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계층에서 빈번했던 영아 살해, 기독교가 강한 비판으로 맞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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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계층에서 빈번했던 영아 살해, 기독교가 강한 비판으로 맞서
  • 이상규 교수
  • 승인 2020.12.22 13: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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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규 교수의 초기 기독교 산책 - 기독교와 사회문제 : 영아 유기

초기 기독교회가 직면했던 한 가지 커다란 사회적 문제는 영아(嬰兒) 유기였다. 이름 그대로 태어난 어린 아기를 내다 버리는 일이었다. 이것은 그 시대의 공인된 그리고 일반화된 사회적 관행이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영아를 유기하는 일이 있지만 이는 불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간 발생하는 영아 유기는 500여 건에 달하는데 실제는 이보다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이런 불법 행위가 점점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그렇다면 초기 기독교회는 이런 행위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고 대처했을까?

그레코-로만 사회에서 원치 않는 여아나 남아를 유기하는 것은 합법적이었을 뿐만 아니라 도덕적으로 용인되었고, 영아 유기나 영아 살해는 사회 전 계층에서 빈번하게 행해지고 있었다. 당시 로마사회에서도 가장인 남성은 단출한 가정을 꾸리기를 원했는데, 원치 않는 아기가 태어나거나, 살아남도록 허용된 아기보다 더 많은 수의 아기가 태어났다. 따라서 영아 유기나 살해는 역사가 오랜 자연스런 사회현상이었다. 일찍이 로마의 12 동판법은 가장에게 여아의 유기를 허용하고 있었고, 성별과 관계없이 기형아의 경우 유기를 권장할 정도였다. 플라톤(Republic, 5)이나 아리스토텔레스(Politics, 2.6, 7.16) 같은 고대철학자들도 영아 살해를 합당한 국가 시책으로 제시한 바 있다. 세네카는 출생 시 아기를 익사시키는 것은 합리적인 행위인 동시에 흔한 일이라고 보았다. 따라서 영아들(특히 여자 아이들)을 목욕물에 빠뜨려 죽게 하거나, 하수구에 버리거나, 쓰레기와 함께 내다 버리는 일이 빈번했다. 버려진 아기는 바깥 날씨에 희생되거나 개나 새 등 짐승들의 먹이가 되기도 했다. 때로는 직업적인 장사꾼들이 주워다가 양육한 후 노예로 팔거나 사창가로 넘기는 일도 있었다.

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로마제국은 연간 50만 명의 새로운 노예가 필요했는데, 이중 15만 명 가량은 유기된 아기를 노예로 길러 충당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2세기의 기독교의 문서인 ‘목자’(Pastor Hermae)를 집필한 헤르마스(Hermas)도 유기된 아이였으나 노예로 팔아먹으려는 장사꾼에 의해 길러졌고, 후에 기독교 신자인 로다(Rhoda)에게 팔렸다. 기독교 신자에게 팔렸기에 그는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된 것이다. 자신이 쓴 ‘목자’에 등장하는 로다라는 인물이 바로 자기를 사갔던 인물이었다. 불행한 출생이었으나 기독교 작가가 된 것은 기적에 가까웠다. 

이런 영아 유기가 일상의 관행이었음을 보여 주는 편지가 남아 있다. 기원전 1년 알렉산드리아에 체류하던 이집트인 노동자 힐라리온(Hilarion)이 옥시린쿠스에 살고 있는 임신한 아내 알리스(Alis)에게 보낸 편지가 그것인데, 많이 인용되고 있다. “나는 아직 알렉산드리아에 있소. 다들 돌아왔는데 나만 알렉산드리아에 남아 있다고 걱정하지는 말아요. 우리의 태어날 아들을 잘 돌봐줄 것을 당부하오. 임금을 받는 대로 당신에게 돌려주겠소. 내가 집에 돌아가기 전에 아기를 낳는다면, 사내아이면 키우고 계집아이이면 버리시오. ‘날 잊지 말아요’라고 당신이 말했는데, 내가 어찌 당신을 잊겠소. 그런 걱정은 하지 말아요.”

평범한 노동자가 쓴 이 편지는 당시 영아 유기가 빈번했고,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음을 보여준다.

영아 유기가 오랜 세월동안 자연스런 관행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은 피임법이나 낙태 기술이 발달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또 경제적인 이유도 유기의 중요한 이유였을 것으로 보인다. 부모는 출생한 아기의 성별을 확인한 후 유기할 것인지 키울 것인지를 결정할 수 있었다. 이런 관행을 비판했던 집단으로는 유대교가 유일했고, 후에 기독교회가 이런 관행을 강하게 비판하게 된다.                 

백석대 석좌교수·역사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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