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잘 따라줬다면서 전국 교회의 모임 금지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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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 잘 따라줬다면서 전국 교회의 모임 금지하다니
  • 이인창 기자
  • 승인 2020.07.08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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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본, "10일 오후 6시 정규예배 제외 모든 모임 금지" 발표
박능후 장관 "교회의 자발적 방역 감사" 그러나 교회만 제재

정부 책임 회피하며 교회를 향한 '플랫폼 타겟팅' 우려된다
청와대 국민청원 "방역 준수한 교회의 집단감염, 보고 없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8일 중대본 회의에서, 정규 예배를 제외한 교회 내 모든 모임을 금지한다고 발표하고 있다. 사진=대한민국 정책브리핑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8일 중대본 회의에서, 정규 예배를 제외한 교회 내 모든 모임을 금지한다고 발표하고 있다. 사진=대한민국 정책브리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교회 방역을 강화한다는 명분으로 “오는 10일 오후 6시부터 정규 예배를 제외한 모든 모임을 금지한다”는 지침을 발표해 논란이 크게 일고 있다. 

교회를 향한 중대본의 이번 조치가 실질적으로 방역의 효과가 있는지 의문일 뿐 아니라, 6월 초 생활방역 전환 이후 코로나19 확진자가 증가하는 책임을 오히려 코로나 방역에 적극 협력해온 대다수 교회에 전가하는 인상마저 주고 있다. 또한 정부의 8일 조치가 ‘교회’만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일반 국민들에게 교회를 혐오시설로 인지하게 하는 부정적 영향이 나타나고 있어 선교적으로도 큰 타격을 입힐 것으로 보인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정부는 전국의 교회를 대상으로 핵심 방역수칙을 의무화 한다”며 “교회 전체를 고위험시설로 지정하는 조치는 아니지만, 정규예배 이외 각종 모임과 행사, 식사 제공 등이 금지되고 출입명부 관리도 의무화 한다. 핵심 방역수칙을 위반할 경우 교회 관계자뿐 아니라 이용자에게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본부장:박능후 장관)으로부터 교회 방역 강화 방안을 보고받고, “교회 내 소규모 모임, 식사 등에서 감염 확산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함에 따라 방역을 강화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정규 예배는 정상적으로 진행하되, 교회에서 이뤄지는 소규모 모임, 행사 등에 대해 방역수칙 준수를 의무화했다”고 공표했다. 

중대본이 요구한 ‘교회 핵심 방역수칙’은 △정규예배 외 각종 대면모임 활동 및 행사 금지(수련회, 기도회, 부흥회, 구역예배, 성경공부 모임, 성가대 연습모임 등) △예배 시 찬송 자제, 통성기도 등 큰소리로 노래 부르거나 말하는 행위 금지(찬송하는 경우 마스크 필수 착용) △음식 제공 및 단체식사 금지 △출입자 명부 관리(전자출입명부 설치 및 이용, 수기명부 비치)△출입자 증상 확인 및 유증상자 등 출입 제한 △방역관리자 지정 △마스크 착용 △ 예배 등 종교행사 전후 시설소독(대장작성) △시설 내 이용자 간 2m(예배 시 최소 1m 이상 띄어앉기 등이다. 

중대본은 “종교시설을 고위험 시설로까지 지정하지는 않았다”며 배려하는 듯 했지만, 방역수칙들은 고위험 시설 지정하는 경우와 거의 같다. 오히려 ‘정규예배 외 모임 중단’이라는 개별 방침을 교회에만 적용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박능후 장관은 “그간 종교계에서 비대면·비접촉 예배를 실시하는 등 방역에 자발적으로 참여해주신 데 감사드린다. 교회에 대한 이런 조치는 국민 안전과 안전한 종교활동을 지키기 위함”이라며 양해를 구했다. 

“적극 협력했는데, 교회만 타겟으로 만들어”

박 장관이 언급한 것처럼 거의 대다수 교회는 방역원칙에 최대한 협조해 왔다. 

그런데 중대본 조치가 발표되자 주요 교단과 단체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목회자들도 방역지침을 준수하기 위해 노력해왔는데, 오히려 감염 온상으로 취급받도록 만들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국민들에게 교회를 혐오의 대상으로 전환시켜버렸다는 것이다. 

