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 독점과 부의 불균형은 인간 ‘타락’의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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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독점과 부의 불균형은 인간 ‘타락’의 결과
  • 이상규 교수
  • 승인 2021.07.06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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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규 교수의 초기 기독교 산책 - 재산과 부에 대한 가르침(10)

바질은, “내가 내 재산을 혼자 간직한다고 해서 그것이 남에게 해를 끼치는 것이냐?”고 반문하는 이들에 대하여 이렇게 말한다. “말해 보라. 과연 네 것이 무엇이냐? 너는 그것을 어디서 얻었고, 세상에 가지고 왔는가? 그것은 마치 극장의 한 좌석을 잡아 놓고 후에 오는 모든 관객을 내쫓는 것과 같다.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을 자기만을 위한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부자들은 바로 그와 같은 사람들이다. 만인공동의 것을 선취함으로서 그들은 그것을 자기 것으로 만든다. 만일 각자가 자신의 시급한 요구를 만족시키는데 필요한 것만큼 취하고 나머지는 나와 마찬가지로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위해 남겨둔다면 어떤 인간도 부자일 수 없을 것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바질의 ‘극장 좌석’ 비유이다. 이 비유는 스토아 철학자 크리시푸스(Chrysippus, 279~206 BC)가 사용했던 비유였다. 크리시푸스는 먼저 도착한 사람에 의해 점유된 극장의 좌석을 비유로 사유재산권을 옹호했는데, 바질은 그 비유를 이용하되 사유재산의 독점적 사용보다는 나눔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바질은 자기가 관할하는 도시의 가난한 자, 노인들, 병자들, 그리고 성지를 순례하는 이들을 위한 합숙소를 겸한 복지시설을 설립하는 일을 추진했는데, 이 역시 이웃을 위한 나눔과 배려였다.

바질의 친구이자 바질과 더불어 ‘카파도키아의 교부들’이라고 불리는 나지안주스의 그레고리(Gregorios Nazianzenos, Gregory of Nazianz us, 330~389)는 동료들과 더불어 동방교회의 전통을 형성한 신학자였고, 삼위일체론과 성령론 등 정통교리를 정립하는데 공헌했던 인물인데, 재산과 부에 대해서도 소중한 가르침을 주었다. 그는 재산의 결핍과 과잉이라는 불균형, 부의 소유와 관련한 예속과 자유는 아담의 타락의 결과라고 보았다. 하나님은 인간을 자유롭고 독립된 존재로 창조하셨고, 태초에는 소유의 불균형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태초의 인간은 낙원의 모든 것을 마음대로 그리고 자유롭게 쓸 수 있었지만 질투와 분종을 좋아하는 뱀의 유혹이 본래의 조화를 파괴했다고 보았다. 인간의 탐욕이 자연의 숭고함을 파괴했다고 보았다. 그래서 정의와 베풂 나눔 등 자비행위는 상실된 상태를 회복하는 단계라고 보았다. 정리하면 바질이나 나지안주스의 그레고리는 인류의 타락의 결과로 사유재산이 형성되기 시작했다고 본 것이다. 즉 이들은 사유재산, 부의 독점, 혹은 부의 불균형을 인간의 타락의 결과로 본 것이다. 부에 대한 구원론적 접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견해는 후대 교회사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한 가지 사례가 프란체스코수도단의 경우이다. 츠빙글리와 멜란히톤에서도 이런 영향을 엿볼 수 있다. 수도원 제도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지만 초기 기독교회의 위대한 교부들은 그리스도인 개인이나 교회 공동체가 재산을 소유하는 것에 대해 반대했다. 바질, 나지안주스의 그레고리, 요한 크리소스톰, 밀란의 암브로스 등이 바로 그들이다. 중세시대 위클리프도 그러했다.

초기 기독교는 물질은 본래 중립적인 것이기 때문에 적절하게 사용하면 좋을 수 있다고 여겼다. 적절하게 라는 말은 ‘가난한 자를 돕는 것’을 의미했다. 돈이 제공할 수 있는 유익을 인정하면서도 부에 집착하는 것을 경계했다. 콘스탄틴 이전의 교회는 재산과 부를 경시하고, 재산을 팔아 가난한 자들을 주라(막 10:21)는 명령을 문자적으로 따랐다고 볼 수 있다. 당시 그리스도인들은 자신을 나그네 혹은 순례자로 여겨 역려과객(歷旅過客)으로 보았고 천국을 사모하고 살았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4세기 콘스탄틴 이후 교회가 안주 공동체가 되면서 부와 재산 소유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된다. 그래서 교회 지도자들은 부와 재물, 혹은 물질의 사용에 대해 빈번하게 가르치기 시작한다.

백석대 석좌교수·역사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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