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노동자 전용의원 문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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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노동자 전용의원 문 열었다
  • 승인 2004.08.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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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체류 외국인노동자 ‘건강지킴이’ 자처 22일 공식진료 시작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을 찾은 중국동포 배충용씨는 한국에 온지 3개월만에 감기가 걸리고 말았다. 그러나 건강보험카드도 없는 불법체류자라는 신분으로 인해 병원에 갈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한국에 올 때 꾸어 쓴 돈만 1천2백만원. 빌려 쓴 돈의 원금과 이자도 갚지 못한 그는 아픔을 진통제 몇알로 참아내다가 결국 응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실려갔다. 배씨의 감기는 이미 패혈증으로 발전한 폐렴으로 치료조차 받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배씨와 같이 작은 병도 치료못한 채 죽어가는 외국인노동자들이 국내에 50만명 가까이 체류하고 있다. 김해성목사가 운영하는 외국인노동자의 집 에서 10년동안 떠나보낸 외국인노동자들은 1천2백여명에 달한다. 조금만 일찍 병원을 찾아도 살 수 있는 맹장염과 가벼운 찰과상, 감기 등으로 사망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이들에 대한 건강권 보장이 새로운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외국인노동자 치료의 심각성을 느낀 김해성목사는 한신교회와 한라건설의 후원을 받아 가리봉동에 ‘외국인노동자전용의원’을 개원했다. 이미 지난달 11일 개원예배를 드린 이 병원은 22일 공식 개원식을 갖고 진료를 시작했다.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은 외국인 노동자, 그중에도 불법체류자를 우선해서 치료하겠다는 병원의 설립취지는 “사람을 살리는 것이 가장 최선이 되어야 한다”는 복음에 근거한다. 22일 열린 개원식에는 노무현대통령이 비서관을 통해 축사를 보내왔으며 박노해, 김소엽시인 등이 축하시를 선사했다. 외국인노동자의집 김해성목사는 병원건립에 도움을 준, 한라건설 김홍두대표와 열린치과의사회 이순희선생, 현대종합기계 이공우대표 등에 감사패를 전달했다.

자신이 운영하던 병원을 폐업하고 기꺼이 외국인노동자 전용의원 원장직을 맡은 이완주선생은 “음급환자나, 수술환자 등 즉각적인 치료를 요하는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작은 의료 손길이지만 더이상 감기나 맹장같은 질병으로 사망하는 불법체류자들이 없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주일간의 시험가동을 거쳐 공식진료를 시작한 외국인노동자전용의원은 불법체류자를 우선적으로 치료하고 돈이 없는 환자들에겐 무료진료를 실시할 계획이다.

이현주기자(lhj@uc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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