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노 키즈 존, 노 폴리틱스 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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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노 키즈 존, 노 폴리틱스 존
  • 손동준 기자
  • 승인 2022.04.19 12: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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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한국리서치가 실시한 조사에서 우리나라 성인 10명 중 7명이 이른바 ‘노 키즈 존’ 운영을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 키즈 존(No Kids Zone)은 영유아와 어린이, 그리고 이들을 동반한 고객의 출입을 제한하는 업소를 말한다. 

해당 조사에서 흥미로운 점은 초등학생 이하 자녀가 있는 응답자 중에서도 70%가 노 키즈 존에 찬성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두 명의 미취학 아동과 동거하고 있는 처지라 이 결과가 더 의미 있게 다가왔다. 어디서든 망아지처럼 뛰어노는 아이들과 식당에 가면 퍽 골치 아플 때가 있다. 소란 피우지 말라며 주의를 주지만, 묶어 놓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 무언가 일이 벌어진 후에 업주나 주변 손님들에게 사과를 하는 일이 종종 있다. 

모르긴 몰라도 비슷한 부모들이 많을 것이다. “싫으면 노 키즈 존으로 가셨어야죠”라는 소심한 항변이라도 할 수 있으니 부모들에게 조금이나마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것 아닐까. 구별된 장소가 있으니 싫어하는 사람은 사전에 피할 수 있어 좋고, 노 키즈 존이 아닌 곳은 암묵적이나마 ‘예스(Yes) 키즈 존’이 되니 부모들도 욕먹을 일이 줄어 좋다. 

그런 차원에서 교회에도 ‘노 폴리틱스 존’을 정하면 어떨까. 이미 여러 통계에서 나타났듯이 강단 위의 정치 발언이 아무렇지 않은 교인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도 많다. 그런 이들은 ‘노 폴리틱스(Politics, 정치) 존’으로 보내면 서로가 얼굴 붉힐 일 없어서 좋지 않을까. 말도 안 되는 이야기지만 엉뚱한 상상을 해본다.

최근 메일함을 열어보니 머리가 지끈거린다. 교계 발 보도자료의 제목들이 살벌하다. 교계만큼 정치로부터 자유로워야 하는 곳이 없을 텐데, 좌우를 막론하고 양극단을 향해 치닫는 형국이다. 오늘만큼은 메일함에 ‘노 폴리틱스 존’을 붙이고 싶은 마음이다. 

기자의 메일함에는 정치보다 신앙의 이야기가, 비난보다는 섬김과 화평의 메시지가 더 많아지면 하는 바람이다. 

손동준 기자
손동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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