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진리의 말씀만이 생명을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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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진리의 말씀만이 생명을 살린다
  • 유선명 교수
  • 승인 2021.04.06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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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명 교수의 전도서이야기 (13) - “많은 말이 사람에게 무슨 도움을 주는가?”(전 6:11, 새번역)

전도서가 음악이었다면 제목을 <헤벨 주제에 의한 변주곡>이라 붙였을 법합니다. 인생사 특별히 주목할 만한 일이 있으면 “모든 것이 헤벨이다”라는 주제가 소환되고 그때마다 그 상황을 달리 보게 하는 가르침이 펼쳐지니 말입니다. 통념에 매이지 않고 자신이 직접 보고 느낀 바를 가감 없이 전하고 정직한 평가를 내리는 스승의 목소리가 차가운 듯하지만, 곳곳에 더해둔 역설과 유머가 전도서를 흥미로운 글로 읽히게 합니다.

사실 전도서를 여기까지 읽어온 독자는 “모든 것이 헛되다(개역개정)”는 문장이 비장한 탄식이기보다는 무언가 반전을 품고 있는 화두일 것 같은 기대감을 갖게 됩니다. 자기 마음을 향해 “내가 시험 삼아 너를 즐겁게 할 테니 낙을 누려 봐라” 해놓고는 곧바로 그것도 헛되다 말하고(2:1), 술과 잔치, 재물과 쾌락에 흠뻑 젖으면서도 지혜를 놓지 않고 어리석음도 붙들어둘 수 있다 호기를 부리다가 그것도 헛되고 바람을 잡으려는 짓, 무익한 일이라고 합니다. 돈을 사랑하는 자가 돈으로 만족하지 못하니 이것도 헛되다 말하기에, 재산 모아 봐야 만족은 없으니 허탈하다는 이야기인가 생각하는 순간 “돈이 많으면 먹을 입도 많아진다”는 첨언이 독자를 미소짓게 합니다(5:10~11).

그러나 6장에 들면서 독자의 마음을 무겁게 하는 교훈이 등장합니다. 상식적이고 건전한, 성공의 욕구조차도 헤벨의 그늘을 벗어날 수 없다는 선언입니다: “사람의 수고는 다 자기의 입을 위함이나 그 식욕은 채울 수 없다. 지혜자가 우매자보다 나은 것이 무엇인가? 살아 있는 자들 앞에서 행할 줄을 아는 가난한 자에게는 무슨 유익이 있는가? 눈으로 보는 것이 마음으로 공상하는 것보다 나으나 이것도 헛되어[헤벨] 바람을 잡는 것이다.”(6:7~9) 힘든 일도 자존심 상하는 상황도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로 버티는 이에게, 전도자는 “먹고 살자고 한다고? 그래, 하지만 아무리 먹어도 배부르지는 않을 걸”이라며 성찰을 촉구합니다. 지식을 얻으면 형통하리라는 믿음으로 달리는 사람에게 전도자는 “정말 그렇게 얻은 지식이 이로움을 주겠느냐?”고 도전합니다.

처세를 배워 사회적 사다리를 오르겠다는 이에게, 가난을 벗고 마음으로 바라던 것을 손에 넣겠다는 사람에게는 “그걸 손에 넣으면 꿈만 꾸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헤벨을 벗어나지는 못한다”는 충고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얼핏 듣기에 차갑고 무심한 조언으로 들리지만 전도자는 높은 자리에 서서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독자를 내려다보며 비웃고 있지 않습니다. 그 자신의 말들을 향해서도 “헛된 것을 더하게 하는 많은 일[말]들이 있나니 그것들이 사람에게 무슨 유익이 있으랴”라고 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6:11).

엄격한 판단이 전도자 자신에게도 예외가 없었다는 뜻입니다. 책의 서두와 짝을 이루듯 모든 것이 헤벨이라는 선언으로 전도자의 가르침을 마무리한 뒤(12:8), 성경은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이렇게 전해줍니다: “전도자는 지혜자이어서 여전히 백성에게 지식을 가르쳤고 또 깊이 생각하고 연구하여 잠언을 많이 지었으며 전도자는 힘써 아름다운 말들을 구하였나니 진리의 말씀들을 정직하게 기록하였느니라”(12:9~10) 사색하고 연구하며 묘미 있는 교훈을 짓는 것은 모든 지혜자들의 몫이지만, 하나님께서는 이 스승의 교훈에 정직이라는 훈장을 붙여주셨습니다. 한마디 한마디 자신의 체험을 녹여 넣은 스승의 고언은 하나님의 섭리 가운데 “살아 있고 활력이 있어 좌우에 날선 어떤 검보다도 예리하여 혼과 영과 및 관절과 골수를 찔러 쪼개기까지 하며 또 마음의 생각과 뜻을 판단하시는”(히 4:12) 진리의 말씀으로 다가와 우리의 사색과 순종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백석대 교수·구약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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