당장 ‘정규 예배를 제외한 모임’이라는 애매한 표현은 일선 교회들을 더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정부와 지자체 관계자들은 “예배라는 이름으로 교회 안에서 정기적으로 드린 전체 예배면 정규 예배로 판단할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기본 지침마저 제공하지 못할 정도로 어설펐다.

지방자치단체에 따라 행정조치가 다소 상이할 수 있다는 관계자의 설명은, 현장에서 자칫 불필요한 충돌을 빚어질 수 있는 염려가 들게 했다. “지난주 예배 때 공무원이 설교하는 강단에 올라가서도 마스크를 써야 한다고 말했다”는 한 목회자의 이야기가 보편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일단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른 ‘정규예배’는 새벽예배, 주일예배, 교회학교예배, 금요철야예배, 수요예배를 모두 포함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초 감염사례 절반이 교회라고?

교회가 특별히 중대본 조치에 거부감을 드러내는 부분은 전국의 교회를 잠재적 감염원으로 보고 있는 시각이다. 교회 안에서 확진자가 발생했지만, 대부분 ‘지표환자’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오히려 확진자 동선에 교회가 포함되었다는 설명이 더 정확할 것이다. 

언론에서 ‘교회 발’이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하지만, 상당히 많은 확진자의 경우 최초 감염경로를 확인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전지역의 경우 최초 감염경로가 확인되지 않은 경우가 40%에 달한다. 

당장 2월초 명륜교회부터 소위 ‘교회발’ 감염이 아니다. 명륜교회는 중국에서 입국한 확진자 동선에 포함됐을 뿐이다. ‘소망교회’도 기사가 나갔지만, 그것도 교인이 직장 동료에게 감염된 사례였다. 더 중요한 것은 교회에서 나온 확진자가 우리 사회 어디에서 감염됐는지 파악조차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왕성교회 수련회 확진도 초발 확진자의 감염원을 찾아내지 못한 상태다. 이미 우리 사회 곳곳에 무증상 감염자나 원인을 특정할 수 없는 감염자들이 많다는 뜻이다. 

그런데 정세균 국무총리는 최초 감염사례를 분석해 보면, 교회의 소규모 모임과 행사로부터 비롯된 경우가 전체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방명록을 잘 작성해 개인정보와 동선 파악이 손쉬운 교회에 대해 역차별 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 방역지침을 잘 따랐더니, 정부가 책임을 회피하는 차원에서 ‘플랫폼 타겟팅’ 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예를 들어 확진자 동선에 지하철 3호선이 포함됐을 경우, 지하철 3호선에 탑승한 승객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한다면 더 많은 확진자가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지하철 승객을 확인하기 어려워 감염 가능성이 있는 동선 중 하나지만 확인이 불가능한 플랫폼으로 인지하고 있다. 

최근 국내 확진자들의 바이러스를 분석한 결과로 볼 때 GH형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여기에는 이태원 발 감염자들이 해당된다. 이태원 클럽의 경우 자발적 검사를 유도했지만, 스스로 검사받지 않는 경우 클럽 이용자를 100% 찾아낼 수 없는 한계를 경험하기도 했다. 이에 반해 교회는 출석 성도 명단이 전부 기재되고 있어 검사 비중이 그만큼 높을 수밖에 없다. 확진자가 교회와 식당, 대중교통 등을 이용했다고 한다면, 그중에서 교회 정도만 감염 여부를 검사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당연히 검사수가 많으면 확진자 비율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주감사교회 김강수 목사는 “정확한 감염 경로를 확인하지 못하는 환경이 더 많아지고 있는 것에 방역당국은 지금도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만약 교회 소모임과 공동식사 때문에 확진자들이 발생하는 것이라면, 만원 대중교통이나 손님으로 가득 찬 식당 대해서도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이 상식적인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정부는 교회 단위 소규모 모임을 금지했지만 실제로 국내 주요 식당 등에서는 100여명이 들어가는 넓은 홀에 손님이 가득 들어차도 열감지나 방명록 등은 확인하지 않는다. 이처럼 감염에 노출된 환경이 우리 사회 곳곳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교회’만 특정한 것이다.

