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일 근무제와 예배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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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일 근무제와 예배의 변화
  • 승인 2004.06.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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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휴무제 전면 실시로 인해 주일 예배 참석률이 저하될 것을 예측해 교회가 취할 수 있는 방안으로 두 가지가 제시된다. 주일예배를 평일 예배로 확장해 평일에 예배를 드릴 수 있도록 하자는 것과, 휴양지나 기도원 등에서 예배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전자가 예배의 시간에 변화를 주는 것이라면 후자는 주일이라는 시간은 지키되 공간의 변화를 주자는 것이다.

예배의 시간으로서의 주일

초대 교회가 안식일 예배에서 주일 예배로 전환한 이유는 그리스도의 부활과 오순절 성령강림의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었다. 주일예배의 중요성은 또한 ‘주간 첫날’이라는 단어의 신학적 의미 속에 담겨있다. ‘주간 첫 날’은 천지창조 후 안식하시고 난 첫 날, 즉 새 창조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또한 계 1:10에 단 한번 나오는 ‘주의 날’은 종말론적 임재를 상징한다.

주일이라는 시간 속에 부활, 성령강림, 새 하늘과 새 땅, 종말론적 재림 등 그리스도교 신앙의 핵심적 주제와 내용이 담겨 있기 때문에, 2천 년 교회 역사에서 주일에 대한 수많은 도전이 있었으나 크게 동요되지 않고 그대로 주일예배를 고수해 왔던 것이다.

예배의 공간으로서의 성전

현대에 들어와서 예배의 다양성과 변화는 예배의 역동성의 필수조건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새로운 교회를 이루고자 하는 목회자는 예배의 변화에 대해 매우 적극적이다. 대표적인 것이 예배 공간에 대한 이해다. 눈에 띠는 것은 모교회 예배에 참석하는 비율이 낮아지고, 교회 안의 갈등으로 인한 상처 때문에 교회를 옮기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 이런 현상은 현대인들이 필요와 취향에 따라 주거지를 선택하고 물품들을 고르듯이, 자신의 형편이 바뀔 때마다 예배할 장소를 선택할 수 있다는 신학적 선입견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초대 교회 그리스도인들은 예배 공간의 문제는 장소의 문제가 아니라 신앙 공동체의 문제였다. 즉, 어디서가 아니라, 누구와 함게 예배하는가가 더 중요했다. 개인의 필요에 따라 예배의 장소가 선택된 것이 아니라, 신앙공동체 전체의 필요에 따라 함께 움직였다. 여기서 신앙공동체란 자신의 영적인 상태를 잘 아는 스승과 믿음·소망·사랑을 함께 할 수 있는 동지들로 구성된 공동체라는 해석이 더 좋을 것이다.

그렇다면 예배 장소의 문제는 신앙적 순례자들인 믿음의 동료들과 함께 드리고 있는가라는 문제가 된다. 이는 그리스도교 예배를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로 그리스도교 예배는 교회라는 장소에서 드려져야 하는데 이때의 교회란 신성하게 구별된 장소가 아니라, 그리스도를 주로 고백하는 사람들로 이루어진 공동체, 그리스도의 사랑을 나눌 수 있는 공동체를 말하는 것이다.

다른 날로의 대치는 안된다

신설된 평일 예배로 주일예배를 대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1년 52주 주일을 성수하게 하기 위해서 평일 예배를 만들어서라도 주일예배에 참석한 것으로 간주하는 배려보다는, 휴가로 인해 몇차례 주일예배에 빠지더라도 주일예배는 수요·금요·주일 저녁예배와는 전혀 다른 예배임을 분명히 하는 것이 올바른 목회적 자세다.

예배를 시간적·공간적으로 얼마나 다양하게 변화를 줄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에 대해서 그것들이 선교적 프로젝트라는 견지에서 볼 때 어떤 교리나 신학에 구애받음 없이 더욱 적극적이고 창조적으로 시도할 수 있다. 토요 휴무제와 예배를 선교적 측면에서 본다면 매우 다양한 전략들을 세울 수 있다.

구도자들을 위한 전략으로서 선교적 측면에서 집회하듯이 저들만의 예배를 기획하는 것은 오히려 적극적으로 시도해야 할 좋은 프로그램이다. 드라마와 현대음악, 영상 등으로 구성된 구도자 예배도 전통적 주일 예배와는 매우 다르기 때문에 많은 화제와 논란이 돼오고 있으나, 구도자 예배의 성격이 전통적 의미의 주일예배가 아니라, 구도자들을 위한 전도집회라고 해석할 때 모든 것이 잘 이해되고 적절히 받아들여져 왔다.

토요 휴무제의 전면적 실시는 한국 사회가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과제였기에 급속도로 확산되고 적용될 것이다. 또한 가정·직장·사업체는 물론 교회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지혜롭고 신실한 목회자라면 이런 시대적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면해 그런 현상을 분석·정리하고 대안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예배적 대안을 제시함에 있어서 예배의 날로서의 주일의 중요성과 의의, 예배의 장소로서의 신앙공동체에 대한 헌신을 품는 지혜와 노력이 있어야 한다.

김세광 교수 / 서울장신대학교 예배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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