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포럼 - 주한 미군 감축과 국가 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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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포럼 - 주한 미군 감축과 국가 안보
  • 승인 2004.06.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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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석렬박사 / 외교안보연구원 명예 교수

주한 미군 일부 병력의 이라크 차출을 시발로 주한 미군 1만2천5백여 명이 한반도를 떠난다는 것은 한국과 미국에 새로운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비록 이번 주한 미군 차출과 철수가 냉전 해체 후 달라진 미국의 신세계 전략과 이라크전이라는 특수 상황 속에서 발생한 일이라 하더라도 한미간 외교 절차나 감정상 석연치 않은 점이 없지 않다.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풀어나갈까?

1)새 차원의 한미 동맹 구축

지금 우리가 논의해야 할 문제는 미국의 세계 전략 변화에 따른 주한 미군의 위상 변화를 우리의 국익에 부합하도록 미국과 논의하는 것이다. 앞으로 한미간의 새 판짜기 회담에선 일부의 불안심리를 씻고 한미 동맹의 신뢰를 바탕으로 발전적 대안을 모색하는 차원 높은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강대국에 둘러싸인 우리에게 주한 미군이 어떤 위상을 가져야 국익에 최상의 도움이 될 것인지에 대한 국민적 합의도 끌어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정부가 한미 동맹의 틀과 비전을 새롭게 하는 한미 공동 안보선언 제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한미 안보선언을 통해, 동맹의 비전·역할·활동 반경 등 큰 틀을 새로 짜고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해, 동맹의 미래에 대해 구체적인 지침을 제시하는 한편, 국민들이 느끼는 안보 불안감을 해소시키는 것이다.

2)협력 기반 구축과 신뢰회복

5월31일 정부는 감축 협상과 관련, 한미 동맹의 틀 위에서 진행돼야 하고, 한반도 안보상황에 대한 세심한 고려가 있어야 하며, 한미 연합방위 능력에 전혀 변화가 없어야 하고, 우리 경제에도 영향이 없어야 한다는 등의 4대 원칙을 정했다. 미군의 감축은 대북 상황과 재정적 부담을 감안해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규모와 속도로 추진돼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철수를 기정 사실화 한다 해도 미국과 좀더 긴밀한 유대를 가져야 한다.

미국이 세계 전략, 더 좁게는 동북아 전략을 펼쳐나가는 데 있어 우리가 미국의 정치적 명분에 호응하고 군사 기지도 제공해 줄 때, 우리는 최첨단 무기 체계와 전략 정보에 대한 특권적 접근을 허용받는 최상위 수준까지의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 계획이 확고한 것이라면 뜸들이지 말고 최대한 생색을 내면서 결행을 하는 것 등은 한미간의 신뢰와 협력을 만드는 데 도움을 주게 될 것이다. 한미 상호방위조약은 자동개입 규정도 없는데 동맹의 신뢰가 깨지면 미국이 한국의 안보를 위해 유사시 증원군을 동원해 즉각 개입하리라는 보장도 없다.

3)전력 증강 투자와 군 구조조정

한정된 국방예산을 전력 증강에 집중 투자하기 위해서는 군 구조조정이 선행돼야 한다. 국방예산은 운영유지비에 60% 이상을 쓰는 소모적 구조다. 따라서 불필요한 지원·행정부대 감축과 지휘체계의 단순화가 급선무다. 전시 작전 통제권이 한국군에 넘어올 것을 예상, 한국군이 구조조정의 와중에 독자적 작전 기획 능력도 키워야 할 것이나 결국 주한 미군의 대규모 감축은 우리 안보 틀의 전면적 재점검을 요구하고 있다.

4)신뢰 회복과 안보 불안감 해소

우리 안보의 초석이라 할 수 있는 한미 동맹의 위험스런 징후가 여러 곳에서 보인다. 그런데 정부는 이런 불안에 대해 “전혀 문제없다”는 식의 발언을 내놓았다가 느닷없이 바로 얼마 전의 상황이 “IMF적 상황이었다”고 했다. 더욱 불안케 한 것은 미국의 감축 통보가 있은 다음에야 “한반도 안보 상황과 우리 준비 상황을 감안할 때 2005년엔 주한 미군 감축이 어렵다”는 정부 관계자의 말이다. 정부는 ‘협력적 자주 국방’이라는 신 개념을 내세웠지만, 한국이 신뢰를 저버리고 배타적으로 가는 데 미국의 진정한 협력을 기대할 수 있는가 하는 우려도 앞선다.

5)남북 군사 신뢰 구축

떠나는 미군을 붙들 수 없다면 남북 군사 신뢰 구축으로 북한의 위협을 줄여 나갈 수밖에 없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5월20일 개최한 안보관계 장관 회의에서 “북핵 문제의 실질적 진전과 남북간 군사적 긴장완화 노력을 가속함으로써 한반도 안보 환경의 근본적 개선에도 힘써 달라”고 당부했다.

가장 확실한 대응 방안이다. 북한과 군사적 긴장완화를 이룸으로써 근본적 안보 환경을 개선한다면 그 이상 더 좋은 일이 없다. 그러나 그 길이 멀고 험할 뿐만 아니라 우리 뜻대로 되는 것이 아니어서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도 우리에게 힘을 실어주는 한미 안보 동맹 강화가 더욱 필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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