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 듣도 보도 못한 신기한 화장실이 생겼다. 이름하야 ‘성중립 화장실’이다. 남녀로 구분된 일반적인 화장실은 트랜스젠더와 인터섹스(간성) 등 성소수자들이 이용하기 어렵다는 것이 탄생의 이유였다. 창조질서 수호를 내세운 보수 기독교계의 반대는 당연했다.
그런데 선뜻 이해하기 힘든 화장실은 교회 안에서도 발견된다. 그것도 교단의 가장 큰 행사인 정기총회 안에서다. 그 주인공은 이른바 ‘남남(男男) 화장실’. 여자 화장실은 온데간데없고 여성 표지판이 있어야 할 곳엔 떡하니 남성 표지판이 자리 잡고 있다. 여성은 거의 찾아볼 수 없고 남성들로만 가득한 교단 총회의 기형적 구조가 만들어낸 기현상이다.
여성 총대 할당제가 시행되고 있는 예장 통합조차 여성 총대 비율이 2.27%(34명)에 그쳤다. 그나마 선방한 기장 교단도 9.4%(61명)에 불과하다. 눈물 나는 현실은 이들이 제일 나은 축에 속한다는 점. 여성에게 목사 안수를 주지 않는 예장 합동, 고신, 합신 등에서는 여성 총대가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는다. 교단 구성원 중 절반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 반쪽짜리 총회인 셈이다.
예장 합동의 경우 여성 총대가 탄생할 수 있는 일말의 가능성도 모두 차단됐다. 여성 목사 안수까지 가기도 전단계인 농어촌 교회의 여성 장로 안수, 여성 사역자 준목 호칭 부여 등의 청원조차 부결됐다. 합동 측 목회자와 신학자들은 “목사 자격은 창조질서에 근거하기 때문에 여성에게 강도권은 부여되지 않는다”는 답변을 내놨다. 청년들이 설 자리가 없는 노령화된 구조도 여전했다.
여성 대통령도, 30대 당대표도 나오는 시대다. 구한말 남녀차별과 신분제 철폐에 앞장섰던 교회는 어째서인지 무거운 엉덩이를 들지 못하고 수십 년 전 그 모습에 머물러있다. 이제는 정말 변화가 필요하다. 청년들이 떠나고 텅 빈 예배당에서 그제야 ‘다음세대’와 ‘여성’을 부르짖어봐야 돌아오는 것은 공허한 메아리뿐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