 위한 자유시민연대(공동대표:김진홍 목사, 이하 예자연)는 소속 31개 교회가 서울시를 상대로 제기한 ‘대면예배 금지처분 취소소송’이 완전 승소를 이끌어낸 가운데 지난 17일 공개된 판결문에서 법원은 방역조치를 실시할 때 종교의 자유와 같은 기본권에 대한 침해를 최소화 하는 수단을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공복리’를 우선시한 여타 재판부의 해석과는 확실한 차이를 보이는 이번 판결은 ‘종교의 자유’라는 국민의 기본권에 대한 인식전환을 불러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본지가 입수한 판결문을 통해 쟁점이 됐던 부분과 법원의 해석을 하나씩 살펴보았다. 

예배는 집합행위가 맞다
지난 10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부장판사:강동혁)는 정부가 교회의 대면예배를 전면 금지한 것은 헌법이 규정한 종교의 자유를 침해할 뿐 아니라 타 시설과의 형평성에도 어긋나는 차별적 조치라며 소를 제기한 31개 교회의 손을 들어주었다. 단, 구 감염병예방법 제49조 제1항 제2호의 제한 또는 금지 대상인 ‘집합’에 예배가 포함되지 않는다는 교회들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면예배금지처분은 ‘예배 행위’ 자체를 금지한 것이 아니라 예배를 위해 여러 사람이 ‘집합’하는 것을 금지했기 때문이라는 것. 교회 측의 이 주장을 제외한 나머지는 재판부가 전부 받아들였다. 

정부가 교회의 대면예배를 전면 금지한 것은 헌법이 규정한 종교의 자유를 침해할 뿐 아니라 타 시설과의 형평성에도 어긋나는 차별적 조치라는 것이 이번 판결의 핵심이다. 감염병예방법에 기초해 종교의 자유를 ‘덜 침해하는’ 최소한의 방식을 취할 수 있었지만, 대면예배의 전면적 금지처분은 합당하지 않다는 법리적 해석이 뒤따른 것으로 보인다. 

종교는 기본적·핵심적 자유권
교회가 소송을 제기한 이유는 단순하다. 그동안 사회적 거리두기와 방역 원칙에 따라 예배를 드려왔고, 코로나가 가장 심할 때는 예배당 면적의 10%만 대면예배를 드릴 수 있는 제한조치까지 수용해왔다. 

그러나 지난 2020년 12월 서울시는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조치와 연말연시 방역강화 특별대책을 통해 종교시설의 방역수칙 의무화 조치를 통해 대면예배 자체를 금지하고, 비대면 예배만을 허용했다. 비대면예배에는 영상제작과 송출을 위한 최소 인원 20명 이내만 참여할 수 있었다. 당시 교회들은 즉각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법원은 영상예배를 드릴 수 없는 환경의 교회들에 대해서만 대면예배를 허용하는 부분 승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번에 교회의 손을 들어준 행정법원 1심 재판부는 가장 먼저 종교의 자유 침해와 평등원칙의 문제를 지적했다. 

판결문에서는 “대면예배 참석인원 제한 내지 이외 대면 모임 활동 및 행사를 금지하는 등 코로나19 전파 위험성을 낮추는 다른 수단을 통해 원고들의 침해되는 기본권의 정도를 최소화하면서도 국민의 건강 보호라는 공익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서울시가 전면적으로 대면예배를 금지하는 조치를 취한 것은 종교의 자유에 대한 침해가 매우 클 뿐 아니라, 비례의 원칙 및 평등의 원칙에 반하여 재량권을 일탈·남용했기에 위법하다는 판결이다.

비대면예배로 제한되는 종교의 자유는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법률로써 제한이 가능한 ‘종교적 행위의 자유’와 ‘종교적 집회·결사의 자유’다. 재판부는 “인간의 삶과 죽음의 의미 및 올바른 삶에 대한 대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종교의 자유는 인간의 존엄을 지키고 행복을 추구하기 위한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자유권”으로 판단, “종교의 자유에 대한 제한의 범위와 위법성을 심사함에 있어서 경제적·재산적 권리를 제한하는 공권력 행사보다는 엄격한 심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했다. 

