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도 너무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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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도 너무 다른
  • 임문혁 장로
  • 승인 2022.02.17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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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문혁 장로/서울 아현교회 원로장로·시인·전 진관고등학교 교장

아내와 나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우선 자고 깨는 잠 스타일부터 다르다. 아내는 올빼미 형이고, 나는 종달새 형이다. 아내는 하루 종일 뭉그적거리다가 저녁이 꽤 깊어져야 일에 발동이 걸린다. 집안 치우고 정리 정돈하는 것이며, 설거지, 세탁은 물론 기독교 방송 시청을 밤늦게까지 하는 것은 보통이다. 나는 새벽 4시쯤 잠이 깨어 세면하고, 몸 푸는 가벼운 운동하고, Q.T 하고, 그날 분량 책을 한참 읽을 때까지 아내는 여전히 꿈나라를 헤매고 있다. 나는 저녁 9시가 지나면 하품이 나오고 눈꺼풀이 내려앉는다. 늦어도 9시 뉴스만 끝나면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 이처럼 아내는 올빼미 형이고, 나는 종달새 형이다. 달라도 너무 다르다.

그 다음, 아내는 깔끔쟁이고 나는 털터리다. 아내는 먼지라면 질색이다. 사람이 살다보면 얼마간의 먼지는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 싶은데, 어제 닦은 장롱을 오늘 또 닦고, 아침에 닦은 책상을 오후에 또 닦고, 좀 전에 닦은 식탁을 또 닦는다. 반면에 나는 나 혼자 있으면 청소기를 돌리지 않는다. 아내가 보지 않으면 어제 신은 양말을 다시 신고 나가는 날도 자주 있다. 외출했다 돌아와서도 아내가 없으면 나는 결코 옷을 털지 않는다. 이처럼 아내는 깔끔쟁이고, 나는 털터리다. 달라도 너무 다르다.

차를 마시는 것도 다르다. 아내는 커피 광이고 나는 커피 기피 맨이다. 아내는 아침에 일어나면 우선 먼저 빈속에 커피부터 한 잔 마시고 본다. 어떤 날은 새벽 참에 두 잔을 마시기도 한다. 도대체 하루에 몇 잔이나 마시는지 알 수가 없다. 그러나 나는 좀처럼 커피를 마시지 않는다. 가끔 아내가 권해오면 못 이기는 척 한잔 마셔주는 것이 고작이다. 이처럼 아내는 커피 광이고, 나는 커피 기피 맨이다. 달라도 너무 다르다.

이러한 차이가 신앙생활에서라고 어찌 없을 수 있겠는가. 

우선 아내는 부르짖는 기도파요, 나는 묵상기도파다. 기도할 게 얼마나 많은데 뜨겁게 간절히 부르짖어 기도해야 하지 않겠느냐, 그러면서 아내는 한번 자리에 앉으면 최소한 두세 시간은 기도해야 된다는 사람이다. 아내는 날 보고 겨우 입술만 달싹거리며 한 시간도 채 채우지 못하고 일어나는 장로가 장로 맞느냐고 따진다. 그러면 나는 하나님이 귀머거리냐고, 왜 그렇게 소리를 질러야 들으시느냐고 대든다. 요점 핵심만 조곤조곤 아뢰면 다 알아들으시고, 30~40분도 충분하다고 항변한다. 이처럼 아내는 부르짖는 기도파요, 나는 묵상기도파다. 달라도 너무 다르다.

다음, 아내는 청각형 신자이고, 나는 시각형 신자이다. 아내는 하루 종일 라디오를 틀어놓고 극동방송을 듣거나 기독교 채널 TV를 시청한다. 나는 서재로 들어가 문을 닫고, 조용히 말씀을 묵상하고 기도를 드린다. 주로 설교집이나 신앙서적을 통해 은혜를 받는다. 나는 아내에게 그렇게 하루 종일 시끄러우면 마음은 언제 가라앉히며, 생각은 언제 깊이 하느냐고 힐난하고, 아내는 예수님은 책을 쓴 적이 없으시다고, 언제나 육성으로 직접 말씀하셨다고 따진다. 고저장단과 음색을 통해 감정이 고스란히 생생하게 전달되는 것을 좋아한다. 이처럼 아내는 청각형 신자이고, 나는 시각형 신자이다. 달라도 너무 다르다.

그뿐만이 아니다. 아내와 나는 기도하는 장소도 다르다. 아내는 기도원파요, 나는 골방파다. 아내는 기도원에 가서 많은 사람들과 함께 찬송하며, 목청껏 소리 지르며 통성으로 방언으로 기도해야 기도한 것 같다는 사람이다. 반면에 나는 아무도 없는 골방에 들어가야 집중이 되고, 하나님과 1:1로 만날 수 있고, 하나님의 세미한 음성을 들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이처럼 아내는 기도원파요, 나는 골방파다. 달라도 너무 다르다. 그러나 신앙생활의 형태 또는 기도와 찬양의 스타일이 다르다고 그것이 무슨 큰 문제이겠는가. 자기의 성격과 형편에 맞게 기도하고, 하나님을 만나면 되지 않겠는가. 들어서 알든 읽어서 알든 주님을 바로 알기만 하면 되지 않겠는가.

오늘도 우리 부부는 한 사람은 기도원에서 부르짖어 기도하고, 한 사람은 골방에서 묵상으로 기도한다. 한 사람은 하루 종일 방송을 틀어놓고 말씀과 찬양을 듣고, 한 사람은 성경을 펴고 눈으로 읽는다. 그래도 하나님께서는 오늘도 우리 모두의 기도를 들으시고, 늘 우리와 함께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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