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인가, 교회탄압인가…‘코로나 갈등’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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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인가, 교회탄압인가…‘코로나 갈등’ 커져
  • 이인창
  • 승인 2020.08.25 0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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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19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
수도권, 광주, 부산 등 ‘비대면 예배’ 의무조치
일부 교회들 현장예배 강행… “교회 탄압 저항”

코로나19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를 시행한 가운데, 한국교회 역사상 처음으로 정부에 의해 현장예배가 중단되는 사태를 맞이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19일 0시를 기해 서울과 수도권 모든 교회는 비대면 예배만 드리도록 했으며, 소모임을 금지했다. 교회를 코로나 확산의 진원으로 본 것이다. 여기에 광화문 집회 참석자를 중심으로 코로나가 확산될 것을 우려하면서 집회 참석자 명단 확보를 명목으로 교회에 대한 압수수색도 진행돼 한국교회가 패닉에 빠졌다. 

교계는 “일단 지금은 정부 방역에 적극 협조하여 코로나19를 잠재우는 것이 중요하다”며 비대면 예배에 적극 동참을 약속했지만, 일각에서는 “코로나를 빌미로 정부가 사실상 교회를 탄압하기 시작했다”며 비난하고 나섰다.

지난 23일 수도권 교회들은 혼란 속에 성도들과 마주할 수 있는 현장예배를 고민했음에도 불구하고 뾰족한 수는 찾지 못했다. 다만, 부산과 경기도 등 일부 기독교연합기관을 중심으로 현장예배를 강행하는 등 정부와 충돌이 가시화 되고 있는 상태다. 

“지금 통제 못하면 큰 충격”
여의도순복음교회, 사랑의교회, 온누리교회, 명성교회 등 서울시내 주요 대형교회들은 교인들에게 미리 공지한 대로 소수의 현장 인원만 참석한 환경에서 비대면 방식으로 예배를 드렸다. 이미 지난 3~4월 비대면 예배를 경험한 교회들은 이번 조치에 수월하게 대응했다. 
교회연합기관 한교총을 비롯해 예장 합동, 통합, 고신, 기장 등 교단들이 방역당국 지침에 최대한 협조해 비대면 예배로 전환해 달라는 성명을 발표하면서 지역 교회들이 적극 동참하는 분위기도 만들어졌다. 

이번에 강화된 비대면 예배 조치는 일단 다음달 1일까지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교회뿐 아니라 다른 모임도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가 진행됨에 따라 실내 50인 이상, 실외 100인 이상 인원이 대면해 모이는 것은 금지됐다. 전시회, 공청회, 수련회 뿐 아니라 결혼식, 장례식 등도 집합금지 조치 대상이다. 서울시의 경우 24일 0시부터 10명 이상 모일 수 없다. 3단계에 준하는 조치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교회 직장 병원 등 일상생활 곳곳에서 집단감염이 연쇄적으로 이어지는 엄중한 상황”이라며 “지금 통제력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우리나라 경제와 민생에 큰 충격을 주게 될 것”이라고 방역조치에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도내 교계 지도자 432명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무엇보다 가슴 아픈 점은 지금의 고난이 서울 사랑제일교회 등 종교시설에서 발생한 집단감염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종교에 대한 편견이 아닌 방역을 위해 부득이한 조치인 만큼 이해와 협조가 필요하다. 기독교 지도자들이 적극 협조할 때 코로나19 위기 극복이 앞당겨질 것”이라고 호소했다. 
경기도의 경우 도내 1만94개 교회 가운데 이번 주일 420교회(4.2%)만 현장 예배를 진행했고, 그 가운데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은 교회는 단 4곳에 그쳤다.  

경기도 용인 새에덴교회 소강석 목사는 “공산당이 쳐들어와서 총칼을 들이댄다고 해도 혼자라면 현장 예배를 드렸을 것이지만, 교회 인근에서 176명이나 확진자가 발생한 상황에서 우리 교인과 지역주민들의 보건을 위해 영상예배를 드릴 수밖에 없었다”며 “옳고 그름의 프레임을 넘어 코로나 위기가 물러나길 기도하자. 한국교회가 다시 힘을 합칠 때에 새로운 부흥을 맞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회 마녀사냥 중단해야”
하지만 일부 교회들은 방역당국이 일방적으로 교회를 탄압하고 있다고 반발하며 현장 예배를 고수하는 상태다. 하지만 교회의 예배에 대한 이해가 많지 않은 일반 여론은 싸늘했다.

한국교회연합(대표회장:권태진 목사)은 지난 19일 호소문에서 “일부 교회를 중심으로 집단감염이 확산되면서 지역사회 방역에 피해를 끼치게 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아무리 엄중한 상황이더라도 비대면 예배를 드릴 처지와 여건이 안 되는 교회를 살피지 않은 정부의 결정은 독선이요 이를 수용한 교회기관은 오만”이라고 반발했다. 

부산기독교총연합회(대표:임영문 목사)는 “종교 자유를 명시한 헌법 기본권을 침해한 조처이다. 예배는 우리 생명인데 일방적으로 행정명령을 내리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면서 “교회를 향한 마녀사냥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기총은 “방역지침을 적극 따랐는데도 정부가 광화문 집회를 빌미로 초법적으로 교회를 탄압한다면 법적대응을 포함해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탄압 대응을 위해 별도기구를 구성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부산시는 이날 현장예배를 유지한 교회가 279곳인 것으로 확인하고, 31일까지 집합금지 명령을 발동했다. 이후에도 위법 사항이 확인될 경우 형사고발한다는 방침이다. 

세상을 섬기는 교회 되어야

신앙적 차원에서 현장 예배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한다 하더라도 교회를 향한 사회적 비난 여론은 시간이 갈수록 심각하다. 지역 사회에서 교회가 입는 이미지 타격을 커지면서, 선교의 길이 막힌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교인들 사이에서도 교회에 다닌다고 말하기 민망할 정도이다”, “이제는 일부 교회의 잘못이라고 말하기 어렵다고 자성을 촉구하고 있다. 특히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가 900명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모든 교회를 부정적으로 판단하는 사회적 시선이 버거운 현실인 것만은 틀림없다.

청년사역연구소 이상갑 목사(산본교회)세상 사람들 눈에 교회가 곧 코로나 확산 주범이라는 등식이 만들어지면 전도의 문이 막히고, 기독교인들은 더욱 조롱당하고 비웃음을 당하게 될 것이라면서 오프라인 예배가 너무 소중하지만 믿지 않은 이웃을 섬기고 그분들의 불안에 공감한다면, 조금만 참고 집에서 더 사모함으로 예배를 드리자고 강조했다.

전병금 원로목사(강변교회)코로나19로 직면한 엄중한 상황에서 방역당국에 저항하고 협력을 거부한다는 것은 일반 상식으로 국민들이 이해하기 어렵다교계 일각에서 공산주의에서나 하는 종교 탄압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너무 나간 것이다. 미국과 캐나다에서도 대부분 교회들은 온라인 예배를 드리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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