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좋아하게 만드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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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좋아하게 만드는 것들
  • 정석준 목사
  • 승인 2021.05.18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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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준의 시사영어 - 123

“일찍 자거라.” 그러나 이불을 쓰고 밤새 만화책을 봤다. 숙제는 뒤로 남기고 산과 들을 뛰어다녔다. 해야 할일보다는 하지 말라는 짓을 골라 하면서 다녔다. 동네 아이들과 몰려다니며 희희낙락거리는 일이 신나고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그럴 시간에 열심히 공부하길 원했던 부모님의 그 안타까움은 나이를 먹어서야 동감하게 됐다. 물론 하고 싶은 대로 즐길 것을 즐기며, 뭔가 재미있게 읽을거리를 가질 수 있었다는 자위는 있다. 그러면서 훨씬 복잡하고 난해한 현실을 살아가며 조바심을 내는 늙음을 맞이하고 있다.

행복해지기 위해서 많은 것들이, 대단한 그 무엇이 필요한 것도 아닌 사실은 모두가 안다. 그러나 여전히 무엇인가 조건을 구하고, 한편 그만큼 채워지지 않으면 몹시 불행해 한다.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카레니나’에서 주인공인 그녀가 자살을 선택했던 이유를 ‘에릭 프롬’의 해석정도로 설명해 내려는 것이 무리인 이유다. 본인 스스로가 그렇게 결정할 수밖에 없던 일이었고, 그렇게 자기생각을 사랑하고 헤어 나오지 못했을 뿐이다.

19세기말 프랑스에서 ‘보들레르나 랭보’ 등의 상징주의의 영향을 받은 시인들이 스스로를 ’데카당(decadent)‘이라 불렀고 여기에서 ‘데카당스(decadence, decline(하락하다)’란 단어가 생겨났다. 그리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문예사조의 명칭으로 ’퇴폐주의‘와 ’쇠락, 쇠퇴‘등을 뜻하는 말이 됐다.(now most often used to refer to a perceived decay in standards, morals, dignity, religious faith, honor, discipline.) 그들은 반사회 반도덕성을 모방하면서 인공미나 추악한 것에서 아름다움을 찾는 일에 탐닉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인간은 점점 더 노골적으로 자기의 쾌락과 행복과 성공을 위해 주먹을 불끈 쥔다. 자기합리화를 위해 권모술수를 아끼지 않는다. 한편 삶의 터전이 된 이 역사와 공간을 가치 있게 보존하며 연장해보려는 ‘자정운동’이 일어난다. 그러나 이 역시 자기행복 찾기의 추잡한 시도일 뿐이다. 역사는 하나님의 예정 속에 있다. 이것이 오늘 우리가 사는 역사의 지향성이다. 이를 인정하지 않고는 이해를 얻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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