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청년 세대의 종교성을 파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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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는 청년 세대의 종교성을 파악해야
  • 유광석 교수
  • 승인 2021.09.14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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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광석 교수/경희대학교 종교사회학 학술연구
유광석 / 경희대학교 학술연구교수(종교사회학)
유광석 / 경희대학교 학술연구교수(종교사회학)

갤럽에 따르면, 2021년 조사결과의 주요한 발견은 고령 인구가 젊은 세대보다 그리고 여성이 남성보다 더 종교적이며, 또한 20~30대 인구의 “탈종교 현상”이 가속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갤럽의 요약분석을 액면 그대로 수용하면 한국사회의 젊은이들이 ‘종교’를 대거 이탈했고 그들의 ‘종교성’은 세속적 가치로 다 채워진 것처럼 해석할 수 있다. 특히 일선의 종교지도자들은 이것이 세태를 정확히 반영한 조사결과라고 믿고, 평신자들의 종교적 각성을 촉구하고, 타락해가는 젊은 영혼들을 구하기 위해 가용한 모든 물적 및 영적 자원을 동원해야 할 위기의식에 사로잡힐지도 모른다. 어떤 종교인들은 이러한 세태가 코로나 사태와 함께 인류의 종말론적 결말을 계시하는 것으로 확대해석하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종교사회학자로서 위 조사결과가 학문적으로 얼마나 의미 있는 발견인지 강한 의문이 남을 뿐만 아니라 연령별 종교성에 대한 학문적 해석에 대해 다시금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추세는 이미 50년 전에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게리 베커(Gary S. Becker)의 가정생산모델(household production model)을 종교시장에 적용함으로써 하나의 가정 경제가 세속적 소비와 내세적 소비에 투자할 시간과 재화를 일생 동안 어떻게 배분하는지를 분석한 아지지-에렌버그(Corry Azzi and RonaldG. Ehrenberg)의 논문에서 연령효과(age effect)로 규명된 바 있다.

간단히 요악하면, 그들은 왜 사람들이 나이가 들면서 종교활동에 더 많은 시간과 재화(또는 돈)를 투자하는지를 설명하면서, 종교활동의 한계생산이 나이의 증가로 감소하지 않는 현상의 원인은 노인의 교회참석률이 임금상승률의 함수로써 임금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여자나 노인의 경우 좀 더 시간 집약적 방법으로 종교활동에 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인간이 나이가 들수록 그리고 여자가 남자보다 종교서비스 참석률이 높은 것은 사실 모든 시대 모든 사회를 통틀어 일반적 경향이다. 갤럽조사는 60대 이상 연령구간에서 이러한 일반적 종교성을 좀 더 명확하게 재확인했을 뿐이다. 다만, 해석상 주의할 것은 노령인구의 종교참석률이 높다고 해서 또는 청년 세대의 종교참석률이 낮다고 해서 ‘노령인구의 종교성이 청년 세대보다 높다’거나 ‘청년 세대의 종교성이 감퇴하고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종교참석률은 종교성을 측정하는 수많은 지표들  중 하나의 척도일 뿐이며, 종교성을 평가하기 위한 유일한 기준도 아니고 최고의 기준도 아니다. 미국의 조사결과에서는 청년층의 종교참석률이 상대적으로 낮았지만, 대부분의 개종이 청년층에 집중되어 있고, 소득대비 헌금비율과 경전에 대한 이해도가 소속종단을 불문하고 일반적으로 높게 나타난다.

갤럽조사 결과를 이해할 때 이러한 다른 변인들과의 관계를 좀 더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한국 사회에서 청년 세대의 종교참석률이 낮고, 종교를 믿지 않는 비율이 높아진다는 것은 다양한 관점의 해석을 낳는다. 그러한 조사결과를 단순히 청년 세대의 세속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단정하는 것은 청년 세대의 종교성, 아니 인간의 보편적 종교성을 양적으로 너무 간단히 이해하는 것이다. 비종교인(또는 무종교인)의 종교성에 대한 학문적 논의가 최근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다.

간단히 말하면, 비종교인들이 모두 반종교적이거나 종교에 무관심한 성향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가령, 그레이스 데이비(Grace Davie)가 영국인의 종교성으로 표현한 ‘종교적 참석 없이 기존의 종교적 실천과 믿음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고(believing without belonging), 기성종단의 권위주의나 물질주의에 염증을 느끼고 제도종교와 무관하게 자신만의 영성을 추구하는 사람들도 있고, 유교적 의식과 태도가 개인의 삶 속에서 뚜렷하지만, 자신을 유교인이라 고백하기를 거부하는 사람들도 많다.

심지어 반종교적인 무신론자들조차 일정한 신념(atheism)을 갖고 있고, 과학적 합리성을 신봉하는 과학주의(scientism)조차 하나의 종교성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말한다면, ‘종교’가 없는 사람은 있을 수 있지만, ‘종교성’이 없는 사람은 존재할 수 없다. 종교성이란 기본적 인간성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성세대는 ‘종교가 없다’고 주장하는 청년 세대의 새로운 종교성을 더 사려 깊고 성찰적인 자세로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러한 진지한 성찰과 노력이 없다면 청년 세대의 종교성은 아틀란티스의 신화처럼 영원히 심해에서 깨어나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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