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격리 기간에 받은 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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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격리 기간에 받은 은혜
  • 이복규 장로
  • 승인 2022.04.06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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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규 장로/서울 산성감리교회 장로·서경대 명예교수

최근에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아 1주간 자가격리를 했다. 어느 분 장례식 순서를 맡아 시골까지 다녀온 날 몸살감기 기운이 있더니 그리 됐다. 요즘 유머에, “아직 코로나 걸리지 않았으면 대인관계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던데, 나는 지나쳐서 그런 모양이다.

1주간이나 어떻게 갇혀서 지내나? 걱정했지만 아니었다. 애지중지하며 읽던 책을 이번 기회에 다 읽어서 감사하다. 『관주·해설 성경전서』가 그것이다. 독일성서공회에서 만든 것을 번역한 것으로서, 특별하다. 신학 연구 면에서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독일 신학계가 그간 이룩한 성과를 모두 집약해 만든 책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대한성서공회 번역국장으로 일한 전무용 박사가 귀띔해 주어, 틈틈이 읽던 참이었다. 솔직히, 은근히 어려운 게 『개정개역판 성경』이다. 국문학 교수이고 야간신학교도 졸업한 내가 읽어도 모르는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단권의 주석 성경들이 있지만, 얼마나 객관적인지 검증할 수 없어 뜨악하며, 어떤 것은 너무 방대하다. 그런데 이 책은 한 권으로 되어 있는 데다 믿을 만하다. 독일 성서학자들이 연구한 바를 독일성서공회에서 책임지고 반영했으며, 대한성서공회에서 번역했으니, 이보다 더 믿을 만한 책도 드물다. 읽다가 궁금함직한 구절마다 친절하게 해설이 달려 있다. 특별히 은혜스러웠던 대목 몇 가지를 들어보자.

첫째, 이사야 58장 6절, “내가 기뻐하는 금식은 흉악의 결박을 풀어주며 멍에의 줄을 끌러 주며 (중략) 모든 멍에를 꺾는 것이 아니겠느냐”에 나오는 “참 금식”은 어려운 이웃을 돕는 것이지, 이기적으로 하는 금식은 진정한 금식이 아니란다. 사순절이라 더욱 뇌리에 꽂혔다.  

둘째, 마가복음 8장 33절, 예수님이 베드로를 꾸짖은 말씀 “사탄아, 내 뒤로 물러가라”의 “내 뒤로 물러가라”를 헬라어 원문대로 축자 번역하면, “내 뒤로!”란다.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라”(눅 9:23)의 “나를 따르라”도 “내 뒤로!”라니 충격이다. 예수님을 따른다면서, 예수님보다 앞서 가면 안 된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셋째, 베드로 회개 장면을 풀이하면서, 흔히들, 베드로가 닭 울음소리를 듣고 회개했다고 하기 쉬우나, 오해란다. 닭소리 때문이 아니라, 예수님이 바라보셨기 때문이란다. 소스라치게 놀라 성경을 확인해 보니 과연 그랬다. “주께서 돌이켜 베드로를 보시니 베드로가 주의 말씀 곧 오늘 닭 울기 전에 네가 세 번 나를 부인하리라 하심이 생각이 나서”(눅 22:61).

넷째, 이스라엘 전통사상의 특징도 도처에서 알려주어 유익하다. 부활은 물론 천국, 영생 개념이 없었단다. 그저 죽으면 천국도 지옥도 아닌 음부(스올)로 간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사 65:17, 겔 32:17〜32, 시 6:5). 이 사실을 알고 나서, 왜 유대인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버렸는지 납득하였다. 현세적인 메시야로만 기대해, 로마를 물리치고 등극하리라 굳게 믿다가 실망해 그런 것이다. 그 밖에도, 젊어서 죽는 것은 벌이라는 생각(사 38:10), 성읍마다 수호신이 있다는 사고(렘 2:28, 사 44:14~20), 불구로 태어나는 것은 죄의 결과라는 생각(요 9:2), 개개인을 지켜주는 수호천사 관념(행 12:15)도 마찬가지다. 이스라엘 문화 가운데서도 진리와 무관하거나 배치되는 게 많다는 점을 또렷이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다섯째, 아주 많은 부분에서, “무슨 뜻인지 아직 불확실하다”고 진술한 점도 인상적이다. 그동안 내 실력이 부족해 그런 줄만 알았으나, 평생 연구한 분들도 모른다니 퍽 위로를 느꼈다. 이단들처럼 억지로 풀려 하지 말고, 확실한 말씀들부터 실천하는 데 힘써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격리 때문에 이런 은혜를 누렸건만, 3개월 이내로 동사무소에 신고하면 20만 원 이상의 지원금도 준다고 누가 일러준다. 그저 범사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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