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에 봄꽃은 단호하게 사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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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에 봄꽃은 단호하게 사양합니다
  • 김학중 목사
  • 승인 2022.04.04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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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중 목사/꿈의교회 담임

어느덧 4월이 되었다. 지난 3월 한달을 돌아보면, 작년과는 많이 달랐다. 작년 만우절에는 산책로마다 꽃이 만발하였다. 그래서 사진을 찍고 SNS에 올려 두기까지 했다. 그런데 올해는 만우절이 되어도 꽃이 거의 피지 않았다. 아직 때를 기다리는 꽃망울이 훨씬 많았다. 그래서일까? 꽃을 기다리는 많은 분들이 아쉬워한다. 꽃을 보면서 따뜻한 바람이 불어왔음을 보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얼어 있던 땅과 시내에 생명의 기운이 다시 시작되는 것을 보면서, 움츠렸던 몸과 마음을 펴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입장에서 보면 새로운 시작을 아직 기다려야 한다는 것은 서글픈 일일이다.

그렇지만 일찍 봄꽃을 만나는 것이 과연 좋은 것일까? 아니, 질문을 바꾸어서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봄꽃을 일찍 만나는 것이 좋은 것일까? 기분만 생각하면 아마도 하루나 이틀, 혹은 길게 잡아 일주일 정도라면 기쁠 수도 있다. 하지만 봄꽃이 한 달이나 일찍 핀다면 어떨까? 이 경우 우리는 만남의 기쁨보다는, ‘뭔가 잘못되었다’는 걱정과 염려가 앞설 것이다. 꽃이 한 달이나 일찍 핀다는 것은, 우리가 사는 세상에 심각한 변화가 일어났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구의 기온이 상승하고 있는 것은, 이제 우리에게 익숙한 것이 되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는 실생활에서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다. 실제로 데이터를 보면, 앞서 말씀드린 봄꽃의 개화기는 이미 일주일 정도 앞당겨졌다. 1950년대에 비하면 평균적으로 3~9일이나 빨라진 것이다. 왜 그럴까? 우리는 다 답을 알고 있다. 지구 온난화 때문이다. 그리고 이 사태가 심각한 것은, 지구 온난화의 속도가 점점 더 가파르게 증가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기상청은 분석자료를 통해 기온 상승의 주범인 탄소를 줄여 ‘탄소중립’을 달성하면, 21세기 말에는 봄꽃 개화일이 10~12일 정도만 빨라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다시 말하지만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10~12일만 빨라지는 것이다. 하지만 탄소 배출을 줄이지 않으면, 그 시기가 무려 23~25일이나 앞당겨진다고 주장한다. 진달래의 경우, 고탄소 시나리오에서 27일까지도 앞당겨 지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만약 이 현상이 단지 봄이 빨리 찾아오는 것이라면, 우리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겨울이 사라지는 것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이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으로도 부족하다. 어쩌면 이것은 우리 모두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외쳐야 한다. “2월에 봄꽃이라면 단호하게 사양합니다.”

이 상황을 누가 해결해야 할까? 바로 예수 믿는 우리이다. 왜 그럴까? 하나님께서는 세상을 창조하신 뒤에, 그것을 잘 다스리고 관리할 권한과 책임을 사람에게 주셨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은 ‘권한 남용’이다. 우리는 죄와 탐욕으로 우리 스스로를 더럽혔을 뿐 아니라, 하나님의 아름다운 창조세계를 얼룩지게 만들었다. 하나님의 창조세계를 무너뜨린 것도, 하나님께서 엄중하게 물으실 죄라는 것을 우리는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그런 책임감으로 필자는 이번 사순절에 성도들에게 탄소 금식을 제안했다. 한끼 굶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런 문제의식을 갖자는 뜻이었다.

봄의 만남이 아름다운 것은, 역설적이게도 긴 겨울의 기다림이 있기 때문이다. 기다림의 애틋함이 클수록, 만남의 감격도 큰 법이다. 이 모든 것은 하나님께서 아름답게 창조하신 자연 법칙의 순환 속에서 이루어진다. 그러니 우리는 우리의 탐욕으로 이 아름다운 세상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삶의 자리에서부터, 하나님의 창조세계를 회복하는 노력이 시작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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