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 많은 조 기자, ‘진심’으로 현장을 누비다
상태바
욕심 많은 조 기자, ‘진심’으로 현장을 누비다
  • 손동준 기자
  • 승인 2021.02.22 23:10
  • 댓글 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앙과 삶-‘선한 영향력’ 키우는 대전방송 TJB 조혜원 기자

중부권 대표 채널 TJB에서 전국으로 특종 보도 ‘빵빵’
한동대학교에서의 4년 ‘배워서 남주는’ 꿈꾸는 계기
조산 겪으며 ‘이른둥이’ 가족들에 용기 주는 책 펴내

올해로 10년차인 TJB 조혜원 기자. 조 기자는 자신의 보도를 통해 세상을 1mm라도 따뜻하게 변화시키고 싶다는 각오로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다.
올해로 10년차인 TJB 조혜원 기자. 조 기자는 자신의 보도를 통해 세상을 1mm라도 따뜻하게 변화시키고 싶다는 각오로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다.

지난해 6월. 천안에서 의붓아들을 여행용 가방에 가둬 숨지게 한 여성의 이야기가 뉴스를 통해 전해졌다. 여러 매체가 이를 받아쓰면서 전국으로 퍼졌고, 기사를 접한 이들은 분노했다. 처음 뉴스를 전한 기자는 이슈가 단순히 사건으로 끝나기를 원치 않았다. 코로나19 속 이웃과의 소통이 확연히 줄어든 가운데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학대와 그 상황에 놓인 아이들을 도울 방법을 간구했다.

우선 아이들이 자주 오가며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곳으로 편의점을 떠올렸다. 컵라면을 먹으러 온 피해 아동이, 삼각김밥을 사러 온 피해 아동이 점원에게 신고할 수 있도록 충청권 1,500여 개 GS편의점을 아동학대 피난처로 지정했고, 이후 취지에 공감한 전국 모든 브랜드 4만 8천여 곳의 편의점이 학대 아동을 돕는 사회안전망이 되어주기로 약속했다. 그 과정에서 서울 마포구 한 가정집에서 부모에게 폭행당하던 아동이 맨발로 편의점에 뛰어 들어와 도움을 요청해 무사히 구조되는 성과도 있었다. 편의점과 더불어 대전 728곳 약국에 피해 아동들이 언제나 사용할 수 있는 응급의약품을 비치해 약사들이 아동들을 도울 수 있게 됐다.


세상에 빛과 소금이 되고 싶은 기자

대전과 세종, 충남을 포함한 중부권의 대표 채널인 TJB의 조혜원 기자(함께하는교회 집사)는 세상을 1mm라도 따뜻하게 변화시키고 싶다는 마음으로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는 ‘여행용 가방 학대 사망 9살 아동’ 보도를 통해 한국기자협회 제358회 이달의 기자상과 경찰청 감사장 등을 받았고, SBS 민방 베스트 1분기 동상, 3분기 금상을 탔다. 이밖에 ‘로타바이러스 감염, 산후조리원은 쉬쉬’ 단독 연속보도로 한국기자협회 제353회 이달의 기자상과 목요언론인클럽 목요언론인상, 대전·세종·충남 기자협회 참글상 등을 수상했다.

올해로 10년 차 기자인 그는 일 욕심이 참 많은 사람이다. 지난 2019년 12월 1년 3개월의 육아 휴직을 마치고 복귀하자마자 1년 사이 수많은 성과를 올릴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욕심 덕분이었다. 

하지만 그 욕심은 결코 ‘명예’나 ‘권력’을 향하지 않는다. 소명 때문이다. 모태신앙으로 자란 그는 포항의 한동대학교에서 대학 시절을 보냈다. 조 기자는 “대학에서의 4년이 크리스천으로서 소명 의식을 가슴에 새기게 된 것 같다”라며 “고 김영길 총장님께서 늘 ‘공부해서 남 줘라’라고 말씀하셨는데, 한동에서의 대학 생활은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재능으로 어떻게 남을 도울까, 어떻게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전할까 고민을 하게 된 터닝포인트”라고 소개했다.

TJB 입사 전 1년간 근무했던 기독교방송국 CGNTV에서의 경험도 그에게는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미국 LA 중앙일보 인턴 기자 시절 당시 한인교회에 간증하러 왔던 CGNTV 대표이사이던 조정민 목사(베이직교회 담임)를 통해 CGNTV의 존재를 알게 됐다. 뉴스만 틀면 각종 사건·사고가 난무하는 세상 속에서 많은 이들이 ‘굿 뉴스’에 목말라한다는 말에 감명을 받아 졸업 후 입사 지원서를 냈다. 조 기자는 “1년간 근무하며 전 세계 곳곳에 복음을 전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밤낮으로 고생하는 이들의 손길을 알게 됐다”며 “세상이 더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뉴스를 원해도 사랑과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는 뉴스가 얼마나 큰 힘이 있는지를 배웠다”고 회상했다.
 

조 기자가 취재한 ‘여행용 가방 학대 사망 9살 아동’ 보도는 단순 사건 사고를 넘어 이후 학대 아동이 피해를 호소할 수 있는 다양한 사회 안전망 구축의 계기가 됐다.
조 기자가 취재한 ‘여행용 가방 학대 사망 9살 아동’ 보도는 단순 사건 사고를 넘어 이후 학대 아동이 피해를 호소할 수 있는 사회 안전망 확대의 계기가 됐다.

