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을 알면, 말할 때와 침묵할 때를 아는 지혜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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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을 알면, 말할 때와 침묵할 때를 아는 지혜를 얻는다
  • 유선명 교수
  • 승인 2020.05.26 16: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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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명 교수의 잠언이야기 ⑮ - “마음이 굽은 자는 멸시를 받으리라”(잠 12:8)

취미로 즐기던 운동이나 악기를 좀 제대로 배워보려고 레슨을 받아 본 분이라면 이미 만들어진 나쁜 습관을 고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잘 아실 것입니다. 가르치는 입장에서도 뭔가를 좀 해봤다는 분보다는 초심자를 처음부터 가르치는 것이 훨씬 수월하고 즐거운 법인데, 그 이유는 단순합니다. 어설픈 자신감이 배움에 필요한 수용력을 가로막기 때문입니다. 

잠언 12장은 현인과 바보를 가르는 것은 지식의 유무보다 겸손함의 여부라는 사실을 재확인해줍니다. “슬기로운 자는 지식을 감추어도 미련한 자의 마음은 미련한 것을 전파하느니라(23절).”

잠언 9장에서 신랄하게 풍자한 우매한 여인이 바로 그런 모습을 극대화해서 보여줍니다. 제 갈 길을 잘 가고 있는 행인을 굳이 불러 세우고는 어깨에 잔뜩 힘을 준 모습으로 아무런 도움도 안 되는 헛소리를 늘어놓는 여인. 스스로 귀부인인체 하지만 행동과 언어에 배어나오는 천박함을 감추지 못하는 사람. 혐오와 연민을 동시에 일게 하는 이 모습은 우리가 기억하고 기피해야 할 반면교사이지만, 사실 인정하고 싶지 않은 우리의 슬픈 자화상이기도 합니다. 

어리석은 사람은 자신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줄 모릅니다. 자기가 슈퍼맨이라고 뛰어다니는 꼬마는 우리에게 미소를 선물합니다만, 식탁의 대화를 독점하고 매사에 ‘그건 말이지’를 남발하는 성인들이라면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아이의 천진함과 성인의 미련함을 가르는 것은 그간의 세월입니다. 배울 기회를 갖고도 배우지 못하면 어리석은 자가 되는 것입니다. 누구나 죄를 짓지만 뉘우칠 기회를 저버리며 살다보면 죄인을 넘어 악인이 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자신을 바로 보지 못하는 결과는 암담합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칭찬을 받지만 ‘마음이 굽은’ 사람에게 주어지는 것은 멸시뿐입니다(8절). 왜곡된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 자신을 판단하니 형편에 안 맞는 허세를 부리느라 ‘스스로 높은 체하고도 음식이 핍절한’ 처지가 됩니다(9절). 자신을 바로 보지 못하면 다른 이들의 처지도 이해하지 못합니다. “의인은 자기의 가축의 생명을 돌보나 악인의 긍휼은 잔인이니라”(10절).

욥의 친구들은 극한의 고통 속에 있는 욥을 위로한다고 했지만 결국 욥의 영혼을 후비고 찌르는 잔인한 말을 쏟아내는 풀무주머니가 되었고, 결국 욥이 그들을 위해 하나님께 제물과 기도를 올려드릴 때 비로소 용서받는 처지에 떨어졌습니다. 욥이 겪는 고통의 본지를 알려 하지 않고 자신들이 이미 안다고 자부했던 모범해답을 쏟아낸 결과입니다. 의로움과 슬기로움, 불의함과 어리석음이 얼마나 깊이 연결되어 있는지를 다시 한 번 보여주는 말씀입니다. 

말할 때와 침묵할 때를 아는 지혜는 만사를 주관하시는 하나님을 알고 인정할 때 주어집니다(전 3:1~8). 어리석고 악한 인간이 자신의 실체를 알고 하나님을 아는 것이 하나님께서 요구하시는 참 지식이며, 이스라엘 백성이 지식이 없어 망한다고 탄식하신 뜻도 거기에 있습니다(호 4:6). 하나님을 알고 나를 아는 이런 지식은 겸손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습니다. “훈계를 좋아하는 자는 지식을 좋아하거니와 징계를 싫어하는 자는 짐승과 같으니라”(1절), “미련한 자는 자기 행위를 바른 줄로 여기나 지혜로운 자는 권고를 듣느니라”(15절). 이 말씀들은 거북스럽기 마련인 훈계, 징계, 권고를 달게 받는 겸손한 자세가 우리를 지식과 지혜로 이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백석대 교수·구약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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