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을 치유하는 한국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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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을 치유하는 한국교회
  • 승인 2004.06.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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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소야대로 출발한 노무현대통령 임기 1년은 그야말로 혼란 정국이었다. 그리고 그 혼란은 대통령 탄핵안으로 절정을 이루었다. 탄핵 찬반으로 국론이 분열될 가운데 17대 총선을 치룬 지 상당 시간이 지났지만, 그 혼란은 여전한 듯 하다. 여론조사에 의하면 70%가 넘는 국민이 국회의 탄핵이 잘못됐다고 분개했지만, 또한 상당수의 사람들은 노대통령은 탁핵당할 수밖에 없었다고 하는 이들도 있었다. 총선 결과가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한번 분열된 국론은 쉽게 공통분모를 찾지 못하고 불거진 갈등은 쉽게 치유되지 않고 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문득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보여준 고어와 민주당의 모습이 떠오른다. 당시 대통령 선거에서 조지 부시가 고어보다 표는 적게 받았으면서도 선거인단의 표를 더 확보해 대통령에 당선됐는데, 그 과정이 석연치 않았다. 조지 부시의 친동생이 주지사로 있는 플로리다주의 선거결과가 대법원까지 가는 끝에 부시가 대통령에 당선됐던 것이다. 그 과정은 분명 민주당 고어 후보가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어서 미국은 대혼란 상태에 빠질 위기에 처했지만 고어와 민주당은 깨끗하게 승복했다. 그리고 미국은 새로운 미래를 조지 부시에게 맡기게 됐다.

미국은 세계 최강국으로 자처하면서 전쟁까지도 서슴치 않는 패권주의에 사로잡힌 나라다. 우리 입장에서 보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는 그들의 행보를 ‘영원한 우방’이라는 이유만으로 칭찬만하고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선거결과와 대법원의 판결에 승복하는 모습은 우리에게 큰 교훈이 되고도 남는다. 그들도 권력을 잡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지만, 미국인들이 개인적인 영달보다는 미국이라는 나라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보호하고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우리나라도 이제 차분하게 선거 결과와 탄핵에 대한 헌재의 판결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과에 승복할 줄 아는 것이야말로 대한민국이 21세기에 동북아의 중심 국가로 발돋움하는 데 갖춰야 할 덕목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그 어떤 나라보다도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나라다. 반만년의 역사를 가지고 단일 민족으로 그 명맥을 이어오면서 수 없는 내·외환을 겪으면서도 이제 경제 대국을 이룬 자랑스런 나라이다. 더욱이 1천2백 만의 크리스천들이 하나님을 섬기는 나라로서 21세기에 세계 선교에 이바지해야 할 나라다. 해야 할 일이 많은 이 나라가 더 이상 총선이나 탄핵 문제 때문에 혼란에 빠져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제 교회가 나서서 백성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새로운 꿈을 제시하며 나라를 일으켜 세워야 한다. 문제는 교회에 그럴만한 힘이 있느냐는 것이다. 9.11 테러 직후 미국의 부시대통령은 “미국은 강합니다. 우리의 군대는 강력하며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라고 힘주어 얘기했다. 그리고 그 힘을 바탕으로 테러집단을 응징한다는 명목하에 전쟁을 일으켰다. 그러나 빌리 그래함목사는 참사 추모예배에서 “그렇지 않습니다. 이때 우리가 참으로 바라보아야 하는 분은 바로 예수입니다. 이번 일을 통해 우리나라가 영적으로 다시 새로워지는 계기로 삼아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교회가 이 나라를 세워갈 수 있는 힘도 그리스도를 바라보는 데서 나온다. 강도 만난 사람을 위해 최선을 다한 선한 사마리아 사람처럼, 마치 강도 만난 자와 같은 이 나라를 위해 한국교회는 오직 예수만을 바라보는 선한 사마리아 사람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바로 그러한 교회를 통해 이 나라와 민족을 치유하며 새로운 빛을 비추실 것이기 때문이다.

전병금목사 / 강남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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