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토론 - 한국교회 두 개의 성경’,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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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토론 - 한국교회 두 개의 성경’,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승인 2004.06.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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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가 두 개의 성경을 사용해야 하는 기로에 서있다. 합동측이 단독 성경 번역을 추진함으로써 그동안 하나의 성경을 사용해 오던 한국교회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두 개의 성경을 사용하게 될 수도 있다는 당혹스런 현실. 이에 대한 찬반 의견을 들어보았다.

찬성

신학차 분명 … 보수교회 독자 번역 마땅

서철원목사 / 합동총회 성경번역위원

합동측 교회는 한국 최대의 교회이다. 그래서 많은 교회 지도자들이 한국의 모든 교회가 동참하여 공동으로 번역하여 한 성경을 사용하기를 원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장자 교회이기 때문에 장자다운 사고와 품위를 갖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이 번역은 한국교회의 바람이고 염원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공동번역으로 개역판 같은 비교적 온건한 번역을 할 수 있는가? 현재는 성서공회가 성경의 번역 출판권과 판매권을 갖고 있다. 새번역을 하면 성서공회가 여전히 주도한다. 또 번역진의 대부분은 급진적인 자유주의자들이 차지할 것이다. 우리에게 번역진을 의뢰한다 해도 소수의 몇 명만 허용할 것이다. 우리 학자들이 가서 발언을 하면 수용될 것인가? 보수주의 학자들은 어학이 매우 모자라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데 우리 학자들이 몇 명 가서 말하고 항의해도 수납될 수가 없다.

한국교회는 신학적으로 자유주의와 보수주의 방향으로 완전히 둘로 나뉘어 있다. 현대 신학으로 무장된 교수들이 대 교단에 속해 있고 이들이 성경번역에 있어서도 주도권을 잡고 있다. 이들이 성경을 번역할 때 자기들의 신학으로 하고 현대 문법에 의해서 번역한다. 그들은 성경의 무오교리를 신화로 여기는 사람들이므로 문자적 번역을 해야 할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 현대주의 신학자들에게 성경은 하나님의 계시의 기록이 아니다. 그것은 이방 종교의 영향을 입은 문서를 편집한 문서일 뿐이다. 더구나 양식비평 이후에 나타난 문학비평을 대부분의 학자들이 고수하고 있다.

문학비평에 의하면 성경은 결코 하나님의 계시의 기록이나 사건과 사실과 가르침의 기록이 아니다. 이런 비평법을 지지하는 자들은 성경을 정확무오한 하나님의 말씀으로 받고 문자적 번역을 해야 한다는 것을 이해할 수가 없다. 따라서 이런 현대주의 신학자들은 성경번역에 있어서 사상적 의미 번역을 번역의 주원칙으로 삼는다. 사상적 번역으로 나타난 것이 표준새번역판이다.

한국 장로교회의 2대 주류는 예장 합동측과 통합측이다. 통합측은 큰 교회들이 많으므로 보수주의로 여기는 경향이 있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그들의 신학은 현대 신학을 그대로 추종하고 있다. 80년대 초에는 그들의 신학이 합동측과 기장측의 중간 정도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20여 년이 지난 지금의 신학은 완전히 현대 신학이 됐다.

이런 통합측 학자들이 주종이 되고 연세대 연합신학원 교수들과 한신의 학자들, 감신대의 학자들이 번역을 주도하여 자기들의 신학대로 번역할 것이다. 문자적 번역은 합의하기에 불가능한 과제다. 그리고 혹 문자적 번역을 합의한다고 가정할 경우라도 논란이 되고 분쟁이 되는 부분에서 합치를 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신학이 다르면 각자의 신학을 따라 성경을 해석하고 번역한다. 그들은 자기들의 신학을 따라 성경을 번역한다. 전통적인 신학을 따라 번역하는 것을 합의할 수가 없다. 자유주의자들은 성경번역에 있어서 사상적 혹은 의미적 번역을 하고 있다. 그것을 바른 번역법으로 고수한다. 이 사실은 표준새번역에 잘 드러나 있다. 우리는 문자적 번역을 바른 번역법으로 고수한다. 그런 결정을 하고 번역을 진행해도 문자적 번역에 다 합치할 수 없는 많은 경우들을 갖는다. 문자적 번역에 합의해도 번역 진행에 있어서 많은 어려움을 갖는다. 하물며 사상적 혹은 의미적 번역을 기본으로 삼는 자들과 문자적 번역을 합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표준새번역을 할 때 그 번역자들은 현대 신학과 현대 문법으로 번역했다. 지금 다시 보수 교회와 자유주의 학자들이 합동하여 번역하기로 해도 같은 결과를 낼 것이다. 현대 신학과 현대 문법으로 번역하는 것을 바른 법으로 고수하고 실행할 것은 불을 만지듯 자명한 일이다.

