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갈등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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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갈등사회
  • 손동준 기자
  • 승인 2020.11.04 10: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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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취재를 마치고 이동하는 길이었다. 다른 교계 기자들과 함께 광화문 광장을 지나가는데 세월호 유가족들의 부스가 보였다. 다음 일정이 있어 그냥 지나치려는데 일행 가운데 한 명이 세월호 리본을 받아왔다. 아이를 키우는 입장이라 리본을 보니 짠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동료가 건네주는 리본을 가방 앞주머니에 넣고 계속해서 길을 갔다. 

다음 취재 일정. 인터뷰였다. 노트북을 꺼내는 와중에 세월호 리본이 툭하고 탁자 위로 떨어졌다. 별 생각 없이 취재를 이어가고 있는데 상대방이 대뜸 “요즘 취재하려면 많이 힘들겠어요. 교계가 하도 보수적이어서?”하고 묻는 것 아닌가. 묘하게도 그의 말투에는 적개심 비슷한 감정이 묻어 있었다.

무슨 근거로? 무슨 의도로 한 말이었을까. 아마도 ‘세월호 리본’을 보고 한 말이었을 것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세월호 리본 하나로 판단해 버린 것이다. 언제부터 ‘세월호’를 동정하면 진보, 아니면 보수 식의 등식이 생긴 걸까.

사안 한 가지가 리트머스 시험지가 되어 사상을 검증하는 잣대로 사용된다. 인간 내면의 복잡한 생각과 감정들은 모두 제쳐두고 내 편 아니면 네 편으로 쫙 갈라버린다. 그게 쉽기 때문이다. 
사회적 갈등이 아무리 고조된다고 해도 교회 안에서까지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차별금지법을 찬성하면 진보, 반대하면 보수라고 한다. 내 편이면 축복 네 편이면 정죄한다. 사회가 얼마나 갈등 가운데 있는지 그리고 교회는 얼마나 세상과 다르지 않은지 실감나는 요즘이다.

이 일을 다른 교계 기자들과 이야기 해봤다. 잘못 찍히면 일자리 잃고 백수 신세가 될까봐 조심 또 조심한다는 이들이 많았다. 교회 안에서, 취재 현장에서 말 한마디 하기가 어렵다고들 한다. 포스트모더니즘 사회는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특징이라던데 아직 우리사회는 포스트모더니즘에 점령당하지는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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