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은 며느리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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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은 며느리 편
  • 임문혁 장로
  • 승인 2022.03.16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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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문혁 장로/서울 아현교회 원로장로·시인, 전 진관고등학교 교장

우리 며느리는 나쁘다. 나빠도 많이 나쁘다. 삼십 년 넘게 애지중지 키운 아들을 담쑥 안아 가더니, 이제는 멀고 먼 땅 끝 카자흐스탄으로 데려가고야 말았다. 그 동안도 우리 부부는 아들과 손자 손녀들을 자주 보지 못했는데, 이제는 언제 한번 만나볼지 기약도 없다. 그런데도 하나님은 여전히 며느리 편을 드시고, 우리 부부의 기도보다 며느리의 기도를 더 잘 들으시는 것 같다.

애초에 아들은 목사가 되겠다는 생각이 전혀 없었던 아이다. 더구나 선교사가 되어 먼 나라로 나가겠다는 생각을 어찌 꿈엔들 했겠는가. 아들은 대학도 안 가려 했고, 어찌어찌 대학에 들어가서도 공부는 별로 신경도 안 쓰고, 기타만 딩딩거리던 녀석이다. 그런 녀석을 신학 공부를 시키시고, 목사 안수를 받게 하시고, 선교사로 부르시고, 카자흐스탄으로 보내신 것은 하나님께서 며느리의 기도를 들으시고, 전적으로 며느리 편을 드셨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아들은 키도 작고, 체력도 약하고, 성격도 소심한 아이다. 착하긴 하지만 행동이 느리고, 야무진 구석이라곤 없는 지극히 평범한 그저 그렇고 그런 아이다. 학교 다닐 때는 공부도 별로 잘 하지 못했고, 사교성도 적고 언변도 없었다. 

아들이 중학교 2학년 여름방학 때 취미로 기타를 배우고 싶다고 했다. 제가 배우고 싶어하고, 악기 하나쯤은 다룰 줄 아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아 허락을 했다. 그랬는데 그 이후로 이 녀석이 공부는 별로 신경도 안 쓰고 거의 매일 기타만 딩딩거리며 기타에 빠져 사는 것이었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고 고3 가을도 제법 깊어진 어느 날 아들 녀석이 내게 뜬금없는 질문을 해왔다. “아빠, 대학은 꼭 가야만 하는 건가요? 대학을 안 가도 얼마든지 보람 있는 삶을 살 수 있는 것 아닌가요?” 가슴이 철렁했다. 그래 그렇다. 그럴 수도 있다. 더구나 그때 나는 고등학교 교사였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인생에서 학벌이나 대학공부가 다는 아니라고 말하기도 했지만 막상 내 아들이 대학을 안 가면 안 되느냐고 물었을 때, 순간 눈앞이 캄캄하고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이었다. 숨을 한번 꾹 참고 침을 꿀꺽 삼켰다. 왜 이 녀석이 그런 생각을 했을까? 뭐라고 말해줘야 할까? 주님! 어찌해야 하나요? 뭐라고 대답해야 하나요? 저에게 지혜를 주세요.

그런 아들이 기독교 대학의 기독교학부에 들어갔다. 거기서도 다른 공부는 별로 신경도 안 쓰고 음악 관련 과목만 강의를 열심히 듣고 기타만 딩딩거렸다. 3학년 재학 중 군에 입대하여 제대한 후 복학하여 학교를 마쳤다. 그 후 대학 선배가 출석하는 교회에 청년부 찬양 인도자로 일하게 되었고, 거기서 며느리가 될 처녀를 만나게 된다. 며느리는 일찍이 소명을 받고, 카자흐스탄에 단기선교, 중기선교를 두 번 다녀왔고, 결혼하여 가족이 선교사로 나갈 마음을 먹고 동역할 배우자를 찾고 있는 중이었다. 아들은 며느리와 사랑에 빠졌고 결혼하여 해외 선교사로 나가는 데 동의하는 데 이르렀다. 그래서 아들은 며느리와 결혼하고 늦은 나이에 신대원에 입학을 하여 신학공부를 마치고 드디어 목사가 되었다. 꿈같은 일이다. 선교 훈련을 받고 준비하여 총회 파송 선교사가 되어 3월 16일 파송예배를 드리고 23일에 가족 4명이 카자흐스탄으로 출국하게 된다. 

이 모든 일은 하나님께서 계획하시고, 연출하시고, 며느리에게 배역을 맡기셔서 꾸민 드라마다. 대학을 안 가면 안 되느냐고 묻던 아들은 대학뿐 아니라 대학원까지 졸업하고, 꿈에도 생각지 않은 선교사가 되었다. 아들의 난감한 질문에 당황하면서 제게 지혜를 달라고 했던  기도에 응답하시고 ‘지혜’라는 이름을 가진 며느리를 보내주셨다. 하나님은 참으로 못 말리는 분이시다. 하나님은 며느리 편이시다. 하나님께서 카자흐스탄에서도 우리 가족 선교사들과 늘 동행하시고, 보호하시고, 인도해 주실 것을 믿고 감사하며 기도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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