교회의 전통을 볼 때 대면으로만 가능한 예식 존재
국민 삶 기여하는 종교 기능 상업시설보다 낮지 않아

특히 재판부는 ‘대면예배 금지처분’ 자체에 대한 목적의 정당성은 인정하면서도 타 시설과의 형평성의 문제를 제기했다. 재판부는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방지하는데 사람들 간 대면 접촉을 줄이는 것이 효과적이므로 교인들 간 접촉을 차단해 코로나19 전파 위험성을 일정 부분 낮출 수 있기에 (대면예배금지처분은) 목적 달성에 적합한 수단”이라고 밝혔다. 대면예배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위법이지만 인원 수 제한 등의 조치는 방역을 위해 정당한 조치로 판단한 것이다. 다만 다른 시설에 비해 예배 자체를 금지한 방역조치는 과하다고 판단했다. 

상업시설보다 강한 제재 문제
당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종교시설 관련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이 발생하는 점을 고려해 2020년 11월 기존 3층 분류체계(고위험·중위험·저위험)를 2층 구조(중점·일반관리시설)로 변경했으며, 이 과정에서 종교시설은 독립적으로 규율하면서 강화된 방역조치를 부과했다. 

대면예배금지 조치를 발표한 2.5단계 상황에서 음식점은 오후 9시까지 정상적인 영업을 할 수 있었고, PC방, 영화관, 오락실, 대형유통시설에 대해서는 오후 9시부터 새벽 5시까지 영업을 중단하는 조치만 시행했다. 

집단감염 위험이 높은 콜센터에 대해서는 근무인원 1/2에 대한 재택근무 강력 권고, 직원간 거리두기 및 칸막이 설치 등의 방역조치만 취했을 뿐 특별한 집합제한 조치를 취하지는 않았다. 기차와 고속버스도 50% 이내로 예매제한을 권고하고 결혼식과 장례식도 50인 이하로 제한하였을 뿐 교회와 같이 예배 자체를 금지하는 강력한 방역 조치는 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정부의 이러한 조치가 코로나 전파의 가능성을 완전하게 차단하는 데 집중했다기보다 가급적 국민들의 일상이 유지되는 한도에서 코로나 전파 가능성을 용인했고, 생계를 영위하는 터전은 운영을 허락하고 생계유지와 관련이 없는 종교시설에 여러 사람이 모이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려 한 것으로 분석했다. 

재판부는 “생계유지와 관련이 없는 시설이라 하더라도 우리 사회가 코로나19 전파위험성을 수인할 수 있는 한도에서 종교의 자유 등 기본권에 대한 침해를 최소화하는 수단을 선택하여야 하고, 예배를 위해 교인들이 교회에 모이는 것에 명백한 위험성이 있다거나 다른 선택 가능한 대안이 없는 경우에 한하여서만 집합 자체를 금지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했다. 

또한 거리두기와 식사금지, 마스크 착용 의무화 등의 방역수칙을 준수하는 상황에서 대면예배를 금지하고 교회의 집회를 차단한다고 해서 코로나19의 전파위험성이 유의미한 수준으로 낮아진다고 일정할 객관적 증거가 확인되지 않는다고 했다. 

2.5단계 시행 전 이미 방역 당국이 “정규예배에서 방역수칙이 잘 준수되고 있다”고 확인했고, 방역수칙만 철저히 준수한다면 대면예배를 통한 감염은 사실상 없다고 밝히는 등 교회의 집합을 금지할만한 위험성이 확인되지 않은 것도 법원의 판단에 작용했다. 

비대면예배와 대면예배는 달라
이번 판결에서는 종교예식의 중요성도 고려됐다. 가처분 일부 승소 판결에서 판시했듯이 “소규모 교회의 경우 대면예배의 진행 및 촬영이 물리적으로 곤란한 경우가 있을 수 있고, 특히 생계 곤란으로 인하여 인터넷 접근이 제한되는 교인이나 고령 또는 장애로 인하여 비대면 예배에 필요한 어플리케이션의 사용 곤란 등으로 정보서비스의 접근과 이용이 제한된 교인은 비대면 예배에 참여할 기회를 보장받지 못할 우려도 있다”고 했다. 

