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빙글리의 편지들 바디안에게, 1529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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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빙글리의 편지들 바디안에게, 1529년(3)
  • 주도홍 교수
  • 승인 2021.01.20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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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도홍 교수의 츠빙글리 팩트 종교개혁사-121

뱀장어 같은 멜란히톤
루터는 외콜람파드가 츠빙글리와 동지라는 사실에 불쾌하면서, 외콜람파드가 대적자 에크(Eck)의 계략에 빠져들었다고 비난하였다. 츠빙글리는 이 사실을 바디안이 사람들에게 알려도 된다고 말한다. 츠빙글리에게 못마땅한 인물은 회색분자 멜란히톤이었는데, “미끈한 뱀장어와 어떤 모습으로도 변신에 능한 바다의 신 프로테우스 같은 멜란히톤”의 어정쩡한 처신 때문이었다. 멜란히톤은 츠빙글리에게 “손을 소금으로 무장하고, 말리라”고 하면서 침묵할 것을 요구했다는 것이었다. 

이런 식으로 가능한 방법을 다 동원해서 멜란히톤은 힘든 상황을 벗어나려고 했다는 것이다. 멜란히톤은 힘든 상황이 빨리 지나가기를 바랄 뿐이었는데, 츠빙글리는 그가 내뱉었던 수십만 발언 프로토콜 중에서, 헤센의 필립 공도 역시 가지고 있는 증거를 바디안에게 보내면서 중요한 지도자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하며 당시 상황을 전한다. 회의록은 츠빙글리에 의해 만들어졌는데, 필립 공 역시 회의록을 다 살폈으며, 읽었고, 필립은 몇몇 부분을 직접 받아 쓰도록 했다는 것이다. 

물론 츠빙글리 역시 새로운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랐다. 서로가 참여한 이틀 동안의 토론은 멜란히톤과 츠빙글리가 각각 6시간을, 루터와 외콜람파드가 각각 3시간을 할애해 총 18시간을 소요했다고 전한다. 다음 날에는 필립 공과 중재관이 함께한 자리에서 하루 24시간을 꼬박 다 쓸 정도였는데, 루터와 멜란히톤이, 외콜람파드와 츠빙글리가 팀을 이루어 토론장으로 향했고, 토론은 나아가 세 세션 이상을 넘어서 진행되었다는 것이다. 
 

궤변의 루터
전체적으로 4세션으로 진행된 논쟁은 중재자들의 입회 하에 잘 진행되었는데, 츠빙글리와 외콜람파드는 루터를 상대로 논쟁해야 했는데, 루터는 세 번이나 의미가 분명한 성경 구절을 반복했는데, “그리스도는 그의 신성을 따라 고난당했다”와 “그리스도의 몸은 어디나 존재한다”였다. 거기다 루터는 “육은 무익하다”라는 말씀을 틀리게 해석했다고 전한다. “사랑스럽게도”(liebenswuerdig) 루터는 본인이 강조하는 “육은 무익하다”라는 말씀 외에는 어떤 답변도 내놓지 않았다는 것이다. 

루터는 “츠빙글리, 너도 알다시피, 고대인들처럼 모두는 몇백 년이 흐르는 가운데 해석력이 진보하여 성경 본문을 항상 다르게 해석했다”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루터는 “육으로 그리스도의 몸이 우리의 몸 안으로 들어가게 먹는데, 동시에 나는 영혼이 육체를 먹을 가능성을 보류하고자 해”라고 말하면서. 이 말을 하기 바로 전 루터는 “입으로 그리스도의 몸은 육체적으로 먹고, 영혼은 그를 육체적으로 먹지 않는다”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리스도의 몸은 “이것은 내 몸이다”라는 주례사를 통해 이루어진다고 루터가 말하는데, 이러한 태도야말로 ‘나쁜 궤변’이라고 츠빙글리는 비난한다. 그러면서도 루터는 그리스도의 몸은 한계를 가지며, 그리스도 몸의 표식을 성찬(eucharistie)이라고 일컬을 수 있다고 인정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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