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극성(과민성) 장 증후군이 그렇게 힘들다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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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성(과민성) 장 증후군이 그렇게 힘들다던데
  • 송태호 원장
  • 승인 2020.08.27 10: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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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의사 송태호의 건강한 삶 행복한 신앙-33

30대 남자 환자가 피곤에 찌든 모습으로 진료실로 들어 왔다. 얼굴에는 다크서클이 선명했고 피부는 거칠어 보였다. 환자는 매 년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갈 즈음에 소화 불량과 복통 설사와 변비가 반복되는 증상을 보였다. 환자의 일상 생활을 묻는 것으로 진료를 시작했다. 

출퇴근에 걸리는 시간은 얼마나 되는지, 야근 회수는 얼마나 되는지, 음주와 흡연은 얼마나 하는지를 물었다. 한마디로 환자는 과로에 시달리고 있었다. 서울 근교에서 출퇴근 시간으로만 족히 3시간을 잡아 먹는다는 환자는 아침에 화장실에 가게 될까 봐 아침을 거르고 있었고, 야근을 하는 날이 그렇지 않은 날보다 많았다. 몸이 피곤한 것은 이미 포기한 상태며 복통,소화불량,설사 때문에 일에 집중이 되지 않는다며 그걸 해결해 달라고 했다. 

매년 건강검진은 받고 있는 상태지만 검사하면 특별한 이상이 발견 되진 않았다. 샐러리맨 중 의외로 이런 사람이 많다. 특히 요즘 같이 휴가철로 마음껏 먹고 마시며 리듬이 깨진 생활을 할수록 더 증세가 심해진다. 대개 업무상 스트레스가 많은 직장인들은 더 하다. 

이렇게 검사상 아무런 이상이 없지만 환자는 불편해 할 때 의사는 ‘신경성’ 이라는 병명을 붙인다. 나도 이 환자에게 ‘자극성(과민성) 장 증후군’ 이라는 신경성 병명을 붙였다. 이 병은 호전이 되는가 싶다가도 금방 악화 되기도 하고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았는데도 증상이 없어지기도 하는 종잡을 수 없는 질환이다.

사람의 입에서 항문까지는 한 길로 연결되어 있다. 항상 외부에 노출되어 있는 셈이다. 게다가 한 쪽으로만 갈 수 있는 ‘일방통행’ 길이다. 소화기관은 각각의 기관마다 섭취한 음식물들이 정해진 시간 동안 머무르며 소화가 되고 필요한 영양분을 흡수하고 찌꺼기를 배설하는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움직이는 하나의 거대한 공장과도 같다. 각각의 과정이 정교하게 잘 맞아야 정상적인 소화기능이 유지된다. 공장에 문제가 생기면 기계를 멈추고 문제를 해결한 후 다시 가동 시키면 되지만 인간의 몸은 그럴 수 없다. 

이런 공장은 우리 몸에 있는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이 제어한다. 하지만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내가 소화가 잘 되게 하고 싶어서 위장의 운동을 더 하게 하거나 위산이 많이 분비 되게 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이런 신경계는 스트레스에 의해 자주 영향을 받는다. 시험을 치거나 발표를 앞두고 입맛이 없어지면서 화장실을 가고 싶은 생각이 든다거나,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은 모두 소화기관을 담당하는 신경계가 난조에 빠진 까닭이다.

하지만 모든 것을 다 스트레스 탓으로 미루고 손 놓고 있는 것은 비겁한 행동이다. 이런 환자들은 진료와 더불어 생활 습관을 고침으로 호전을 바라볼 수 있기에 중요한 몇 가지를 조언드린다.

충분한 수분 섭취가 중요하다. 의외로 속이 불편해서 물을 마시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수분이 몸 안에 충분해야 공장도 원활하게 돌아간다. 하지만 패트 병에 있는 물을 입을 대고 마시는 것은 권하지 않는다. 입에 닿았던 물은 금방 오염되기 때문이다. 물은 따라서 마시고 남은 물은 버리는 것이 옳은 방법이다.

입맛이 없고 더부룩 하다고 해서 너무 맵거나 짠 자극적인 음식을 선호 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과일을 너무 많이 먹는 것도 피해야 한다. 장이 쉴 기회를 주어야 한다. 언제부턴가 우리의 식단이 너무 자극적으로 변했다. 

장이 쉬어야 한다는 대명제를 생각하면 너무 기름기 많은 음식도 피해야 한다. 삼겹살등이 아니더라도 우유나 치즈가 많이 들어간 빵, 파스타, 햄버거 등은 장의 노동강도를 더하게 된다. 잦은 회식으로 소화기관을 혹사하는 것도 당연히 피해야 한다. 소식이나 절식, 성도님들이 하는 금식도 너무 자주만 아니라면 장 건강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되기도 한다. 

의사가 하는 치료는 장을 쉬게 만들어 주는 약을 처방하고 상황에 따라 흥분해 있는 소화기관을 안정시키기 위해 소량의 신경안정제를 쓰는 것이 전부다. 다만 약물치료를 수 개월간 받았을 때 호전을 기대할 수 있다. 품질이 좋은 유산균을 지속적으로 복용하는 것도 증상 호전을 기대할 수 있다. 이렇게 약을 쓰더라도 계속 장을 자극한다면 백약이 무효다. 적당히 몸을 움직이고 과식하지 않으며 위에서 말한 몇 가지 사항을 잘 지킨다면 올 여름도 별 문제 없이 지날 수 있을 것이다.
송내과 원장·중앙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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