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들은 너무 문란해요!”, 정말 그러기만 할까요?
상태바
“요즘 아이들은 너무 문란해요!”, 정말 그러기만 할까요?
  • 정혜민 대표
  • 승인 2020.09.02 09: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혜민 대표/성교육상담센터 “숨”

얼마 전 SBS 스페셜에서 청소년들의 랜덤채팅앱, 성매매에 관련된 내용이 방영됐다. 드라마와 같은 이야기가 실제로 우리 아이들 세계에서도 일어나고 있음이 또 한 번 증명됐다. 스마트폰이 발달하면서 아이들은 어른들이 상상할 수 없는 세계를 경험하고 있다. 

부모님 주민등록번호를 외워서 성인사이트에 접속해서 보던 예전과는 다르게, 이젠 내가 굳이 힘들게 찾아보지 않아도 쉽게 그런 것들을 접할 수 있는 때가 됐다. 이렇게 아이들의 환경은 급격하게 변하고 있는데 어른들은 이것을 잘 모른다. 어른들의 눈에는 지금의 아이들이 마냥 철이 없어 보이고 걱정스럽다.

이런 반응은 교회에서 더 극심하게 나타난다. 아직도 여전히 성교육의 대상을 주로 청소년들, 미혼의 청년들로 한정짓는다. 여기엔 ‘요즘 아이들은 문란해. 그렇기 때문에 너희들은 확실히 교육을 받아야 해’라는 어른들의 조바심이 깔려있다.

나도 처음엔 성교육의 주 대상을 ‘아이들, 청년들’로 잡았었다. 그런데 사역의 연차가 길어질수록 이런 내 생각이 틀렸다는 걸 알게 됐다. 어떨 땐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성에 대해서 잘 모르고, 관계에 더 서툰 것 같다. 나는 그 원인을, ‘성인 성교육의 부재’로 꼽는다. 

(숫자가 적긴 하지만 그래도) 아이들은 문제가 생겼을 때 그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는 사역자나 어른, 기관이 있다. 그런데 (특히 교회 내의) 성인들은 이런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도, 기관도 없다. 목회자나 중직자들은 그 상황이 더 심각하다. 이렇다보니 어른들이 한 번 사고를 치면 그야말로 대형사고(?)가 터진다.

‘요즘 십대들은 왜 이렇게 음란한 겁니까?’

언젠가 한 방송에서 n번방 사건 관련해서 인터뷰를 한 적이 있는데 이 질문을 받고 적잖이 당혹스러웠었다. 아이들이 음란해서 이런 사건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살고 있는 세상을 어른들이 바로 이해하지 못하고 그것에 맞는 제대로 된 성교육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일들이 반복적으로 일어난다는 게 더 맞는 말일 것이다. 

아날로그 시대를 거쳐서 디지털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어른들과 처음부터 디지털 시대 속에서 태어난 다음세대는 성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기준이 문화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다. 이제 우리 교회는 이런 차이를 인정하고 보다 더 지혜롭게, 아이들의 현실에 맞는 구체적인 성교육을 시작해야 한다. 이런 교육은 아이들만 대상으로 해서는 안 되고 전교인, 특히 사역자와 중직자들, 직원들까지도 필수적으로 받아야 한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들 중 유일하게 성교육을 의무적으로 받지 않는 곳. 그런데 성에 대한 이야기를 가장 보수적으로 많이 하는 곳. 나는 이제 교회가, 이전보다 훨씬 더 솔직하고 정직하게 ‘성’을 바라봤으면 좋겠다. ‘거룩’이라는 이름아래 꼭꼭 숨기고 감추는 것이 아니라,정말 행복하고 솔직하고 정직하게 누릴 수 있으면 좋겠다! 다음세대 교육을 넘어서, 부부 성 세미나도 활발하게 진행됐으면 좋겠다. 

부부간의 성 대화가 회복되고, 사역자들을 위한 성 상담소를 통해 사역자들의 은밀한 성 문제가 해결되길 바란다! 이것이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이 아름다운 선물을 가장 잘 누릴 수 있는 방법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