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노동조합을 결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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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가 노동조합을 결성한다?
  • 승인 2004.07.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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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복목사 / 할렐루야교회

최근 노동부로부터 교회에 노동조합을 결성하라는 공문을 받았다. 노동조합을 결성하지 않으면 노동법을 어기는 것이요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 공문을 받은 당회의 반응은 놀라움과 함께 강하게 부정적이었다. 물론 당회는 그 지시를 따르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 공문을 받은 후 교회 내 노동조합 결성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노동조합을 결성했다는 교회의 이야기도 그 후에 들었다. 부목회자에 대한 인사제도가 개선되지 않으면 노동조합을 결성해 자신들의 인권을 보호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됐다.

필자가 1980년 16년 만에 미국에서 처음 한국을 방문했을 때 어느 대형 교회로부터 설교 초청을 받았다. 예배를 마치고 교회 뜰에서 부목사 한 분과 잠시 대화를 하게 됐다. 그때 그 분은 한국교회의 부목사는 파리 목숨과도 같다며 가슴속 아픔을 털어놓았다. 잠깐 동안의 대화였으나, 부목사의 임기는 1년이며 연말 당회에서 연장 통보가 오지 않으면 자동적으로 사임해야 한다며 불안을 표현해 왔다. “우리는 파리 목숨입니다.”

나는 놀랐다. 미국에 있는 동안 이런 경우를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교회도 어느 직장과 마찬가지로 과정을 거쳐 풀타임 부교역자를 선택하는데 임기가 1년에 불과하고 연임에 대한 보장이 없다. 한국교회는 부교역자들의 인권을 사회의 어느 직장에서 보다 더 유린하고 있는 것 같다. 어느 나라 교회에도 없는 제도다. 세계교회의 존경을 받고 있는 한국교회에 이런 제도가 유지되고 있다.

대학원을 나온 전문직 직장인들 가운데 어느 직장의 임기가 1년인 곳이 있는가? 노무자, 공무원의 임기가 1년인 곳이 있는가? 심지어 교회의 일반 직원의 임기가 1년인가? 목회자가 되기 위해서는 대학을 졸업하고 신대원에서 3년 간 공부하고 목회학 석사를 받아야 한다. 일반 대학의 석사학위는 1~2년이지만 신대원은 3년, 95학점을 이수해야 한다. 다른 어느 직업보다 오랜 기간 공부를 하고 전도사와 준목의 과정과 자격시험을 거쳐 목사가 된 전문직 목회자의 임기가 1년이라니 어떻게 믿을 수가 있는가?

이런 비합리적이고 비인권적인 제도가 21세기에 아직도 있고, 한국교회가 이 문제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없다. 다른 직장에 없는 제도를 부목사들에게는 아직도 강요하는 것은 한국교회의 후진성이요 부끄러움이다. 부교역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어야 하고 그들이 자신의 인권을 보호해야 하나? 목회자들이 자신을 버리고 말없이 섬기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런 제도가 개선되지 않고 계속돼 노동조합이 결성된다면 큰 불행이다. 교회는 앞장서서 부교역자들이 최소한도 교인들의 직장 수준의 자존감을 갖고 사역할 수 있도록 법을 개선해야 한다.

노동법의 눈으로 볼 때 부목회자들이 연말 당회의 가부투표 한번으로 신·불신임이 결정되고 불신임이 결정되면 연말로 사임해야 한다. 사임이 아니라 퇴출된다. 불신임을 받은 목사는 일생 불명예의 딱지가 따라 다닌다. 어느 교회에서 불신임 받은 목사를 목회자로 초빙해갈 것인가?

목회자를 매년 평가한다면 그것은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단 한 번의 신·불신임 투표로 목회자를 퇴출한다는 것은 비윤리적이다. 그러나 부목회자들은 이 문제에 대해 입을 열 수 없다. 입을 열면 바로 불이익을 당하기 때문이다. 윤리적 문제가 아니고 목회 사역 수행에 부족함이 있다면 개선하기 위한 도움을 주어야 할 것이다. 1~2년 마다 목회자의 보직을 변경한다면 그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보직 변경이 아니고 사역장에서 단번에 퇴출시키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 이 제도는 개선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교회에 노동조합을 구성해야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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