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 93.7%, “교회 내 성범죄 시스템 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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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자 93.7%, “교회 내 성범죄 시스템 미흡”
  • 정하라 기자
  • 승인 2021.11.22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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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반성폭력센터, ‘개신교 성인지 감수성 여론조사 발표’

한국교회 교인과 목회자들의 성인지 감수성을 엿볼 수 있는 설문조사가 발표됐다. 기독교반성폭력센터 주최로 ‘개신교 성인지 감수성 여론조사 결과발표 기자회견 및 포럼’이 지난 18일 서울시 중구 공간 새길에서 열렸다.

기독교반성폭력센터 주최로 ‘개신교 성인지 감수성 여론조사 결과발표 기자회견 및 포럼’이 지난 18일 서울시 중구 공간 새길에서 열렸다.
기독교반성폭력센터 주최로 ‘개신교 성인지 감수성 여론조사 결과발표 기자회견 및 포럼’이 지난 18일 서울시 중구 공간 새길에서 열렸다.

기독교반성폭력센터(공동대표:박유미)는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지앤컴리서치’에 의뢰해 개신교인 800명, 목회자 200명 총 1,000명의 표본을 대상으로 2021년 8월 30일부터 9월 9일까지 11일에 걸쳐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 내용은 크게 개신교인과 목회자를 대상으로 성에 대한 인식을 비롯해 교회 내 성평등문제와 교회 내 성희롱·성폭력 경험 등을 묻는 질문으로 구성됐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목회자가 금하거나 조심해야 할 사항으로 목회자는 51.9%, 교인은 41.5%로 ‘목회자의 성범죄와 성적 스캔들’을 가장 많이 선택했다.

그렇다면 성범죄에 한국교회는 얼마나 잘 대처하고 있을까. ‘한국교회의 성범죄 대처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목회자 93.7%, 교인 55.9%가 시스템이 잘 갖춰지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그 이유로는 사건을 덮는 데만 급급한 것 같다는 것과 사건을 제대로 처리할 공적인 기구가 없는 것 같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최근 3년간 성폭력 피해에 대한 직접·간접 경험을 묻는 질문에는 20%가 넘는 교인들이 성폭력을 직접 경험하거나 주변의 피해를 목격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가장 높은 피해 사례는 교인 22.5%가 가벼운 신체 접촉(어깨 두드리기, 손 만지기 등)이라고 응답했고, 11%가 외모에 대한 성적 비유나 품평, 별명 사용, 9.5%가 가벼운 성적 농담을 꼽았으며, 5.5%가 원하지 않는 지속적인 연락이라고 답했다.

반면 교회나 기독교기관의 성희롱·성폭력 교육은 매우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을 받아본 경험이 없는 교인은 82.2%, 목회자는 54.5%인 것으로 나타났다. 교회 내 성희롱·성폭력 예방 교육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매우 높았다.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이 필요하냐는 질문에 목회자 대다수인 99.6%가 교인 64.8%가 ‘그렇다’고 답했다.

성범죄 징계와 처벌에 대한 목회자와 교인들의 관점에서도 큰 차이를 보였다. 목사가 교인 대상 성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목사직 처리에 대해 교인은 86.5%로 대부분 “영구 제명해야 한다”고 응답한 반면 목회자는 “목사직을 정직시키고 일정기간이 지나 충분히 회개한 후 복권시킬 수 있다”는 의견이 49%로 가장 많았다.

이번 포럼의 발제를 맡은 정재영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는 “이번 조사결과 교회 안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중직자들의 성인지 감수성이 다소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며, “성인식 개선과 함께 성범죄 예방 및 대처를 위한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감리교여성지도력개발원 홍보연 원장은 “성인지 감수성은 상황이니 대상에 대한 고정된 관념이 아니라 계속되는 변화와 성숙을 전제한다”며 “한국교회 교인과 목회자들이 교회 내 불평등과 차별을 섬세하게 알아차려 성인지 감수성을 길러나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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