결론은 보수 교회가 합동하여 번역을 독자적으로 하는 것이다. 우리 합동측 교회가 주동이 되어 우리의 신앙과 신학을 지킬 성경을 번역해야 한다.

반대

모든 가능성 외면 … 교회 분열 걱정

손인웅목사 / 성서공회 이사장

한국 교회가 성경을 사랑하고, 보다 훌륭한 번역을 위해서 깊은 관심과 애정을 가지는 일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한 교단이 단독으로 성경을 번역하는 일은 반대하며, 그 결과 한국 교회가 두 개의 성경을 사용하게 되는 것도 반대한다.

대한성서공회가 발간한 ‘성경전서 개역개정판’은 현재 한국 교회 18개 교단에서 대표들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함께 본문의 개정을 논의하여, 마침내 합의에 이른 성경이다. 이 성경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면서 새로 독자적으로 성경 번역을 추진하겠다고 하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교단에서도 총회장이 추천한 대표가 와서 함께 개정 작업을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교단만이 개역개정판의 개정이 ‘미흡하다’고 판단하여 문제를 제기해 왔다. 그래서 지난 2년 동안 그 교단의 총회가 전권을 위임한 개역개정판성경대책위원회와 대한성서공회가 협의를 계속하여 그 교단의 요청대로 91곳을 추가로 고치기로 합의하였다. 그 이후로 그 교단이 성서공회가 발행한 개역개정판 성경을 공식으로 채택·사용하는 날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러한 합의를 외면하고 단독으로 성경을 번역한다는 논의가 제기된다는 소식을 듣고, 한국 교계는 큰 충격 속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지금도 그 교단은 대한성서공회에 이사를 파송하고 있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언제라도 성경 번역이나 개정을 제안할 수 있고, 성경 번역이나 개정에 관해 제기되고 지적된 사안들은 각 교단 대표들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한성서공회는 이러한 사안에 대해서 교단의 대표가 제안한다면 언제라도 이를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한 교단에서 단독으로 성경을 번역한다는 것은, 그동안 하나의 성경과 하나의 찬송가를 사용해 온 한국 교회의 일치에도 어긋나기 때문에 찬성할 수 없다. 또 10년은 소요되는 번역 기간과 막대한 액수의 번역 비용을 생각할 때 독자 번역이라는 합동측의 선택은 실로 엄청난 낭비가 아닐 수 없다. 함께 힘을 모아서 번역하고 개정한 성경이 있는데도 막대한 인력과 비용이 드는 성경 번역을 따로 하는 것은 인력의 측면에서나 경비의 측면에서 볼 때에 커다란 낭비일 수밖에 없다. 비용과 인력을 들이지 않고 성경 번역을 하면, 틀림없이 부실한 작업이 될 수밖에 없다.

한국교회가 이제까지 사용해 온 ‘개역 한글판’ 성경에 대한 신학적인 문제가 없듯이, ‘개역개정판’ 성경에는 신학적인 문제가 전혀 없다. 개정은 주로 ‘한글 맞춤법 통일안’과 ‘표준어 규정’을 따라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6년 가까이 한국 교회의 책임있는 학자들에 의해서 신학적인 문제가 제기된 바가 없으며, 또한 개역개정판 성경을 사용하고 있는 교회들에서도 신학적인 문제를 제기한 적이 없다. 언제든지 진지하게 학문적으로 문제가 제기되면, 대한성서공회는 각 교단의 대표들과 함께 대화하면서, 이에 대하여 얼마든지 열린 자세로 의견을 수렴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는 진보나 보수의 차이가 있을 수 없다.

하나의 성경을 위해 대화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고, 합의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고, 추가로 고칠 수 있는 길도 열려 있고, 하나의 성경을 사용할 수 있는 길도 열려 있다. 그런데, 이 모든 가능성을 다 외면하고 단독으로 성경을 번역하는 길로 간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한국 교회의 분열을 걱정하는 많은 성도들과 목회자들이 한 교단의 성경 번역을 반대하고 있는데, 이 일을 강행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대한성서공회는 이러한 면에서 닫혀 있는 기관이 아니며, 한국 교회에 대하여 열려 있는 한국 교회의 기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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