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는 죄, 국회는 태아생명권 보호 위해 대체입법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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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는 죄, 국회는 태아생명권 보호 위해 대체입법 나서야”
  • 이인창 기자
  • 승인 2021.01.05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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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신앙 가치관에 도전하는 법안 ① 낙태죄 폐지 법률 개정안

경축년 새해가 밝았지만 올 한해 한국교회는 상당한 험로를 가야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지 코로나19 여파가 계속되기 때문만은 아니다. 교회를 향한 비판적 시선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무엇보다 신앙적 가치를 위협받는 환경들이 더 많이 만들어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법에 의한 제도적 도전이 강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한국교회가 지켜내고자 했던 가치관들이 국회에서 진행되는 법률 재·개정 추진과 충돌할 것으로 보인다. 2021년 한국교회가 직면해 극복해야 할 법률안의 쟁점을 점검해 본다. 첫 번째로 최근 사회적 논란이 크게 가열된 ‘낙태법 폐지 개정안’이다. 

낙태죄 새해 첫날 효력 상실
대한민국 국회가 책임을 방기하는 사이, 1월 1일부터 태아의 소중한 생명이 위협받게 됐다. 국회의원들이 정쟁에 매달리면서 대체입법안이 마련되지 못해 낙태죄 처벌 조항이 효력을 상실했다. 법이 자동 폐지된 것이다.

2019년 4월 헌법재판소는 낙태죄 처벌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개정 시한을 2020년 12월 31일로 못 박았다. 

헌재는 “형법과 모자보건법에서 사회 경제적 사유 때문에 낙태하는 경우까지 일률적으로 낙태죄를 적용하는 것은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헌재의 판결은 낙태죄 처벌 자체가 잘못되었다기보다 법을 보완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당시 판결문은 “모든 낙태를 처벌할 수 없게 된다면, 용인하기 어려운 법적 공백이 생기기 된다”는 이유에서 위헌 판결이 아니라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여야 국회의원들은 지난 연말 정쟁에 매달리면서 생명이 걸려있는 낙태죄 관련 법안을 처리하지 않고 해를 넘기고 말았다. 현재 정부가 제출한 법안을 포함해 6개의 법률안이 계류 중이다. 

의료계, 선별적 낙태 반대의사 표명
낙태죄 폐지를 찬성하는 단체들은 낙태죄 처벌 법령이 효력을 완전히 상실했다며 반기는 분위기이다. 문제는 무분별한 낙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실제 혼란스러운 환경들도 만들어져 의료계 역시 난감해하고 있다. 

인터넷에는 연초부터 유산 유도제를 합법적으로 구할 수 있는 방법을 묻거나 낙태가 가능한 병원에 대한 정보를 묻는 문의들이 올라오고 있다. 

의료계는 일단 낙태에 대해 거부 의사를 밝혔다. 대한산부인과학회, 대한모체태아의학회,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지난달 28일 대국민 선언문을 발표하고 선별적 낙태거부 의사를 표명했다. 의료계는 낙태죄 전면 폐지에 반대하는 대신,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처벌 기준 완화하는 방안을 요구해왔다. 

지난해 12월 국회 청문회에서 대한산부인과학회 이필량 이사장은 “낙태죄를 전면 폐지하는 것은 태아의 생명권이 심하게 훼손될 수 있어 반대한다”면서도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을 조정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임신 10주 이내에는 임신 여성이 제한 없이 낙태할 수 있고, 사회 경제적 사유 낙태는 임신 22주 미만으로 제안해야 한다”고 밝혔다. 의료계 기준은 정부가 마련한 입법안보다 기준이 엄격했다. 

지난해 10월초 법무부와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내놓은 낙태죄 관련 입법예고안은 임신 14주 이내는 요건 없이 낙태가 가능하고, 임신 15~24주 이내는 유전적 장애나 질환, 전염성 질환, 성범죄로 인한 임신, 근친관계 임신, 임부 건강위험 등 현행법 기준에 한해 낙태를 허용하도록 했다. 

행동하는프로라이프가 지난달 21~23일 국회 주변에서 차량 시위를 하며 낙태법 폐지 반대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행동하는프로라이프가 지난달 21~23일 국회 주변에서 차량 시위를 하며 낙태법 폐지 반대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국회, 대체입법 추진 일정조차 못 잡아
문제는 낙태죄 대체입법 추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현재 상태가 유지되는 것이다. 소관 상임위에 상정만 되어 있지 제대로 된 심사가 언제 이뤄질지 아직 일정도 잡혀있지 않은 상태다. 의료계에서는 의약품을 이용한 임신중절 가능성도 회자되고 있다. 

낙태죄 법률안 개정이 유야무야 된다면 그 책임은 결국 국회가 져야 할 것이다. 일치감치 대다수 개신교와 천주교는 낙태죄 폐지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한국교회총연합(공동대표회장:장종현, 소강석, 이철 목사)은 지난 11월 발표한 성명에서 “태아의 생명권이 여성의 자기결정권에 우선한다”고 선언하고 “기독교는 생명의 조성자는 하나님이시고 태아도 완전한 인격을 가진 사람으로 간주해 낙태는 죄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교총은 “낙태의 전면 허용은 성 도덕의 타락과 생명경시 풍조 유발 가능성이 커 동의할 수 없다”면서 “그러나 정부와 우리 사회는 미혼모에 대한 편견을 줄이고 아이를 양육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개선방안을 적극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태아생명권 보호를 위해 낙태죄 관련 조속한 입법 마련을 촉구하는 의견서를 지난달 28일 국회에 제출했다. 

62개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행동하는 프로라이프(공동대표:박상은 원장)는 지난달 28일 “대통령과 국회는 태아 생명권 수호에 즉각 나서라”는 긴급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 단체는 “개정안이 6개가 제출돼 공청회까지 마친 상태지만 아직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낙태죄 입법 공백 사태로 현실에서 수많은 생명이 법적 보호장치 밖으로 내동댕이쳐질 수밖에 없다”며 “국회는 국민이 위임한 직무를 유기하지 말아야 하고, 문재인 대통령도 생명권 보호에 적극 나서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한국기독교공공정책협의회(사무총장:김철영 목사)는 12월 말 성명서에서 “기독교는 태아 생명권을 빼앗는 것은 죄라고 가르치고 있다. 법으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는 지금 상황에서 사회 경제적 사유 등으로 인한 불가피한 낙태는 6주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한편, 국회에는 정부 발의 법안과 함께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박주민 의원, 국민의힘 조해진 의원과 서정숙 의원, 정의당 이은주 의원이 발의안까지 6개가 상정되어 있다. 또 낙태죄 반대과 찬성측 각 10만명이 서명 동의한 국회 국민청원도 소관 상임위에 전달됐다. 

그런데도 국회에서 대체입법을 마련하지 못해 살 수 있는 소중한 생명이 사망한다면 그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인지 국회의원들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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