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콘텐츠 된 ‘한글’…교회와 함께 발전 거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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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콘텐츠 된 ‘한글’…교회와 함께 발전 거듭”
  • 손동준 기자
  • 승인 2021.10.06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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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5돌 맞은 한글날, ‘자랑스러운’ 기여 되돌아보는 시간
복음 담는 언어로 쓰이며 ‘가치 있는 문자’로 조명받아
근대 한국어 정립에 기여한 게일 선교사의 한영자전. 게일은 한문의 영향력을 겨우 벗어나고 있던 19세기 말 한국어의 역동성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사전을 펴냈다.
근대 한국어 정립에 기여한 게일 선교사의 한영자전. 게일은 한문의 영향력을 겨우 벗어나고 있던 19세기 말 한국어의 역동성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사전을 펴냈다.

오늘날 지구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밴드로 손꼽히는 ‘콜드플레이’가 최근 한국의 소년 그룹 방탄소년단과 함께 새로운 싱글을 발매했다. 발매 직후 유튜브를 비롯한 글로벌 플랫폼에서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는 이 곡의 노랫말에는 한글 가사가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애니메이션 형식으로 제작된 이 곡의 뮤직비디오도 주목을 받고 있다. 화면 가득 한글 가사가 등장하고, 유튜브에는 “한글이 아름답다”는 외국인들의 반응과, “한글이 자랑스럽다”는 한국인들의 반응이 잇따라 달렸다. 

그런가 하면 최근 넷플릭스에서 화제가 된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체험 스튜디오가 파리에 차려졌다. 스튜디오에 입장하기 위해 길게 늘어선 사람들 뒤로 선명하게 적힌 ‘오징어 게임’이라는 세련된 한글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한글 간판은 촌스럽다”고 하던 시대를 살아온 사람으로서 격세지감을 느끼는 대목들이다. 
한글이 이제는 한 나라의 언어를 넘어 ‘한류 문화 콘텐츠’로 분류되는 시대다. 이런 가운데 한글과 한국교회가 서로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며 발전해왔다는 사실은 이 땅을 사는 크리스천들에게 또 다른 ‘자랑거리’가 되고 있다. 

한글 발전에 이바지한 성경
최초의 한글 신약전서인 ‘예수셩교젼셔’(1887년)는 한국에서 개신교 교회의 역사가 시작되는 데 결정적인 이바지를 했다. 존 로스 목사를 중심으로 매킨타이어와 이응찬, 백홍준, 서상륜, 이성하 등이 함께 번역한 이 최초의 한글 신약전서는 스코틀랜드성서공회와 영국성서공회가 경비를 지원했고, 스코틀랜드 교회들도 십시일반 지원했다. 이 ‘예수셩교젼서’를 통해 한국 사람에게 복음이 전해졌고, 한국에 교회가 세워졌다. 

1911년 발간된 ‘셩경젼셔’는 국내에서 조직된 성경번역자회가 번역을 맡았다. 이들은 처음에는 이수정역 마가복음(1885)과 로스-매킨타이어역 누가복음과 로마서를 개정하는 일을 시작했는데, 이러한 개정 작업을 통해 통일성 있는 한국어 표기를 위한 기초가 마련됐다. 

지금은 교회 용어로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있는, ‘예수 그리스도’, ‘셰례’, ‘션지쟈’ 등과 같은 용어가 바로 이 당시의 번역자들의 끊임없는 토론과 고심의 산물이다. 위원회 번역은 지식층 문체와 일반 대중 문체 사이에서 고심을 거듭하였고, 정식 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이라도 이해할 수 있는 쉬운 문체이면서도 동시에 식자층의 마음에 들도록 정숙하고도 깔끔한 문체를 사용하기 위해 노력했다. 

한양대학교 서신혜 교수(인문대학)는 “기독교가 한국 사회에 끼친 가장 획기적인 결정은 ‘한글을 사용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며 “초기 선교사들은 성서 번역은 물론이거니와 다른 서적들까지 모두 한글을 사용하기로 결정하고 그렇게 썼다. 이로 인해 한글은 ‘더러운 문자’에서 가치 있는 지식을 담는 그릇이 됐다”고 평가했다. 

복음 전파의 도구가 된 한글
동시에 한글은 복음 전파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감신대 이덕주 명예교수는 “선교사들이 한글을 선교언어로 채택하여 성경과 기독교 문서, 신문들을 발행함으로 기독교 복음은 짧은 기간에 전국, 전 계층에 확산됐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기독교가 한글에 도움을 받은 것에 못지않게 한글도 기독교에 큰 덕을 입었다”고 말했다. 

이같은 사실은 성경 번역과 문서 출판 사역에 종사했던 게일(J.S.Gale) 선교사의 증언에도 잘 나타난다. 

“한국의 토착문자는 세계에서 가장 단순한 것임이 분명하다. 1445년 창안되었음에도 너무 오랫동안 먼지 속에 묻혀 지내면서 자신을 알아줄 이를 기다렸다. 쓰이지 않았을 뿐 아니라 너무 쉽다는 이유로 그동안 경멸을 받아 왔다. 부인네들이라도 한 달 정도면 깨칠 수 있으니 그처럼 쉬운 글이 또 있을까? 바로 이와 같은 신비로운 섭리 가운데 그 문자는 신약 성경과 기독교 문서를 찍어내기 위한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까지 성경과 기독교 문서들은 대부분 놀랄 정도로 간편한 이 문자를 통해 인쇄되고 있다. 다른 무엇보다 놀라운 섭리라 할 수 있는 것이 이런 문자가 400년의 긴 잠을 자다가 마치 자명종 소리에 놀라 깨어나듯 이제 일어나 그리스도의 놀라운 사역을 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밖에 한글과 기독교의 만남은 기독교 복음의 전파를 넘어 ‘인권’이라는 개념 자체가 희박하던 시절에 민중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기여했다.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국사학)는 지난 2011년 열린 성경 완역 100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 “기독교는 한글 성경 번역을 통해 한자문화·한문숭상의 몰주체적 전통에 짓눌려 천시되어 오던 한글의 가치를 재발견했으며, 그로 인해 문맹률을 급격하게 줄여 민중들의 인간적 가치를 상승시키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한편 지난 5일 대한기독교서회(사장:서진한)는 한글날을 맞아 구세군 정동 아트센터에서 ‘한글과 조선예수교서회 간행물’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는 연세대 허경진 명예교수(문과대학)와 한국중앙연구원 안예리 교수(인문학부), 한양대 서신혜 교수(인문대학), 연세대 여인석 교수(의과대학) 등이 발제자로 나섰다. 대한기독교서회는 1890년 문서선교를 위한 교단연합기관으로 설립됐으며, 지난해 창립 130주년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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