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 받으러 교회에 온다? “‘연민’의 시선은 거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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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 받으러 교회에 온다? “‘연민’의 시선은 거둬주세요”
  • 한현구 기자
  • 승인 2020.09.09 09: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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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오해와 이해 (26) 나는 장애인 성도입니다

대한민국보다는 우리나라라는 표현이 더 좋다. 내 조국이 크고 강대한 나라가 되기보다는 정답게 함께 사는 나라가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그래서인지 대한민국이란 표현을 들을 땐 애국심이 샘솟는 느낌이라면 우리나라라는 표현을 들을 땐 왠지 가슴이 따뜻해진다.

하지만 어떤 이들은 우리라는 단어를 듣고 소외감을 느낀다. 생각보다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장애인들이 그렇다. 은연중에 정상인이라는 잘못된 이름의 울타리를 치고 장애인과 선을 긋는 편견을 뚫는 것은 이들에게 꽤나 버겁다. 때로 그 보이지 않는 선은 교회 공동체 안에서도 종종 발견된다. 모두가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라지만, 장애인 성도들의 목소리는 여전히 작기만 하다.

예배 드리러 왔습니다

한국밀알선교단에서 섬기고 있는 이석희 간사(46)는 뇌병변 장애를 갖고 있다. 교회를 갈 때도 어디를 갈 때도 그가 가는 길엔 분신 같은 전동휠체어가 함께 한다. 하지만 그의 휠체어가 교회 문턱을 넘는 순간 불편한 시선도 함께 쏟아진다. 그저 도움을 받고 싶어서 교회에 나온 것이 아니냐는 오해의 눈빛이다.

이 간사는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의 경우 자기관리가 힘든 이들이 많다. 그래서 외모를 잘 가꾸지 못하고 교회에 가게 되면, 겉모습만 보고 예배드리러 가는 것이 아니라 도움을 받으러 교회에 간다는 오해를 하곤 한다면서 예수님을 믿는 크리스천들도 장애인에 대한 편견은 비기독교인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고 아쉬움을 내비췄다.

그래서 진영아 씨(43)는 뇌병변 장애를 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할 수 있는 한 교회 일에 적극 나선다. 도움을 받기 위해 교회에 나온다는 오해를 뛰어 넘고 싶어서다. 진 씨는 교회에서 해야 할 일이 있으면 누구보다 적극 참여하려고 노력한다. 그저 도움을 받기만 하는 존재로 비춰지고 싶지 않아서 간식도 제 돈으로 자주 사간다. 그랬더니 일반인과 다를 바 없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들의 노력에도 장애인 성도들을 향한 시선은 쉽사리 바뀌지 않는다. 특히 말과 행동과 불편함이 있는 뇌병변 장애인들은 지적 능력에 결함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오해를 종종 접하곤 한다.

진영아 씨는 뇌성마비의 공식 병명이 뇌병변으로 변경됐다. 그래도 여전히 뇌성마비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많아서 법적 명칭이 뇌병변으로 변경됐다고 설명했더니 네가 어떻게 그런 것까지 아느냐고 낮잡아 보는 이들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한글 자막이 구석에 있다면?

장애인 성도들이 가장 많이 접하는 시선 중 또 하나는 이들을 불쌍하게 바라보는 연민이다. 하지만 장애를 특별한 관심으로 바라보는 것은 오히려 장애인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진영아 씨는 한 번은 활동지원사 한 명이 내 앞에서 눈물을 쏟았다. 그래서 왜 우냐고 물었더니 내가 불쌍해서 운다고 하더라. 그래서 장애인들은 각자의 인생을 열심히, 또 즐겁게 살고 있다. 그렇게 불쌍하게 바라보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말해줬다면서 활동지원사의 경우 보수를 받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봉사를 한다는 마음으로 오시는 분들도 있다. 연민의 시선이 아닌 똑같은 사람 대 사람으로 대해줬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장애 종류에 따라 겪게 되는 오해도 다르다. 저시력 장애를 갖고 있는 박치훈 씨(48)는 지하철 노약자 좌석에 앉았다가 호통을 듣기도 했다. 외견상 시각장애인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였다.

청각장애인 성도의 경우 요즘 아무리 좋은 설교가 많아도 그림의 떡이다. 수화로 통역이 되지 않는 설교는 이들에게 외국어나 다름없다. 그나마 기독교 방송이나 대형교회에서 한 구석에 조그맣게 수화통역을 제공하지만 의외로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영락농인교회에서 목회하는 청각장애인 김용익 목사는 외국 영화를 보는데 한글 자막을 오른쪽 구석에, 지금 수화 화면을 띄우는 크기로 표기한다고 생각해보라. 조그만 화면을 뚫어져라 보느라 눈이 아프고 내용엔 집중도 안 돼서 안보고 말지라며 고개를 돌릴 것이다. 지금 수화통역 화면을 바라보는 청각장애인의 심정이 그렇다면서 이스라엘의 경우 수화통역이 화면의 절반을 차지한다. 일본은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화뉴스 시간이 따로 있다. 조그만 화면 하나를 박스에 놓고 청각장애인을 위한 조치를 끝냈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통합·비통합? 그때 그때 달라요

장애인 성도에게 무조건 통합예배가 좋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는 반면, 이들을 분리하려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정답은 그때 그때 다르다는 것이다. 이석희 간사는 장애인 부서를 따로 두지 않으면 성도들이 한 몸을 이루는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지적장애인 등 특수한 상황에서는 그들만의 눈높이로 다가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장애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진행되는 무조건적인 통합예배는 오히려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하기도 한다. 박치훈 씨는 설교 시간에 들을 수 있는 예화나 주제, 적용들은 대부분 비장애인의 삶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장애인들이 듣기엔 공감하기 힘든 예화나 적용도 적지 않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재난은 사회적 약자에게 더 버거운 짐으로 다가온다. 이번 코로나 사태 역시 마찬가지다. 박치훈 씨는 장애인들은 일반인보다 면역력이 약한 이들이 많다. 또 장애 종류에 따라 지속적으로 병원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도 코로나 감염의 우려로, 혹은 주변의 만류로 병원을 못가는 이들도 적지 않다고 털어놨다.

이석희 간사는 코로나 시대가 하나님의 시간표 안에 있다고 믿는다. 장애인 공동체인 밀알 지체 중에서도 코로나 때문에 우울증에 빠진 이들도 있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들도 있고, 그나마 유일한 외출이던 교회 출석을 못해 답답해 하는 이들도 있다. 당장 보이는 것에 집중하지 않고 하나님의 시간표에 순종하며 함께 이겨나갔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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