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보다 향기로운 주의 말씀
(김진상 작사/곡)
1. 말할 수 있어서 들을 수 있어서 볼 수 있어서 숨소리에 감사하며 행복합니다. 매일 마시는 커피 향보다 더욱 귀한 주의 말씀 내 심장에 가득 채워서 살아가게 하소서
2. 느낄 수 있어서 베풀 수 있어서 사랑할 수 있어서 생명 있어 감사하며 행복합니다.
올해의 여름은 유난히도 더웠다. 오랫동안 비도 안 내렸고 무더웠던 7월과 8월초 밤에는 깊은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그즈음엔 5시만 되어도 아침나절처럼 환해지다가 8월 중순에 들어서니 다시금 어스름한 색으로 한낮의 뜨거운 햇볕의 열기는 여전하지만 그래도 아침저녁으로는 서늘함을 느낄 만큼 기온의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매미의 울음소리는 그쳐가고 귀뚜라미 소리가 가을을 전해오고 있다.
봄은 밑에서 위로 올라가고 가을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온다. 땅의 고도에 따라서도 그렇고 위도에 따라서도 그렇다. 봄철에는 화사한 진달래와 벚꽃 개나리꽃이 산자락 끝에서 시작하여 정상을 향해 봄을 밀어 올리고, 남녘에서 중부 이북으로 번져간다. 가을의 아름다운 단풍은 중부 이북에서부터 남으로 온 산야에 불이 난 듯 내려간다.
8월 말 9월 초 이맘때가 되면 산골과 작은 냇가의 맑은 개울물은 더욱 맑아진다. 우리 집 주변의 안양천 냇가에도 올여름엔 비가 많지 않아 탁한 물이 개울로 흘러들지 않은 탓인지 팔뚝만한 잉어들과 붕어들이 뛰놀며 헤엄을 치고 있다. 입추와 처서를 지나 찬바람이 일기 시작하면서 작물뿐 아니라 잡초들도 열매를 맺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봄부터 한여름까지 왕성하게 자라던 잎과 줄기는 진한 녹색에서 조금씩 옅어지면서 누런색으로, 끝내는 갈색으로 변해가고 있다. 손으로 만져보면 한여름의 부드러움을 잃어 점점 빳빳하고 거칠어진다. 열매를 만들고 살찌우는 일에 힘을 쏟는 듯하다.
이번에 소개하는“커피보다 향기로운 주의 말씀”이라는 곡은 4년 전 필자의 막내 여동생이 의료사고로 누워있는 모습을 보면서 영감을 얻어 시를 쓰고 작곡을 하게 되었다. 여동생이 침대에 누워 형언할 수 없는 어려운 모습을 보면서 말할 수 있고, 들을 수 있고,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걸을 수 있는 것만으로 얼마나 큰 감사이고 축복인지 고백하는 곡이다. 숨 쉴 수 있는 것도 감사하고 매일 아침 마시는 커피도 향기를 사람들에게 주고 있듯이 커피의 향기처럼 성도로서 작은 향기를 전하며 살고 싶은 마음을 시와 작곡에 담아내었다. 구세군 110주년 행사에 구세군 남성합창단이 초연한 곡이다.
백석예술대학교 음악학부·성악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