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의 아픔, 한국교회가 함께 하겠습니다”
상태바
“우크라이나의 아픔, 한국교회가 함께 하겠습니다”
  • 루마니아 = 공동취재단
  • 승인 2022.03.10 14: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교봉·KWMA, 지난 8~13일 실사단 파견·긴급구호
피란민 대부분 노약자, 한인선교사 및 현지 교회와 협력
한교봉·KWMA 긴급구호 실사단이 지난 10일부터 루마니아에서 우크라이나 피란민들을 위해 본격적인 구호활동을 전개했다. 
한교봉·KWMA 긴급구호 실사단이 지난 10일부터 루마니아에서 우크라이나 피란민들을 위해 본격적인 구호활동을 전개했다. 

전쟁으로 고통 받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을 돕기 위해 한국교회가 파송한 긴급구호 실사단이 우크라이나 인접국인 루마니아에서 피란민들을 위해 직접 구호활동을 펼쳤다. 우크라이나 현지로 구호물품을 들여보내기 위한 시스템도 구축했다. 

한국교회봉사단(한교봉)과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는 지난 9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루마니아 접경도시 시레트에서 1차 구호 사역을 펼쳤다. 한국을 떠난 지 만 이틀만이다.

양 기관 실무자를 비롯해 이번 실사단과 협력하는 루마니아 한인선교사협의회(회장:이권칠 선교사) 소속 선교사들은 먼저 루마니아 수도 부쿠레슈티에서 동북부도시 수체아바로 이동, 구호 사역을 위한 베이스캠프를 차렸다.

우크라이나 전쟁대책위원회 위원장 한재성 선교사(우크라이나 한인선교사협의회장)가 현지에서 합류해 우크라이나 피란민들이 당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면서 실질적인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도왔다.

실사단이 첫 사역을 전개한 시레트 국경지역에서는 피란민들의 행렬이 끝없이 이어졌다. 국경검문소 앞에는 국제구호기구와 지역자선단체, 종교단체 등이 설치한 부스도 100미터 가량 줄지어 서서 피란민들을 맞았다. 

한국교회 실사단은 현지 교회연합회와 함께 피란길에 지친 우크라이나 국민들을 위한 음식을 우선 나누었다. 목발을 짚거나 휠체어를 타고 나오는 남성들도 눈에 띄기도 하지만 피란민 대부분은 노인과 여성, 어린아이였다. 16~60세 남성은 군 징집 대상이어서 출국이 금지돼 있는 상황이다. 

전쟁 발발 직후 우크라이나 남성들은 징집 대상으로 분류되면서 국경을 넘어오는 피란민들의 대부분은 어린이와 여성, 노인이다. 
전쟁 발발 직후 우크라이나 남성들은 징집 대상으로 분류되면서 국경을 넘어오는 피란민들의 대부분은 어린이와 여성, 노인이다. 

 

남편 혹은 아들, 아빠와 기약없이 이별을 한 채 떠나온 이들의 안타까운 사연들도 전해졌다. 
발렌티나 씨는 18살과 20살 두 남동생과 함께 루마니아 국경까지 네 시간 반에 걸쳐 걸어왔는데, 남동생들은 징집 대상에 해당해 홀로 루마니아 국경을 넘을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홀로 우크라이나를 벗어나기는 했지만 인도해줄 사람을 찾지 못해 마치 고아가 된 것 같은 심정”이라고 눈물을 흘리면서 “헤어진 동생들과 빨리 만나고 싶다. 오직 하나님께서만 우리를 구원하실 것을 믿는다”고 고백했다. 

디아첸카 씨는 사는 곳 근처에서 미사일이 떨어지자 무작정 태어난지 4개월 된 아기를 유모차에 태우고 떠나왔다. 그녀 역시 “남편과 꼭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고 눈물로 이별할 수밖에 없었다”고 이야기했다. 

긴급구호 실사단과 선교사들은 10일에는 베이스캠프 수체아바에서 방한용품과 긴급식량, 의약품을 공수해 루마니아 국경 너머 우크라이나 국민들에게 보내기도 했다. 전쟁의 공포뿐 아니라 혹한의 추위와 싸우고 있는 국경 너머 ‘체르니우치’와 중서부도시 ‘빈니차’ 주민들을 위한 물품이다. 

특히 빈니차는 지난 6일 러시아의 로켓 공격으로 공항이 파괴되면서 침공이 본격화 되고 있는 곳이다. 

현지인 목회자 사모는 피란 중 체르니우치에서 출산한 산모와 신생아를 위한 물품을 서둘로 보내달라고 우크라이나 한인선교협의회장 한재성 선교사에게 연락해오기도 했다. 

KWMA 박래득 사무국장은 “전 세계에서 찾아온 단체들이 국경지역에서 활동하면서 현지에서 시급하게 요청한 물품이 지체되고 있다. 빨리 들여보낼 수 있는 다양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며 “선교사회가 피란민들의 필요를 파악하고 있고, 우크라이나 교회와 네트워킹을 기반으로 전쟁 상황에 맞는 공급에 힘쓸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한국교회 실사단이 국경을 막 넘어온 피란민들에게 나누어줄 음식물을 만들고 있다. 
한국교회 실사단이 국경을 막 넘어온 피란민들에게 나누어줄 음식물을 만들고 있다. 

 

실사단은 12일에는 북동부 국경지대를 떠나 흑해 연안 남동부 항구도시 콘스탄차에 2차 베이스캠프를 꾸리고 구호사역을 펼쳤다. 이미 구호사역을 전개하고 있는 지역 목회자들과 만나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실사단은 지역교회 연합에 300만원 상당의 의약품과 의료용품 구입비용을 전달했다. 

의약품과 의료용품은 최근 러시아군 폭격으로 민간인 피해가 오데사 인근 미콜라이우 현지 병원과 교회에 전달됐다. 

루시안 로타루 목사(벧엘교회)는 “피란민 임시거처와 식량, 의약품을 제공하고 우크라이나 내부로도 구호물품을 보내고 있다. 주일에는 콘스탄차 피란민들과 함께 예배를 드리고 있다”면서 “작은 교회들이 연합해 돕는 열악한 상황에서 이번에 한국교회가 함께 지원에 동참해주어서 감사하다”고 마음을 전했다. 

실사단은 다시 국경지역 이자체아로 이동해 바지선을 타고 국경을 넘어온 피란민들을 위로 격려하기도 했다. 

한교봉과 KWMA는 이번 긴급구호 실사를 바탕으로 향후 추가지원과 전후 복구 등을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한인선교사회와 현지 교회와 협력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한재성 선교사는 “지금의 관심도 중요하지만 전후 고향에 돌아간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회복되기 위해서는 외부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해질 것이다.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끝까지 견대낼 수 있도록 한국교회가 큰 힘이 되어 달라”고 당부했다. 

<br>

한교봉 사무총장 천영철 목사는 “우크라이나 국민 수백만 명이 난민 형태로 인접국으로 대피했다면, 여전히 수천만 명은 전쟁터 안에서 고통당하고 있다. 피란민들을 환대하는 것만큼이나 여러 가지 이유로 그 땅을 떠나지 못하는 이들을 향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이번 실사단 활동이 마중물이 되어 우크라이나를 향한 한국교회의 마음이 모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