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포럼 - 누가 이단인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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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포럼 - 누가 이단인가?(1)
  • 승인 2004.07.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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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민교수/천안대학교 부총장

지금 한국교회는 정통이냐 이단이냐는 문제를 놓고 불꽃 튀는 논쟁을 벌이고 있다. 모 출판사가 발간한 책이 그동안 이단성 내지는 사이비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상당수의 교회와 기관에 대해 이단이 아니라고 규정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기총은 “한국교회가 견지해 오는 성경적 신앙의 입장과 판단에 위배되는 심각한 오류를 범했다”고 지적하고 “한국교회가 이에 현혹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덧붙이고 있다.

한편 이 책을 발간한 당사자들은, “한국교회는 그동안 이단 사이비를 규정하면서 상대방에게 한번도 변증의 기회를 주지 않은 채 자파나 자신의 이중적 잣대로 무분별하게 이단이라는 사형선고를 내렸다”고 언급한 다음, “이들에 대한 심층 조사 결과 대부분 진실이 왜곡돼 있었으며 오히려 복음에 충실한 부분이 많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책 출판에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검증 대상 교회와 기관들에 대한 변증의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인정해 줘야 한다”는 중간적인 입장을 취한 후 이 기회를 통해 사이비, 이단들에 대한 재검증 작업이 시도돼야만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사실상 한국교회는 선교 1백여 년 만에 세계 선교 역사상 전례없는 기적적인 부흥을 이룩했다. 그에 못지않게 기독교라는 허울을 쓴 사이비·이단들의 기하급수적 증가도 사실이다. 종교문제연구소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한국에는 383개 이상의 신흥 종파가 있으며 자칭 하나님이 7명, 자칭 재림 예수가 29명 있다고 한다. 전도관, 새일교단, 세계일가공회, 세계종교연합법황청, 일월산기도원, 동방교, 영생천국복음 호생기도원, 세계순금 등대교회, 오대양, 영생교, 아가동산 등 그동안 메스컴과 시중에 숱하게 오르내린 이름들만 해도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그렇다면 이단이란 무엇이며 그 판단 기준은 어디에 있는가? 초대교회에 나타난 이단들은 무엇이며 오늘날의 이단들은 누구인가?

이단이란 무엇인가?

통상적 개념에 의하면, 이단이란 올바르게 믿지 않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원래 이단을 의미하는 헬라어 ‘하이레시스’(라틴어 Haeresis, 영어 Heresy)는 ‘선택하다’를 뜻하는 ‘하이레오마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정한 철학이나 사상을 내세워 공표하고 전통적인 것에서 이탈해 분파를 만드는 집단을 가리킨다.

신약성경에서는 기독교를 반대하는 자들이 기독교에 대해 ‘이단’이라고 사용한 것이 그 첫 시작이었다(행 24:14). 초대교회에서 이단이란 ‘교회 일반의 교리와 다른 것을 주장하는 개인 또는 집단’을 지칭했다. 유대교에서는 기독교를 이단시했고 바울은 교회 내에서의 ‘어리석은 변론과 다툼과 분쟁과 율법 논쟁’(딛 3:10)을 이단시 해 이를 멀리하고 피할 것을 권고했다. 사도 시대 이후에 교회가 형성되면서 이단은 교회와 정반대의 양극 관계에 서게 됐다.

사도시대 후기의 이단은 ‘정교(Rechtglaeubigkeit)의 규범에 반대하는 것’을 의미했다. 그리하여 콘스탄틴 대제 때는 국가 교회의 입장에 반대하는 것이 곧 이단이었다. 특히 어거스틴은 이교법을 제정했는데 그 안에는 이단 규정에 관한 것도 포함돼 있었다. 중세기 아퀴나스에 이르러서는 교리적 면에서 이단을 본격적으로 규정하기 시작했다.

로마 가톨릭교회는 그들의 교의에 반대하는 객관적 이단자와 세례를 받은 후 그들의 신앙으로 확인된 진리를 부정하는 주관적 이단자로 분류하고 있다. 개신교에서는 그리스도 안에서 규범적으로 공인된 신앙고백에 반대하거나 탈선한 자를 이단자로 규정하고 있다. 개신교의 신앙고백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일어난 하나님의 화해와 속죄 행위를 믿는다고 고백하는 것을 말한다. 때로 이단은 ‘부차적 중심’(Nebenzentrum)이라는 용어로 표현되는데, 그리스도 중심이 아닌 것은 모두 부차적 중심, 곧 이단이라고 규정될 수 있다.

초대교회 교부들의 글에는 종종 이단에 대해 언급하는 대목들이 나오고 있다. 익나티우스(Ignatius)는 ‘트랄리안 서신’에서 교회 내에 존재하는 이단을 의미하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는데, 거기에서 그는 ‘그리스도 가현설에 대한 가르침’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6:1). 이상의 사실들을 종합해 볼 때 기독교 내에서의 이단은 ‘정통적인 교리나 신앙고백을 반대하거나 이탈하여 그리스도 이외의 다른 것에 중심점을 두는 것’을 지칭한다고 말할 수 있다. 이단에 대한 개념은 주후 112년 경부터 시작하여 3세기 경에 확정됐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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