정부는 최근 제3차 추경예산에서 외식쿠폰 330만장 발행을 위한 예산을 만들었다. 소비 진작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감염 우려가 큰 집밖 식사를 오히려 권장하는 것은 이번 교회와 관련 조치와 분명 앞뒤가 맞지 않다

새에덴교회 소강석 목사는 “중대본에서 게이클럽 집단 감염사태가 일어났을 때 확진자 동선도 공개하지 않았고 해당 업소만 제재해놓고, 왜 유독 교회에만 엄격한 잣대로 과하게 규제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면서 “교회가 더욱 방역수칙을 잘 지켜야겠지만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가에 대해 굉장히 우려스럽고 분한 마음을 느낀다”고 입장을 밝혔다. 

지난 1월 국내 첫 환자가 발생했을 당시 해외 유입을 선제적으로 차단하는 것이 옳았다는 주장도 있다. 정부는 국외 입국자에 대한 2주 자가격리 의무 조치를 나중에서야 시행하기도 했다. 6월초 생활방역으로 너무 빨리 전환한 것도 확산의 계기가 됐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한림대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는 지난달부터 계속해서 “전국 단위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격상해야 한다. 국민들에게 지금 위기의 시작이라고 정부가 국민들에게 꼭 이야기해야 한다”며 정부에 요청하며 온 나라가 방역 수위를 다시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천대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는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역학조사가 쫒아가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감염에 대한 것들이 교회의 어떤 특징인지, 아니면 교회의 수가 많다 보니 더 잦아 보이는 것인지 분석이 필요한 상황이라면서 소모임 금지를 교회에만 적용해서는 안 되며, 어떤 형태이든지 사람들이 많이 모여 방역지침을 지킬 수 없는 상황이면 같은 대응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교회 외부에서 내부로 감염 많아

종교적 형평성 논란도 있다. 방역당국은 이달 초까지만 해도 기독교뿐 아니라 모든 종교시설에 대해 고위험시설 지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런데 여타 종교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한 가운데 교회만을 초점에 두고 조치에 나선 이유도 궁금해지고 있다. 

한 불교계 매체는 이번 조치와 관련해 ‘불교계 반발 속 ‘사찰 고위험시설’ 입장 선회‘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사찰까지 고위험시설로 지정할 수 있다고 밝혀 불교계로부터 따가운 비판을 받았던 정부가 교회를 대상으로만 핵심방역수칙을 의무화하겠다고 입장을 선회했다”는 것이다.

이 기사에 언급된 것처럼 고위험시설로 지정하기 위해서는 종교 활동을 통해 감염된 사례가 많은지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 불교계는 감염자가 나온 곳은 광주 사찰 한곳이기 때문에 억울하다면서 지적한 부분이다.

이는 교회 관점에서도 적용해볼 수 있다. 지금까지 여러 교회들에서 확진자가 나온 것은 사실이지만, 과연 교회 내 종교 활동으로만 비롯된 감염 비율이 어느 정도일까. 교회 밖에서 감염돼 교회로 확산된 경우가 더 많다. 

종교 소모임 금지를 발표한 날, 방역당국은 수원의 교회, 광주의 사찰, 일산의 성당 등을 방문판매 관련 사례로 재분류 했다. 종교모임 안에서 확진자가 발생했고, 그 여파로 추가 감염자들이 다수 발생했지만 최초 감염이 종교시설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수원 교회 모임’, ‘광주일곡중앙교회’ 등을 ‘방문판매 관련’과 ‘금양오피스텔 관련’으로 다시 분류했다. 광륵사 발 감염이라는 정부 발표에 불교계가 발끈하자 최초 감염원에 포함시키는 형태로 분류를 바꾼 것이다. 

이번 정부 조치를 보면서, 한국교회 내 대정부 소통 창구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연합기관과 교단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불교와 천주교와 달리 기독교계가 홀대 받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한편, 규제 조치가 발표된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정부의 교회 정규 예배 이외 행사 금지를 취소해 달라'는 글이 올라와 몇 시간 만에 1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동의했다.

청원인은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는다면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겠지만, 극소수 교회의 사례를 가지고 모든 교회들에 제재를 가하는 것은 무리"라며 "방역수칙을 준수하는 교회들과 집단 감염이 보고된 바 없는 상황에서 이는 명백한 역차별"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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