이와 더불어 비대면예배가 가능한 교회라고 하더라도 “기독교 전통예배에는 성찬식과 같이 비대면으로는 실행이 가능하지 않은 절차가 존재하기도 하고, 기독교의 교리상 예배의 참여가 중요한 종교적 의미를 가지며 교회의 전통에 의하더라도 예배는 교인들의 대면예배를 전제로 교인들이 모여 설교, 찬양, 기도 등으로 이루어진 절차에 따라 집전되었는바, 이러한 측면을 고려할 때 비대면예배와 대면예배가 동일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재판부는 밝혔다. 

종교시설이 갖는 순기능도 강조했다. 재판부는 “교회는 교인들에게 심적 위안뿐만 아니라 자신과 타인에 대한 증오를 극복할 수 있는 정신적 해결책을 제시해 주는 등 안정된 정신건강을 지원하는 순기능이 있다. 장기간 시행된 코로나19 방역조치로 우울증 증세를 호소하는 사람이 점차 증가하는 상황에서 교회가 제공할 수 있는 기능이 생산필수시설에 비해 열등하다거나 중요도가 덜 하다고 볼만한 타당한 이유는 없다”고 판시했다.

교회 활동의 위축에 대한 우려도 제기했다. 재판부는 “대면예배를 원하는 교인들이 위 처분에 따르지 않는 경우 벌금 내지 과태료 등의 제재가 부과되므로 교회의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며 부당함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번 판결을 내리기까지 꽤 오랜 시간 고심한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 심리가 3월에 종결됐지만 최종 선고는 그로부터 3개월이 지난 6월에야 내려졌기 때문이다. 일부 지방 재판부는 같은 소송에 대해 효력 기간이 경과하고 효력이 소멸했다는 이유로 소의 이익이 없다며 기각을 결정했다. 하지만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는 동일한 사유로 위법한 처분이 반복될 위험성이 있고, 코로나가 종식된다고 하더라도 향후 다른 감염병이 유행하는 유사한 상황에서 여전히 다툼의 여지가 있기에 법률상 판단을 내리게 됐다.  

한편, 이 판결 이외에도 서울시 내 18개 교회가 서울시를 상대로 제기한 ‘교회의 대면예배 금지 처분 등 취소 청구의 소’(2021누76387)에서 서울고등법원 제9-3행정부(재판장:조찬영)가 지난 16일 파기환송 판결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1심에서는 소의 이익이 없다며 각하 판결을 내렸다.

기존 방역수칙을 위반했거나 확진자 발생으로 폐쇄된 전력이 있는 교회의 대면예배를 전면 금지한 서울시의 방역조치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에서도 위법성을 인정하는 판결이 나온 것이다.

2심 재판부는 “종교활동의 자유의 본질적 부분을 제한할 수 없고, 법률에 의한 기본권의 제한도 최소 침해의 원칙, 비례의 원칙을 따라야 한다. 따라서 향후 유사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서울시가 종교활동의 자유의 본질적 부분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취할 수 있는 방역조치의 수준에 관해 법률적 해명이 필요해 보인다”며 파기환송 결정을 내렸다. 코로나19와 같은 법정 감염병 발생 시 종교시설의 종교활동에 대한 정부의 법적 지침과 매뉴얼이 필요해 보인다는 것.

이번 승소 판결과 관련해 예자연 김영길 사무총장은 “재판부는 대면예배 전면금지의 헌법적 문제점을 지적하며 ‘생산시설과 종교시설을 달리 취급할 합리적 이유가 없다’고 했다. 법조계 일각에서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며, “앞으로도 예자연은 한국교회와 함께 예배의 자유 회복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창호 전 헌법재판관은 “헌법이 명시하는 예배의 자유권은 가장 기본적이고 근원적인 자유권으로 마땅히 보호 받아야 할 영역”이라며, “기본권을 덜 침해하는 다른 수단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대면예배를 금지한 것은 적절치 못한 처우였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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