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정, 우리나라의 숨은 ‘선교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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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가정, 우리나라의 숨은 ‘선교지’입니다.”
  • 김수연 기자
  • 승인 2020.11.05 1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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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 오해와 이해 - 나는 ‘다문화가정의 부모’입니다.

얼마 전, 지상파에서 방영된 ‘TV는 사랑을 싣고프로그램에서는 다문화 모델인 한현민이 출연해 본인을 차별 없이 대해준 초등학교 3학년 담임 선생님을 만난 사연이 그려졌다. 한국인 어머니와 나이지리아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어렸을 적 튀는 외모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친구들 어머니가 나를 향해 쟤랑은 놀지 말라고 말하기도 해 큰 상처를 받았다며 다문화가정에 대한 고충을 토로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8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다문화가구는 335천 가구, 가구원은 1009천 명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각각 16천 가구, 5만 명이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나날이 많아지는 다문화가정의 수와 달리, 이들이 현실에서 부딪히는 편견의 벽은 오늘도 높기만 하다. 연중기획 오해와 이해이번 편에선 여전히 인종과 언어, 생활양식의 차이가 틀림으로 인식되는 우리 사회에서 씨름하는 다문화가정들의 호소를 들어봤다.

차별대우의 기준, 경제력
올해로 결혼 20년차를 맞은 이광수 선교사. 신학대학원에서 유학 중이던 몽골인 아내 최질자부 덜르마를 만나 알콜달콩 연애 끝에 단란한 가정을 꾸렸지만, 주위에서는 그들의 사랑을 있는 그대로순수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히 아내에게는 가난 때문에 선진국으로 온 이주여성이란 꼬리표와 함께 남편의 나이가 많겠다’ ‘친정으로 돈을 부치는데 혈안일 것등 근거 없는 편견이 따라다녔다.


그런가 하면 다문화가정을 무작정 형편이 어려운 저소득층으로 단정 짓고, 불쌍히 여기는 동정어린 시선도 문제다. 앞서 코리안 드림을 품고 한국행을 택한 이주여성이란 오해부터, 외국인 노동자는 열악한 처우에 시달리며 값싼 노동력을 제공한다는 인식에 사람들은 은연중에 다문화가정을 하대하고 무시했다. 특히, 이들의 출신 국가가 한국보다 소위 후진국으로 판단되면 차별은 더욱 심해졌다.

이 선교사는 배우자가 미국이나 유럽 등 서양에서 왔다고 하면 낫다. 오히려 국제결혼을 멋있다고 치켜세운다. 하지만 내 아내처럼 몽골 등 개발도상국에서 왔다고 하면 정반대로 배타적인 태도를 드러낸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나는 아내의 마음 씀이나 비전, 신앙 등에 반해 결혼했다. 그런데도 경제력이 달리는 몽골에서 왔다는 이유로 때로는 그 인격까지 열등한 존재로 취급받을 때면 무척 씁쓸하고 불쾌하다고 밝혔다.

외모 때문에 당하는 왕따
다문화가정을 향한 냉대는 자녀들에게도 막연한 거부감으로 대물림 된다. 아이들은 독특한 외모와 비교적 어눌한 말투로 또래들 사이에서 배척 받는다. 심지어는 단지 엄마가 외국인이라서때로는 특별한 이유조차 없이따돌림을 당하기도 한다. 이 같은 과정이 지속되면 부모자식 간 관계는 죄책감과 반항심으로 얼룩져 악화되거나, 심하면 학습부진 및 학업중단으로까지 이어진다. 이는 가정뿐 아니라 한국 사회에도 심각한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2005년 한국인 남편과 웨딩마치를 올린 중국인 가오지홍 씨도 그랬다. 그의 두 자녀 역시 처음에는 일반 초등학교를 다녔다. 그러나 엄마가 중국인이란 이유로친구들로부터 놀림과 조롱을 받은 아이들은 심히 위축됐다. 결국, 고심 끝에 전학 간 기독교학교에서 아이들은 비로소 회복했다. 그는 특히 자라나는 아이들이 정체성의 혼란을 겪을까봐 걱정됐다면서도 다행히 선생님들의 각별한 관심과 케어 덕분에 지금은 학교생활에 잘 적응 중이라고 했다.

이에 6살난 딸을 둔 이광수 선교사도 남 일이 아니다라며 깊이 공감했다. 그는 아이들은 어려서 뭘 몰라서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교사들마저도 다문화가정에 대한 올바른 의식이 없으면 참 힘들다면서 오죽하면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굳이 엄마(아빠)가 외국인이라고 말하지 말라고 교육 시킨다고 말했다. 이어 내 딸도 훗날 상처받지 않도록 인간은 각자 하나님이 지으신 형상으로 귀한 존재라는 성경적 가치관을 가정에서 미리 심어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복음으로 상처 품어야
한편, 다문화가정이 겪는 고충의 연유로는 근시안적 정책과 교육 부재 등 여러 요인이 존재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근본적으로 단일민족을 자부하는 한국의 자문화 중심주의가 바뀌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내국인을 상대로 성경적 관점에 근거한 평등사상교육이 절실한 까닭이다. 다문화가정에 대한 바른 이해가 담긴 교과서가 집필되고, 지도자들의 역량이 개선돼야 함은 당연하고 사역자들이 전국 교회와 학교에서 관련 교육을 펼치는 것도 좋은 방편이다.


무엇보다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다문화가정을 위한 돌봄 목회가 요구된다. 물론, 기존에 한국교회가 다문화가정을 비롯한 이주민 선교에 구슬땀을 흘려줘왔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게 목회자들의 중론이다. 대개 이주민 사역이 개교회 중심으로 이뤄져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는 데다 다문화가정의 실질적 필요가 배제된 일회성또는 보여주기식사역이 이뤄져온 게 현주소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단은 소속 교회들의 다문화가정 및 이주민 사역이 중복돼 자원 낭비가 일지 않도록 조정하고, 대형교회와 중소형교회들을 연결해 후원해주는 시스템 등을 개발하는데 힘 쏟아야 한다. 교재를 개발·발간하고, 다문화가정을 위한 정부의 정책과 법 제정에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 역시 교단이 감당할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한국교회 내 본질적으로 다문화가정을 국내 선교지로 인정하는 자세가 선행돼야 할 것이다.


24년째 다문화가정을 비롯한 이주민 선교에 힘써온 인천 사랑마을교회 김철수 목사는 이미 사회에서는 한글교육·문화적응훈련·직업훈련 등 다방면의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이들을 내 이웃으로 생각하고, 집으로 초대하는 수준으로까지는 이어지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교회는 다문화가정을 단순히 복지의 대상으로 볼 게 아닌, 주 안의 형제자매로 여기고 환대를 통해 궁극적으로 복음을 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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