현장에서 느끼는 ‘신앙인’의 무게감

이후 조금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싶은 마음에 고향인 대전의 TJB에 지원해 현재까지 현장을 누비고 있다. 그는 “매 순간 기도로 임해야 하는 직업이 바로 기자”라고 말했다. 많은 제보자의 제보 내용에 옳고 그름을 분별해야 하고, 짧은 시간 안에 가치 판단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는 생과 사를 오가는 중대한 결정이기도, 또 누군가를 다치게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그 무게감과 책임감에 대한 부담도 크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매 순간 하나님께 지혜를 구한다.

‘여행용 가방 학대 사망 9살 아동’ 사건의 경우 단순 보도에 그치지 않고,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대안을 제시할 수 있었던 것도 하나님께서 주신 지혜였다. 결과적으로 대전시와 경찰, 교육청, 아동보호전문기관 등이 TJB와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 그는 “지역 언론은 취재 인력이 많은 편이 아니어서 데일리 아이템이 치이기 바쁘다. 그런 상황 속에서 학대 예방을 위한 또 다른 사회 안전망을 마련할 수 있었기에 개인적으로도 참 의미 있는 프로젝트였다”라며 “하나님께서 저라는 도구를 통해 작고 연약한 아이들을 도울 수 있는 울타리를 만드셨다고 믿는다. 지금도 그들을 지원할 방안을 늘 고민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백일에 찍은 백일사진

조혜원 기자에게는 27개월 된 자녀가 있다. 출산 전 태명은 ‘쁨쁨이’이다. 주님의 기쁨과 예쁨의 ‘쁨’을 합친 이름이다. 쁨쁨이를 출산하고 키우는 과정에서 그는 하나님의 강한 섭리와 인도하심을 체험하고 있다. 2019년에는 책도 썼다. 제목이 참신하다.  ‘이백일에 백일사진’. 아이가 태어나고 200일이 되어서야 누구나 찍는다는 ‘100일 사진’을 찍을 수 있었던 우여곡절이 담긴 책이다.

조혜원 기자가 지난 2019년 펴낸 책 '이백일에 백일사진'. 이 책은 이른둥이를 낳고 키우며 취득한 경험과 정보들이 수필 형식으로 담겨 있다.
조혜원 기자가 지난 2019년 펴낸 책 '이백일에 백일사진'. 이 책은 이른둥이를 낳고 키우며 취득한 경험과 정보들이 수필 형식으로 담겨 있다.

“임신만 하면 누구나 40주를 잘 품고 출산하는 줄만 알았는데 임신 25주 차에 갑자기 자궁이 열렸다며, 그 즉시 앰뷸런스를 타고 대학병원으로 이송돼 고위험산모실에 입원하게 됐습니다. 움직이면 자궁 경부가 벌어진다며 침대에서 한 걸음도 내려오지 못한 채 한 달 넘게 온전히 침상 생활로만 버티다 임신 30주 1일이 되던 날 1.74kg의 쁨쁨이를 출산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빨리 아기를 만나고 싶었던 그 날이, 제게는 버티고 버티고 미뤄야만 하는 날이었습니다. 아기가 엄마 뱃속에 제 주 수만큼 있지 못하면 기관 등이 다 형성되지 못한 채 세상에 나오기 때문에 각종 장애와 심지어 생명까지 위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쁨쁨이가 태어나던 날 그와 가족들이 바랐던 것은 아이가 오로지 힘차게 울어주는 것이었다. 이른둥이(미숙아) 아이들이 가장 위험한 건 폐가 다 형성되지 못해서 자가 호흡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 때문에 누구나 세상에 나오면 힘차게 우는 그날, 울지 못할 수 있다는 의사의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감사하게도 쁨쁨이는 힘차게 울어주었다. 두 달 넘게 신생아 중환아실 인큐베이터에 입원하긴 했지만 건강하게 가족의 품으로 와주었다. 그 과정에서 패혈증이 오기도, 작고 여린 몸에 칼을 대 탈장 수술 등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병원에서는 이른둥이가 겪을 수 있는 여러 질환 등은 이제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진단했다. 지금도 쁨쁨이는 가족과 함께 무럭무럭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

조 기자는 “모든 것을 오직 주님께 맡길 수밖에 없던 시간이었다”며 “제가 할 수 있는 건 하나도 없었고 오직 기도뿐이었다. 덕분에 비기독교인인 남편도 기도하고 찬양도 할 수 있게 됐다”고 소개했다. 조 기자의 남편이 가장 좋아하는 찬양이 ‘요게벳의 노래’와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고.

그는 “조산의 세계에 들어와 보니 너무 많은 이들이 아픔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모든 일이 누군가에게는 당연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그 아픔과 슬픔을 위로하고, 1.74kg의 쁨쁨이도 잘 이겨냈으니,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우리 아기들은 훨씬 강하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힘을 드리고 싶어 책을 펴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지역의 유명 기관인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 과학저널리즘대학원프로그램(석사)에 지원해 합격했다. 조산을 겪으면서 기사를 찾아보니 정확하지 않은 정보들이 많았던 것. 최근에는 코로나 상황을 지나며 제대로 된 정보를 전하고 싶은 마음이 그를 공부로 이끌었다. 이미 엄마이자 기자로서 녹록지 않은 하루하루일 텐데, 더 잘하고 싶다고 말하는 그에게서 욕심이 아닌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으냐는 질문에 ‘크리스천임을 고백하지 않아도 크리스천의 향기가 나는 사람’, ‘신뢰할 수 있고 언제나 고민 상담을 하고 싶은 기자’, ‘존재 자체만으로도 큰 힘이 되고 사랑이 넘치는 엄마’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3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믿음 2021-02-25 10:21:57
이런 마음의 기자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네요. 응원합니다.

호프호프 2021-02-25 03:16:07
기사에 늘 진정성이 묻어나는 기자예요!
많은 이들에게 희망되길 바랍니다

멋쟁이 2021-02-24 08:24:38
멋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